LNG발전소, 건강피해 주장에 대구·대전시 추진 포기
충북도·청주시, SK하이닉스 LNG발전소 주민피해 호소 외면
대구·대전 국민의힘 소속 의회 반대 운동에 동참…결정적 역할
민주당이 다수당인 충북도·청주시의회는 ‘침묵’ 대조
묶음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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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엔 텀블러 오른손엔 발전소?’ 피켓 들고 분노하는 시민들
- “근거 없어진 LNG 발전소 설립 중단하라”
지난 11월 8일 청주시는 SK하이닉스가 신청한 LNG발전소 건축허가를 최종 승인했다. SK하이닉스가 2019년 3월 청주시내에 585MW규모의 LNG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한 이래 2년 8개월만에 착공에 들어가게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오염물질 상쇄계획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축허가를 승인했다”며 “청주시가 시민 건강권을 자본에 팔아넘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LNG발전소가 추진됐던 대전시와 대구광역시는 주민들의 건강권을 이유로 건설중단을 추진해 대조를 이뤘다.
청주시의 경우 추진 주체가 민간기업인 SK하이닉스 였지만, 대전시와 대구시의 경우 국가 발전 공기업이라는 차이도 있다.
이익은 보는 주체가 국가공기업과 민간이라는 차이는 그만큼 크다. 하나는 공익이고 하나는 사익이기 때문이다. 다만 희생되는 것은 주민들의 건강권이라는 것은 동일하다.
대구시와 대전시가 국가공기업이 추진하는 LNG발전소 건립을 왜 포기했는지, 또는 무산시켰는지 배경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허태정 대전시장 “시민건강권 대안 없다면 추진 안할 것”
지난 2019년 6월 20일 허태정 대전광역시장(더불어민주당)은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평촌산업단지 내 건설하기로 한 1000MW LNG발전시설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발전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과 LNG발전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지 3개월 만이다.
허태정 시장은 철회 배경에 대해 대전시민들과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허 시장은 에너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LNG발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저감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했고, 이로 인한 반감 때문에 사업이 중단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중단된 만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뚜렷한 대안 없이는 LNG발전소 건립 추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시장이 말한대로 LNG발전소가 무산된 핵심적인 이유는 미세먼지 등을 포함해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건강권 피해다.
그 반대급부에는 발전소 건설로 인한 지역사회의 경제적 이득이다.
대전시는 발전소를 유치하면 경제적 효과로 건설기간(42개월) 동안 연간 8만5000명의 일자리 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전소 근무인원과 이전가족 등 총 460명(2021년 10월 기준 대전시 인구 145만2228명의 0.03%)의 인구유입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 30년 동안 최소 658원(연간 22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있다고 홍보했다.
반면 환경단체와 대전서구 주민들은 이런 경제적 이득보다 지역주민들의 건강권 피해가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조차 지역주민의 주장에 함께하며 반대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4월 15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개최한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대전 평촌산업단지 LNG 발전소 자동차 100만대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을 유발하는 시설로 서구뿐만 아니라 대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시설인 만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보 다 앞선 4월 1일에는 대전 서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시청 앞에서 평촌산단 LNG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미세먼지 내뿜는 LNG발전소 즉각 철회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나왔다.
권영진 대구시장 “주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해”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올해 3월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이 달성군 국가산단내에 설치하려던 1200㎿급 LNG발전소 건립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권 시장의 이날 발표로 LNG발전소 건립은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시 국간산단 LNG발전소 추진은 대전광역시의 경우보다 2년 먼저 추진됐다. 2017년 7월 대구시는 한국남동발전이 제안한 대구국가 산단내 1200㎿급 ‘구지LNG복합화력발선소 건립’에 동의를 표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2019년 11월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진행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마쳤다.
이에 따르면 LNG발전소가 건설되면 3조8000억원 3조8000억원 규모로 총생산효과가 발생했다.
건설기간중 1만54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하고 이중 대구 시민 7991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했다.
연간 33억원등 30년간 총 1034억원의 세수가 증대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LNG발전소 건립을 추진했다.
주민들은 주민들의 건강피해를 이유로 발전소 건립을 반대했다.
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구지면 주민 1만2000명이 반대서명에 동참했다. 대구시민 뿐만 아니라 인접한 창녕군 주민들은 “대구시장은 창녕군민이 개·돼지로 보이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중국미세먼지도 괴로운데, 경유차 10만대 휘발유차 1천만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마시고 살란 말입니까?”라며 LNG발전소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을려면 대구시청에 지어라”라고 했다.
대구시의회도 나섰다. 대구광역시의회(의장 장상수)는 지난 3월 24일 의회 간담회장에서 의원일동 명의로 달성군 국가산단에 추진되고 있는 한국남동발전의 LNG발전소에 대한 건설계획 철회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민들과 의회가 반대하자 권영진 시장은 LNG발전소 건립 반대로 돌아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의회 성명이 발표된 지 하루 뒤인 올해 3월 25일 “1년여 동안 심려를 끼쳐 시장으로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어 “대구시는 향후, 시민중심의 탄소 중립 건강도시 정책을 펼쳐 주민 모두가 쾌적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