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LNG발전소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시민 결의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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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민 학생이 시민대표로 발언하고 있다.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유병민 학생이 시민대표로 발언하고 있다.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엄청나게 큰 도로가 생기더니 몇 년 사이에 갑자기 공기가 나빠지고 하늘이 뿌옇게 변했습니다. 지금도 공기가 좋지 않은데 LNG발전소까지 만들어 더 나쁘게 하려는 SK 아저씨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저씨들은 저 같은 아이들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세상에서 공부하길 원하세요?”

LNG발전소가 지어질 예정 부지 맞은편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유병민 학생은 또박또박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가 어떤 회사인지 검색하다가 ‘기업과 사회가 문제를 찾고 다 같이 단짝 친구가 되자’는 광고를 봤다”며 “이런 광고를 하면서 왜 발전소를 지으려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여기 있는 삼촌, 이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꼭 막아주세요. 저도 이 발전소 문제를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에 올릴게요. 꼭 막아주세요.”

SK하이닉스 LNG발전소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는 어른들의 몫이다. 환경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간 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 28일(목) 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 △LNG발전소 건설반대 시민대책위원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모였다. 

시민대책위는 두 가지 요구를 전했다. SK하이닉스 LNG발전소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는 물론이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85만 청주시민의 요구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LNG발전소가 우리 지역에 들어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불 보듯 뻔 한 환경 파괴 

“청주에서 가장 많이, 두 번째로 내뿜는 곳은 지역난방공사입니다. 1년에 질소산화물을 209톤 배출합니다. 하이닉스 lng가 가동되면 질소산화물을 205톤 배출합니다. 청주에서 두 번째로 질소산화물을 내뱉는 곳과 맞먹는 정도로 배출합니다.”

환경 파괴는 뻔하다.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질소산화물과 25도에 이르는 온폐수 방류가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을 엄청나게 뿜어낼 것으로 예측했다. 온폐수 방류는 미호천, 성남천 같은 하천에 치명적이다. 

에너지 공공성 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동안 재벌은 꾸준히 에너지원을 확보해왔다. 대한민국 전력량 30%는 재벌 몫이다. 한 번 재벌의 손아귀에 들어간 에너지는 다시 국민이 돌려받기도 어렵고, 감시·감독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선지현 충북노동자시민회의 공동 대표는 에너지 공공성을 거듭 강조했다. 

선 대표는 “에너지가 기업의 이윤 대상이 되어버리면 돈벌기에 혈안이 되어 자연을, 인간을 파괴한다”며 “민간기업에 의해 모든 에너지 도입과 생산 그리고 배급까지 주도하는 현실이 되버렸다”고 지적했다.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조명래 장관은 답하라

“헌법에 환경권이 도입된 지 40년이 됐는데 미세먼지 등으로 국민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너머 죄책감을 느낍니다. 미세먼지 저감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019년 4월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전한 발언 

최종 결정권자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모든 것이 달려있다. 조 장관은 다가오는 2022년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14년 대비 35.8% 감축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 수준’으로 보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하던 그에게 청주시민들은 100일 동안 LNG발전소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해왔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노력해야 할 부처는 환경부”라며 “환경부는 절대 다수 주민들의 권리를 지킬 것인지 아니면 재벌 대기업 SK의 꼭두각시가 되어 발전소 유치에 혈안인 관료들의 손을 들어줄지 선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이력을 보면 지금의 사태까지 불거지게 되리라 상상하기 힘들다. 도시지역계획학 교수로 출발한 그는 오랜 시간 환경운동을 이어왔다. 개발정치에 맞서는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책들을 출판해왔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조 장관의 양심을 향해 호소했다. 

“환경부 장관은 우리 환경운동 동지이자 환경운동전문가이며, 환경 관련 활동을 하셨던 분이잖아요. 그런 분이 환경부에 들어가서 장관을 하는 데도 이런 문제를 이렇게밖에 해결을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날 시민대책위는 환경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그들을 맞이한 건 굳게 닫힌 환경부 정문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전에 약속된 면담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을 걸었다. 이전에도 시민대책위는 환경부 장관과의 면담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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