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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단풍으로 물든 국립공원속리산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랫마을 은행나무들은 성급히 황금색 잎들을 땅 위로 떨구기 시작했지만 산중의 울창한 나무들은 지금 한창 색동옷을 뽐내느라 한창입니다. 문자그대로 만산홍엽(滿山紅葉), 시절은 바야흐로 만추(晩秋)로 접어듭니다. 설악산이 어떠네, 내장산이 어떠네, 사람들은 제각각 말을 하지만 내 고장 명산 속리산 또한 빼어난 산세에 단풍이 아름답기로 뒤질게 없으니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여름 내 뜸하던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전국에서 모여들면서 속리산은 모처럼 생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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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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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시절이던 1950년대 이승만대통령이 내건 정치구호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였습니다. ‘사사오입’이니 ‘딱벌떼’니 하는 무리한 정치공작으로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자 ‘반공’으로 겨우 정권을 끌고 가던 자유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로 국민의 결속을 도모합니다. 거리에는 ‘뭉치면 산다’는 포스터가 나붙고 학교 미술시간에는 어김없이 단결의 상징으로 불끈 쥔 주먹그림이 아이들 손에서 그려지곤 했습니다. 해방직후의 좌우익 대결, 북한의 6·25남침으로 남한사회가 극도의 혼미를 거듭하던 시대상황과 맞물려 ‘뭉치면…’은 국민적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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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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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지역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혁신도시문제가 아닐까싶습니다. 지금 도내 각 시·군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혁신도시 유치를 놓고 저마다 사활을 건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할 정도로 범시·군적인 유치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10월말의 입지선정 결과발표가 몇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과연 어느 곳이 후보지로 선정될 것인가, 태풍전야의 긴장감마저 감돌고있습니다. 수도권의 과밀집중현상을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출발한 혁신도시 구상은 지역의 역량을 강화하여 자립적 발전을 꾀하자는 것이 그 목적이지만 모든 시·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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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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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에서 ‘공자축제’가 열린다 하기에 틈을 내어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대화를 나누거나 글을 쓸 때면 곧잘 ‘공자님 말씀’을 약방의 감초 쓰듯 즐겨 인용해오곤 하던 터라 그 신비로운 분의 탄생지를 가보는 것은 평소의 꿈이기도 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산둥성 성도(省都)인 지난(濟南)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공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남쪽을 향해 3시간쯤 내려가 해 질 무렵 말로만 듣던 취푸에 닿았습니다. 유사이래 중국은 물론 동양 여러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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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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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뱀이 있습니다. 뱀의 꼬리는 몸뚱이 끝에 붙어 있어서 언제나 뒤에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꼬리는 늘 불만이 가득 차 머리에게 말합니다. “어째서 나는 항상 너의 뒤만 쫓아다니고 네가 늘 내 대신 의견을 말하고 갈곳을 정하고 하는가. 그것은 정말 불공평하다. 나도 엄연히 뱀의 일부인데 노예처럼 너를 따라만 다니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머리가 대답합니다.“아니, 너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너는 앞을 볼 수 있는 눈도 없고 위험을 알아차릴 귀도 없고 행동을 결정해줄 두뇌도 없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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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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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壯子)’ ‘소요유(逍遙遊)’에 보면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글인즉슨 ‘아무 곳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이니 장자가 추구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이상향을 뜻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나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선경(仙境), 그리고 도원경(桃源境)은 상상의 세계일 뿐이지 실제로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 옛날 많은 몽상가나 모험가들은 세상 어딘 가에는 반드시 이상향(理想鄕)이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15세기에 시작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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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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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50대 이상의 장·노년층들은 심기가 몹시 불편합니다. 그러잖아도 사회가 시끄럽고 어수선한 와중에 때아닌 맥아더동상 철거논쟁이 뜨겁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6·25전쟁 때 몇 차례씩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남은 이들에게 맥아더야말로 고맙기 이를 데 없는 ‘은인중의 은인’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정치에 대해 말수가 적은 이들조차 “맥아더가 잘못이라면 6·25때 공산화됐어야 한다는 말이냐”고 철거론 자들을 격렬히 비판합니다. 1880년 미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태어난 더글러스 맥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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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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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 밝은 달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국민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이합니다. 이미 전국의 도로, 철도, 뱃길, 항로(航路)는 때를 만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성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연례행사가 된 ‘민족의 대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벌써 몇 일전부터 전국의 도로 어귀에는 ‘귀성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들이 경쟁이나 하듯 내걸려 따뜻한 고향인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명 가배(嘉俳)라고도 불리는 추석은 신라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3대 유리왕(서기 32년)때 경주에서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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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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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서 ‘천자’자리를 계승하는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 째는 큰 덕을 지닌 인물을 찾아 제위(帝位)를 양도하는 선양(禪讓)이요, 두 번째는 무력으로 왕위를 찬탈하는 방벌(放伐), 세 번째는 자신의 자식에게 물려주는 세습(世襲)입니다. 천자(天子)란 ‘천명을 받은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황제(皇帝)’를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옛 사람들은 천자가 하늘의 뜻에 따라 백성에게 선정을 베푸는 것을 이상적인 정치 형태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천자라도 선정을 베풀지 않고 백성들을 잔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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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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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난무합니다. 한 마디 말이 두 마디 말이 되고 두 마디 말이 다시 네 마디 말이 되어 춤을 춥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말이 온 사회에 넘쳐 나니 목하 대한민국은 말이 범람하는 나라가 되어 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들 말이라면 신바람이 납니다.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정당대표들도 입만 열면 신이 납니다. 신문을 펼치면 논객들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이 불꽃을 튀고 여야당 대변인들은 입에 거품이 마를 새가 없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건 하나같이 덕담은 없고 냉소적인 험담, 살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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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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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식(洪範植)이 전북 금산군수로 부임한 것은 1909년이었습니다. 명문거족 출신이면서도 평소 나라에 대한 생각이 깊었던 홍범식은 전임군수에 의해 국유로 몰수되어 빼앗긴 백성들의 땅을 찾아 주는 등 선정을 베풀어 군민들의 칭송을 받았습니다. 전임지인 태인에서도 2년 동안 재임하며 황무지 개간과 관개사업에 힘을 쏟았던 그는 백성들을 의병으로 몰아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은밀히 의병활동을 도와 이미 선치자(善治者)로서 명성이 난 터였습니다. 홍범식은 일본이 한국을 병탄(倂呑)하려는 음모를 알아채고 남몰래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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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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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타랍을 내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 조우를 하는 순간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엊그제 광복60년 기념행사 참가를 위해 서울에 온 북측대표단일행이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바라보는 소회는 그랬습니다. 현충원에 도착해서 머문 시간은 고작 10여분내외, 또 현충탑에 머리를 숙이고 묵념을 한 시간은 단 5초에 불과했지만 이는 그 상징성으로 보아 1950년 민족상잔을 벌인 6·25 전쟁이후의 가장 큰 ‘사건’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워낙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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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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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로 국민들이 숨을 몰아 쉬고 안기부의 불법도청파문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사이 노무현대통령은 5년 임기의 반환 점을 돌고있습니다. 2003년 2월 25일 취임식을 가진 게 엊그제처럼 눈에 선한데 이 달 25일이면 어느덧 재임 2년 반을 넘기게되니 미상불(未嘗不) ‘세월유수(歲月流水)’라던 옛 시구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호적인 사람들은 “아니, 벌써 반이나?”하고 아쉬워하겠지만 노대통령을 싫어하는 비판적인 사람들은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았어?”라며 볼멘소리를 할 것입니다.돌이켜 보면 지난 2년 6개월 우리 사회는 참으로 어수선했습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노무현정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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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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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무더위 대단합니다. 삼복이라고는 하지만 연일 30도를 치솟아 푹푹 찌는 불볕더위는 영락없는 가마솥이요, 잠 못 드는 한밤중 열대야 또한 찜통을 방불합니다. 옛 사람들이 혹한을 동장군(冬將軍)이라 하면서 폭염을 염제(炎帝)라 칭했던 뜻을 알만합니다. 지난주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핫 뉴스가 잇달았습니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파업, 병원노조파업, 동해안 총기탈취사건, 두산그룹 형제들의 분쟁, 안기부 불법도청파문 등이 온 나라를 한바탕 시끌벅적하게 했습니다.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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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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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허탈합니다. 아니, 분통마저 터집니다. 이 넓은 땅 덩이에 살면서 내 땅 한 평을 갖고 잊지 못하다니…, 분통은 이내 좌절감으로 바뀌고 뒤이어 스스로의 무능함이 뼈에 사무쳐 옵니다. 이런 비애감은 이 나라의 대다수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엊그제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토지 소유현황은 우리 사회의 부의 편중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극명하게 보여 줍니다. 전국민의 상위 1%인 48만7000명이 전체 사유지의 절반이 넘는 51.5%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빈부의 양극화현상이 어느 정도인가를 한마디로 설명합니다. 충북의 경우도 상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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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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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엘 다녀왔습니다. 1992년 9월 한중수교 때 가보고 13년만에 다시 가 본 베이징은 지금 대역사(大役事)가 한창이었습니다. 연일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열기가 날씨만큼이나 뜨거워 보였습니다. 인구 1400만의 천년고도 베이징은 올림픽을 통해 초일류 현대도시로 웅비한다는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전 해인 2007년까지 도시의 40%를 뜯어고쳐 첨단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자금성을 축으로 베이징 시내를 순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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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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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전선이 팔도강산을 넘나들며 이곳 저곳에 게릴라성 비를 뿌립니다. 한바탕 폭우에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낙담하는 모습이 TV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조금 비가 왔다하면 홍수요, 며칠 가물었다 싶으면 한발로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이 이 땅의 숙명이니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나약함이 더욱 무력해 질뿐입니다. 15일이 초복(初伏)이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됩니다. 곧 장마가 물러가면 이내 휴가철로 들어서고 직장과 가정에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앞 다투어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몰려들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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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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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불인견(目不忍見).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나는 못 보내! 보내면 나는 죽어! 안돼! 안돼!”사랑하는 아들의 주검이 불 속으로 들어갈 때 몸부림치며 울부짖던 어머니는 이내 실신하고 맙니다. 화장장에 메아리 치던 여덟 병사 가족들의 애끓는 단장(斷腸)의 절규에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군들 눈물짓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자식의 불효 가운데 첫 번 째가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뜨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른 바 참척(慘慽)인 것이지요. 혈육을 잃는 슬픔이야 누구라고 다를 리 없겠으나 내 속으로 낳아 눈에 넣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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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회 고문
2005.06.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