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뱀이 있습니다.
뱀의 꼬리는 몸뚱이 끝에 붙어 있어서 언제나 뒤에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꼬리는 늘 불만이 가득 차 머리에게 말합니다. “어째서 나는 항상 너의 뒤만 쫓아다니고 네가 늘 내 대신 의견을 말하고 갈곳을 정하고 하는가. 그것은 정말 불공평하다. 나도 엄연히 뱀의 일부인데 노예처럼 너를 따라만 다니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머리가 대답합니다.
“아니, 너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너는 앞을 볼 수 있는 눈도 없고 위험을 알아차릴 귀도 없고 행동을 결정해줄 두뇌도 없지 않은가. 나는 결코 나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생각해 앞에서 너를 인도 할뿐이다.”

꼬리는 “허! 허!”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그런 소리는 귀가 아프게 들었다. 어떤 독재자도, 어떤 압제자도 모두 말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은 제 마음 내키는 대로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합니다.

머리는 “그렇게 까지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네가 나의 역할을 해 봐”하고 말합니다.
꼬리는 매우 기뻐하면서 앞장서서 나갑니다. 그러나 뱀은 곧 구렁텅이에 빠지고 맙니다. 머리가 온갖 노력을 한 끝에 간신히 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꼬리는 이내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꼬리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뱀은 더욱 덤불 속으로 빨려 들어가 온 몸에 상처를 입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뱀은 머리의 지혜로 간신히 가시덤불에서 빠져 나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 속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더니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집니다.

꼬리는 두렵기 시작합니다. 다급해진 머리가 필사의 노력을 해 보지만 허사입니다. 뱀은 몸뚱이는 물론 머리도, 꼬리도 함께 불에 타 버리고 맙니다. 결국 뱀은 맹목적인 꼬리 때문에 목숨을 잃고 맙니다.

유태민족의 법전 ‘탈무드’에 있는 이 이야기는 오늘 한국사회의 모습을 예견이나 한 듯이 교훈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통과 꼬리는 제 각각 나름의 역할이 정해져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모르는 꼬리가 제 분수를 잊고 무모하게 머리가 되려다 결국 파국을 맞는 이 우화는 불신만이 가득한 우리 사회에 경종으로 다가옵니다.

나의 역할은 망각한 채 남을 원망하고 시기하며 ‘네 탓 타령’에 열을 올리는 어리석음이 뱀의 꼬리와 과연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되기에 말입니다.

민의를 수렴하여 통합의 정치를 펴야 할 여야는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백년하청, 정쟁으로 국민을 좌절하게 만들고 사회각분야 또한 갈등으로 날이 새고 지는 모습은 당쟁으로 얼룩진 조선조 어느 시대를 보는 듯 착각마저 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려면 배부르게 잘 사는 것만이 아닌 남을 탓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잘사는 나라가 되는 것은 경제만 발전시키면 되지만 좋은 나라가 되려면 ‘네 탓’이 아닌 ‘내 탓’이라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조성될 때 비로소 가능해 집니다.

그렇지 않고 눈만 뜨면 남을 헐뜯고 비난하고 뒤에서 돌이나 던지는 풍조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머리와 몸통과 꼬리가 하나가되어야 앞으로 나아가듯 사회 역시 조화를 이룰 때 나라가 발전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뱀의 우화에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 본사고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