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악중 첫째로 의식 속의 ‘신성한 산’ 역대 제왕들 정상 올라 하늘에 제사 7412개의 돌계단 중국인 저력보여
정상에 올라보니 과연 명산이었다. 눈 아래 펼쳐진 운무(雲霧)도 운무렸으려니와 산세의 웅장함이 듣던 대로 장관이었다. 오악독존(五嶽獨尊)이라는 극찬이 허사(虛辭)가 아니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양사언).’ ‘할 일이 태산’, ‘걱정이 태산’이라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태산’은 아주 높고 아주 크고 아주 많은 것을 상징한다.
타이산은 산아래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곳곳에 수많은 유물 유적들이 즐비하다. 첫 번 째는 중국 3대 건축물의 하나인 다이마오(岱廟)인데 이곳은 역대 황제들이 봉선의식을 행한 곳으로 유명하고 규모도 엄청나다. 입산이 시작되면 등산로의 대문인 다이쭝팡(岱宗坊), 붉은 돌에서 유래한 훙먼궁(紅門宮)을 거쳐 산허리 중간의 케이블카가 발착하는 중텐먼(中天門)을 만난다.
이어 진시황이 봉선을 위해 산에 오를 때 폭풍우를 피하게 해줘 ‘오대부’라는 벼슬을 내렸다는 소나무 우다푸쑹(五大夫松), 800여m, 1633의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는 스바판(十八盤), 정상 바로 밑인 난텐먼(南天門)을 지나 여신이 모셔진 비샤츠(碧霞祠), 산 정상인 위황딩(玉皇頂), 르관펑(日觀峰)등 수많은 볼거리가 등산객을 기다린다.
그밖에도 타이산에는 푸자오쓰(普照寺)등 무려 800여 개의 크고 작은 사당과 사찰이 산재해 있는데 유네스코는 1987년 타이산을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타이산 정상에는 역대 제왕들과 시인 묵객들이 바위에 새긴 수많은 명필들이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 중 양귀비에 빠졌던 당나라 현종이 쓴 기태산명비(紀泰山銘碑)는 용이 춤을 추는 듯 서체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996자나 되는 많은 글자를 금으로 입혀 더욱 이채롭다.
한 마디로 ‘중국은 중국’이었다.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7412개의 굽이치는 돌계단을 바라보면서 과연 중국인 특유의 방대한 스케일과 저력이 어떤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족(蛇足). 천하명산 타이산에 올라 멀리 대지를 굽어보는 소회는 한마디로 벅찼다. 지난 날 이 광활한 중원 땅에서 불세출의 군웅들이 천하를 놓고 용호상박 쟁패를 벌이던 장면이 주마등이 되어 뇌리를 스쳐갔다. 그러면서 저 동쪽 바다건너 작은 내 나라 비좁은 땅에서 들려오는 ‘싸우는 소리’가 환청(幻聽)처럼 오버랩 되면서 가슴을 짓눌러왔다. / 중국 산둥성 타이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