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로 국민들이 숨을 몰아 쉬고 안기부의 불법도청파문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사이 노무현대통령은 5년 임기의 반환 점을 돌고있습니다.

2003년 2월 25일 취임식을 가진 게 엊그제처럼 눈에 선한데 이 달 25일이면 어느덧 재임 2년 반을 넘기게되니 미상불(未嘗不) ‘세월유수(歲月流水)’라던 옛 시구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노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호적인 사람들은 “아니, 벌써 반이나?”하고 아쉬워하겠지만 노대통령을 싫어하는 비판적인 사람들은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았어?”라며 볼멘소리를 할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2년 6개월 우리 사회는 참으로 어수선했습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이래 오늘에 이르도록 나라가 조용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한 때문이었든 시대상황이 그러했든 여하간 바람 잘 날이 없이 시끄러웠던 게 최근 몇 해였습니다.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탄핵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사생 결단으로 싸움을 벌였고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도 나라가 뒤 흔들렸습니다.

이상하게도 대통령이 입만 열었다 하면 예외 없이 시비가 일었고 그것은 곧 뜨거운 논쟁이 되어 사회를 달구곤 했습니다. 야당은 아예 대통령 말꼬리 잡는 것이 일상화 되었고 보수언론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대통령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덩달아 반노(反盧) 비판자들은 연신 신바람이 나 입에 거품을 물었습니다.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기름에 불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시빗거리를 제공해 마치 그러한 논쟁을 즐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 2년 반 우리 사회가 걸어 온 길입니다.

노대통령은 야속할 것입니다. 국정을 개혁하고자 하나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국가원수로서의 권위를 버려가면서까지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서 있지만 그 진심이 곡해되는 상황이 안타까울 것입니다.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i·1469~1527)는 ‘군주론’에서 통치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여우와 사자’라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유능한 군주는 여우의 교활함(사기:fraud)과 사자의 힘(폭력:violent)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대통령은 여우일까? 사자일까? 나는 둘 다 아니라고 봅니다. 그게 ‘문제’인 것이지요.

이제 노대통령은 갈 길이 바쁩니다. 산적한 대내외적인 현안에 애시당초 약속했던 국정개혁은 사사건건 발목이 잡혀 지지부진합니다. 남은 임기 2년 반도 곧 레임덕(lame duck)현상을 맞습니다.

대통령의 권위는 점점 힘을 잃고 야당의 정치공세는 더욱 거세어 질 것입니다. 차기대권을 놓고 정치권은 제각기 권력투쟁에 들어가 이전투구를 벌일 것입니다. 그런데 일이 될 리 없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다시 말합니다. “군주는 민중으로부터 사랑 받지 않아도 좋지만 원망 받지는 말아야 한다”고요. 노대통령이 귀에 담아야 할 경구입니다. 노대통령은 여우가되든, 사자가되든 국민들을 편하게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남은 임기동안 기울여야 할 중대과제입니다.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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