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벌론 放伐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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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벌론 放伐論
  • 김영회 고문
  • 승인 2005.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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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서 ‘천자’자리를 계승하는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 첫 번 째는 큰 덕을 지닌 인물을 찾아 제위(帝位)를 양도하는 선양(禪讓)이요, 두 번째는 무력으로 왕위를 찬탈하는 방벌(放伐), 세 번째는 자신의 자식에게 물려주는 세습(世襲)입니다.

천자(天子)란 ‘천명을 받은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황제(皇帝)’를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옛 사람들은 천자가 하늘의 뜻에 따라 백성에게 선정을 베푸는 것을 이상적인 정치 형태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천자라도 선정을 베풀지 않고 백성들을 잔학무도하게 다스린다면 무력으로 제위를 빼앗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였으니 이것이 소위 맹자의 ‘방벌론’입니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선왕(宣王)이 어느 때 맹자와 문답을 주고받습니다. 선왕은 “탕왕(湯王)은 걸왕(桀王)을 축출하고 무왕(武王)은 주왕(紂王)을 토벌했는데 신하인 자가 감히 주군(主君)을 죽여도 되는 일인가?”라고 묻습니다.

맹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인(仁)을 거슬리는 것을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거슬리는 것을 잔(殘)이라고 합니다. 적이나 잔이 되는 자, 이들은 이미 임금이 아니고 보통인간인 범인(凡人)에 불과합니다. 나는 범인인 걸과 주를 죽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주군을 죽였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덕치(德治)를 주장했던 맹자의 이 같은 이론은 치세(治世)는 백성이 첫째이고 둘째가 사직이며 그 다음이 군주라는 논리로 당시의 민본사상(民本思想)을 엿보게 할뿐더러 일종의 혁명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놀랍기만 합니다.

맹자의 방벌사상은 후일 동양3국에서 역세혁명론(易世革命論)으로 발전했는데 토지개혁과 노비폐지, 위민(爲民)사상 등 사회개혁을 주창했던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이론적 바탕도 사실은 이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60년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했던 박정희가 18년 독재 끝에 부하의 총탄에 방벌을 당한 일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는 교훈을 보여 준 사례입니다.

지난 해 탄핵의 위기에 몰렸던 노무현대통령이 가까스로 회생을 한 뒤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푸념을 해 실소를 자아내게 하더니 최근에는 “권력을 주겠다”느니 “임기를 단축해도 좋다”느니 잇달아 튀는 발언을 연발하고 있습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같은 독재자들은 몇 차례 임기도 모자라 종신집권을 꿈꾸다 방벌을 당했지만 노대통령은 한 번의 임기마저 “못 해먹겠다”고 잇달아 비명을 쏟아 내니 국민들이 듣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발목을 잡는 반대세력 때문에 국정의 수행이 어려워 안타까움을 호소한 정치적 발언이 아닌가, 이해된다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된 임기요, 국민들로부터 수임 받은 권력을 놓고 너무 가벼이 푸념을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2002년 12월 20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노당선자가 상기된 표정으로 던진 제1성은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였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제발 노대통령은 인내와 경륜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 하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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