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엘 다녀왔습니다. 1992년 9월 한중수교 때 가보고 13년만에 다시 가 본 베이징은 지금 대역사(大役事)가 한창이었습니다.

연일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열기가 날씨만큼이나 뜨거워 보였습니다.

인구 1400만의 천년고도 베이징은 올림픽을 통해 초일류 현대도시로 웅비한다는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전 해인 2007년까지 도시의 40%를 뜯어고쳐 첨단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자금성을 축으로 베이징 시내를 순환하는 8개 고속노선 중 이미 5개가 완성된 가운데 여섯 번 째 도로인 육환(六環)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2007년까지 팔환(八環)을 모두 완성시킨다는 것입니다.

시내 곳곳 대로변의 낡은 건물이 헐린 자리에는 30층의 현대식 첨단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하늘로 치솟고 있고 거리거리에는 맵시 있는 대형간판들이 질서 있게 도시의 면모를 바꾸어 놓고 있었습니다.

올 여름 베이징 거리의 스포트는 단연 현대자동차의 소나타인 듯 했습니다. ‘北京現代’라는 브랜드로 출시돼 시가지를 누비고 있는 녹황(綠黃), 감황(紺黃), 투톤 칼라 디자인의 뉴소나타와 아반테(현지명 엘란트라)택시는 기존의 폴크스바겐, 아우디, 시트로엥 등 세계적 명차들을 압도하며 베이징 시민들의 고급 교통수단으로 애용되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중국고유의 바탕에 현대적 이미지를 가미하는 대대적인 도시이미지 개선작업에 소나타가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나타의 ‘한류열풍(韓流熱風)’은 연예인들을 능가하는 기세로 중국인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베이징시는 전체 택시 6만대 중 3분의 1인 2만대를 올림픽 전까지 소나타로 바꿀 예정이라고 합니다.

달에서 보이는 지구의 유일한 건축물이라는 만리장성, 방이 9999.5칸으로 남문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한 방에서 하룻밤씩을 묵고 북문으로 나가려면 27살이 된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자금성, 기암절벽을 막아 만든 산정의 인공호수에 유람선이 떠다니는 용경협,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다양한 문화가 숨쉬는 천단공원, 인력으로 거대한 호수를 만들고 그 흙으로 산을 만들었다는 이화원…등등 수많은 세계문화유산에는 날이면 날마다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벽돌 한 장이 사람 한 사람’이라는 선조 들의 한 서린 유적지는 지금 아이러니 하게도 후예들의 관광지가 되어있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그들의 국력과 문화를 전 세계에 과시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는 중화사상과 한족(漢族)의 우월성을 타민족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역력했습니다.

주마간산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베이징을 다시 둘러보면서 203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어느 미래학자의 예언이 줄곧 머리를 맴 돌았습니다. 이제 중국은 물 속의 잠룡(潛龍)이 아니라 이미 승천(昇天)을 시작한 거대한 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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