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팔도강산을 넘나들며 이곳 저곳에 게릴라성 비를 뿌립니다. 한바탕 폭우에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낙담하는 모습이 TV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조금 비가 왔다하면 홍수요, 며칠 가물었다 싶으면 한발로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이 이 땅의 숙명이니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 앞에 인간의 나약함이 더욱 무력해 질뿐입니다.

15일이 초복(初伏)이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됩니다. 곧 장마가 물러가면 이내 휴가철로 들어서고 직장과 가정에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앞 다투어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몰려들 갈 것입니다.

바야흐로 바캉스가 시작되는 것입니다.고속도로는 차량으로 홍수를 이루고 바다와 강, 이름 난 산에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피서객들로 북새통이 될 것입니다.

1960년대 신문의 해외토픽란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유럽의 바캉스행렬이 어느 새 우리 사회에도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그 때는 그런 모습이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부럽기만 했는데 우리도 이쯤 되었으니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땀흘린 뒤의 휴식은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일깨워 줍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기계적인 일상을 떠나 휴식을 취하는 일은 누적된 피로를 풀고 심신의 밸런스를 되찾게 해 준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바캉스는 재충전을 통해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바캉스문화는 그 역사가 일천하다보니 차분히 쉬면서 즐기기보다는 우르르 몰려가 왁자지껄 판을 벌이려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셋만 모이면 판을 벌이는 고스톱, 남은 아랑곳하지 않는 소란한 술판, 노래방의 역겨운 고성방가가 바캉스풍속도가 된지 오래입니다.

교통체증으로 혼잡을 뚫고 지루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가지상혼(商魂)이 기다리고 불편한 잠자리, 불결한 환경, 소란 속에 몇 밤을 보내고 나면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 우리의 바캉스문화인 것입니다.

쾌적하게 편히 쉬는 것이 아니라 “사서 고생을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휴가후유증이라는 희한한 증세마저 겪어야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집에 돌아와 “집이 천국이네”라고 입을 모아 안도의 한숨마저 쉴까.

어쨌거나 이제 전국에서는 한바탕 여름축제가 시작됩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얼마나 이때를 기다렸던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바캉스로 하여 온 나라에 활기가 넘치고 경기마저 회복된다면 그 또한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가지 유념할게 있습니다. 모두가 바캉스로 들뜬 가운데 형편이 여의치 않은 이웃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 말입니다. 폭염아래 땀 흘려 일하는 농민들, 생산 현장의 노동자들, 생업에 얽매여 휴가는 꿈도 못 꾸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습니다.

나의 즐거움이 남의 아픔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 한 시대를 함께 사는 국민적 도리인 것입니다. 모두 다 함께 폭염을 이기는 건강한 여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 본사고문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