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불법카페 운영 적발되자 정 의원에 민원 청탁
“5차례 800만원 주고 ‘양주‧소고기‧송이’ 파티 열어줬다” 메모 남겨
정 의원 측 “돈 봉투 받았지만 돌려줬다…(나머지는) 허황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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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국회의원(국민의힘, 현 국회부의장)이 지역구내 카페업자로부터 돈 봉투를 받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우택 국회의원(국민의힘, 현 국회부의장)이 지역구내 카페업자로부터 돈 봉투를 받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우택 국회의원(국민의힘, 현 국회부의장)이 지역구내 카페업자로부터 돈 봉투를 받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촬영됐다.

돈 봉투를 건넨 불법카페 업자 A씨는 정우택 국회의원과 보좌관에게 5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전달하고, 100만원 상당의 파티를 열어줬다는 내용의 메모장도 작성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국회의원 측은 “(한 차례) 돈 봉투틀 받은 것은 맞지만 돌려줬고, 이후 후원(금) 계좌번호를 A씨에 전달했다”며 “A씨가 영상을 남기기 위해 장면을 (고의로) 일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서 2021년 4월경 커피와 빵을 파는 카페를 열었다. 정상적이라면 근린생활시설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에선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 A씨는 대신 소매점으로 신고하고 불법으로 카페를 운영했다.

카페를 시작한 뒤 얼마 되지 않아 A씨의 불법 영업 사실은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됐다. A씨에 따르면 “3차례 단속돼 벌금을 냈고, 이후 더 적발되면 구속된다는 말에 2021년 말경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카페 정상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 청탁

A씨는 더 이상 카페를 운영할 수 없게 되면서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따르면 카페에 투자한 금액은 대략 11~12억원이다.

정우택 의원 보좌관 B씨에 따르면 A씨는 정 의원의 과거 지역구였던 충북 진천군 출신이다. 정 의원 측은 A씨와 직접 알았던 것은 아니고 그의 형과 정 의원이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정우택 의원에게 불법 운영한 사실이 적발돼 영업이 중단된 카페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양성화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비서관 C씨에게 지시해 청주시 상당구청과 상수도사업본부를 방문해 양성화 방안을 알아봤지만 수도법 등에 따라 양성화가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A씨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메모장엔 무슨 내용 담겼나?

본보 취재진은 불법카페 운영자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장 사진을 입수했다. 이 메모장 촬영사진은 A씨가 주변에 정우택 의원과 있었던 일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메모는 ①, ②와 같은 번호를 부여하는 식으로 작성됐다. 메모장에 담긴 내용 전문은 이렇다.

① 국회의원 선거당시 정 의원 △△△에서 ○○○ 형님과 동행 시 의원님 사무실서 단 둘이 있으면서 200만 드림

② □□□□에서 9/3일 12시 30분 메론 3박스와 함께 의원님께 100만원 넣어서 드림

③ 10/1일 ☆☆☆☆☆☆에서 소고기, 양주등과 의원님, 보좌관, 비서관 분들과 파티 한 후 별관으로 가서 봉투 100만원 드림

→ 파티대금 양주, 송이, 고기 100만원

④ 후원금 300만원 계좌 이체

⑤ 10/2일경 보좌관님 ☆☆☆☆☆☆에 오셔서 가시는 길에 야외가구에서 이야기 도중 100만원 드림.

10/12일경 통화내역. 용돈 관한 이야기

불법카페업자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장. 이에 따르면 총 5차례에 걸쳐 정우택 의원 측에 8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파티를 열어줬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불법카페업자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장. 이에 따르면 총 5차례에 걸쳐 정우택 의원 측에 8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파티를 열어줬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참고로 메모장에 언급된 ‘☆☆☆☆☆☆’는 A씨가 운영하는 카페이름이다. 언급된 국회의원 선거는 2022년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청주상당 선거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로 당시 정우택 의원이 무소속 김시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메모장에 담겨있는 대로 실제로 전달됐나?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종합하면, 그는 정 의원에게 직접 세 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보좌관에겐 한 차례 100만원을 전달했다. 또 은행계좌로 300만원을 입금했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의원 측은 CCTV영상이 남아있는 10월 1일 봉투가 전달된 것은 인정했다.

먼저 CCTV가 촬영된 시각은 2022년 10월 1일 오후 8시 58분경이다. 이 시각은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장의 내용과 일치한다.

메모장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정 의원과 보좌관 등에게 자신의 카페에서 양주와 송이버섯, 소고기 파티를 열어줬고 정 의원을 카페 별관으로 데려가서 100만원을 건넸다고 돼있다.

 

돈 봉투를 건넨 장소인 청주시 문의면 소재 한 A씨 소유 카페 별관 내부 모습.  건불 붉은 원 안에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돈 봉투를 건넨 장소인 청주시 문의면 소재 한 A씨 소유 카페 별관 내부 모습.  건불 붉은 원 안에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본보 취재결과 영상에 나오는 장소와 A씨 소유 카페의 별관으로 확인됐다. 별관 한쪽 모서리에는 CCTV카메라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영상을 보면 A씨가 먼저 별관으로 들어오고 바로 정 의원이 입장한다.

(동영상 삽입)

2022년 9월 7일 정우택 의원 복장 모습( 위쪽)과 CCTV에 촬영된 모습(아래쪽). 복장이 유사하다.
2022년 9월 7일 정우택 의원 복장 모습( 위쪽)과 CCTV에 촬영된 모습(아래쪽). 복장이 유사하다.

 

A씨는 곧 바로 뒷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정 의원에게 주려 했다. 이에 정 의원은 잠깐 A씨를 만류했지만 결국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A씨가 넣어줬는지, 정 의원이 직접 넣었는지는 화면 상태상 정확하지는 않다.

이에 대해 정우택 의원 측도 봉투를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받은 뒤 돌려줬고, 이후 후원계좌를 통해 받았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 보좌관 B씨는 “그날 나도 현장에 있었지만 CCTV 앞에서 한 (돈 봉투를 주고 받은) 건 (직접) 보지 못했다”면서 “(정우택) 의원님이 (나중에) 말씀을 주셨다. ‘A씨가 봉투를 주려 하길래 돌려줬다. 정 나를 도우려면 후원계좌에 넣으라고 했으니까 계좌번호 묻는 전화 걸려 올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송이버섯과 양주를 먹은 사실도 인정했다. B씨는 “이날 A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그분들이 준비한 송이버섯에 고기를 구어 주어서 맛있게 먹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허무맹랑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불법카페 민원이 해결이 안되자) 서운한 감정 가지고 있다가 의도적으로 (CCTV앞에서 돈 봉투를 건네는) 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300만원 계좌이체? 고액후원자 명단엔 없다

정 의원 측은 2022년 10월 1일 A씨가 건넨 돈 봉투를 돌려주고 대신 후원계좌를 알려주고 후원금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일단 A씨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돈을 돌려받았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돈 봉투와 별도로 “후원금 300만원 계좌이체”라고만 돼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300만원을 초과해 기부하면 그 실명이 공개된다.

본보가 정우택 국회의원 고액후원자명단을 확보해 대조해 봤지만 A씨의 이름은 없었다.

A씨의 이름으로 정 의원의 공식 후원계좌로 300만원이 입금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의원 측은 A씨로부터 얼마가 계좌이체됐는지 확인해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

 

불법카페 업주 A씨 “돈 준건 맞죠”

일단 A씨는 현재 메모장의 작성여부와 내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다.

일단 A씨는 정우택 의원과 자신의 카페 문제에 대해 상의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정우택 의원님도 만나서 얘기도 했었죠”라며 “(정 의원이) 카페를 지나다가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메모장을 언급하자 A씨는 최초 답변에서 “누구도 (메모장에 대해) 얘기를 하고 누구도 얘기 했는데 어떻게 (메모장이 취재기자에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요”라며 “글쎄요. 저는 뭐 그거에 대해서는 뭐 제가 얘기하고 싶지 않고...”라고 말했다.

A씨는 메모장이 기록된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자 “사실 아닌 것도 있죠”라고 답했다.

그는 “어떤 것이 사실인 거죠?”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것까지 제가 정말 제가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 후원계좌로 이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 이제, 그거는 저희가 좀...”이라며 “정확하게 그거를 뭐 지금 뭐 그때 당시 기억도 그렇고 제가 지금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그러니가 이게 (정우택 의원에게 현금이든 계좌든) 드린 건 맞는 거죠?”라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죠 뭐. 그거. 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지금 이제 기자님이 저랑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하시면 이게 저한테는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라며 “이게 뭐 괜히 남자들. 나도 장사를 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이게... 심각한 얘기잖아요. 기자분들한테는 중요한 뭐 기사 거리인지 모르겠지만 저한테 심각한 얘기라고요. 그러니까 이게”라고 답했다.

A씨의 말을 종합하면 긍정도 부정도 아닌 말을 할 수 없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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