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보은군수 '알 권리' 앞에 보은군민 4671명이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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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보은군수 '알 권리' 앞에 보은군민 4671명이 떨고 있다
  • 계희수 기자
  • 승인 2020.04.24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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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이름 등 정보 다음달 정 군수에게 공개 결정
선관위 "원래 공개되는 정보, 다만 취지 어긋남은 인정"
정보공개법·개인정보법 등 다툼 여지 있어
주민 '살생부' 주장 "사생활과 자유 침해"

친일 역사 왜곡 발언과 과도한 해외연수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정상혁 보은군수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 청구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 군수가 주민소환청구서 서명부를 정보공개 청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이름 등의 일부 정보 공개를 결정하자, 주민들은 '살생부'가 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정 군수에게 넘기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는 관련 법과 규칙에 따라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보 공개를 제한하는 법률도 상존해 모순이 발견되고 있다. 개인정보 노출, 투표 비밀 침해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명부 공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을 함께한 사람들’이 18일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를 보은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장면.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 추진을 함께한 사람들’이 지난 2월 18일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투표 청구서를 보은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장면. ⓒ충북인뉴스 DB

충북선관위,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해야" 주장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 2월 18일, 주민 4671명이 서명한 정 군수 주민소환 투표 청구 서명부를 보은군 선관위에 제출하고 주민소환 투표를 요구했다.

정 군수가 같은 달 27일 보은군 선관위에 주민소환 투표를 청구한 읍면별 주민 명단을 정보공개 요청했다. 충북선관위가 정보공개법심의위원회를 열어 최근 일부 공개를 결정했다. 다음 달 18일쯤 서명부상의 이름, 서명일자 등이 담긴 정보가 사본이나 파일 형식으로 정 군수에게 발송될 예정이다.

선관위는 정보공개법상 서명부 공개를 제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정보공개법에서는 성명·주민번호 등,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법령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정보는 예외로 규정돼 있다.

이때 주민소환청구 서명부는 '열람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9조 6항.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9조 6항.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주민소환법 등에서는 청구인 서명부 또는 그 사본을 7일간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여 주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 선거과 관계자는 "이번 정 군수에 대한 서명부 공개는 다음달 15일-18일 사이에 시작해 7일 간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렇게 서명부는 애초에 열람하도록 되어있는 정보다. 그래서 정 군수가 청구한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시 된 정 군수의 '알 권리'... 선관위의 서명부 공개, 적절한가?

그러나 각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열람' 자체의 취지와 의미가 서로 달라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우선 주민소환법 등에서 열람 기간을 두는 이유는 작성된 명부의 허위, 오류 유무를 검토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선관위는 공개된 정보가 서명부의 진정성을 가리기 위한 목적에만 쓰일 수 있도록 서명부 열람 방법과 장소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

충북선관위 관계자는 "주민의 서명부 열람 때 직원의 입회하에 열람 상황을 주시한다. 개인정보가 무단 유출되지 않도록 서명부의 사진 촬영, 무단 복사, 무작위 필사는 금지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선관위는 이의신청을 위한 메모는 허용하고 이의신청 후 메모는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열람에 앞서 기간과 날짜, 시간 및 장소를 미리 공고해 알려야 할 의무도 선관위에 있다.

이렇게 선관위 스스로 주민소환 청구 서명부를 개인정보로 취급하여, 정보의 유출이나 타인의 소유를 막고 있다. 이름이 담긴 서명부 사본을 정 군수에게 통째로 전달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2조 1항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개인정보보호법 2조 1항.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개인정보보호법 위배 소지도 있다. 해당 법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을 개인정보로 본다. 이 정보만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사람을 식별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에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보은군에서 주민소환 청구 서명이 가능한 19살 이상 주민은 불과 29,465명이었다. 정 군수에게 전달되는 서명부가 관내 11개 읍·면 별로 구분돼 있다는 걸 감안하면 서명인을 특정하기는 더 쉬워진다.

정상혁 보은군수 주민소환운동본부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좁은 지역사회에서 명단이 읍면별로 공개된다는 건 개인신상이 모두 드러나는 것이다. 공권력을 쥔 정상혁 군수에게 '살생부 명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은 서명부 열람 방법이 제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군수에게 명단 일제를 복사해 준다는 건 주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주민소환투표에 대한 공정성을 심각하게 회피하는 것"이라고 선관위의 이번 정보공개 결정을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국민청원운동을 벌여 전국민적 투쟁으로 소환운동을 확대하고,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정보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보은군민의 권익 침해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충북선관위는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면서도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선거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제기하는 사생활 침해나 투표의 비밀 침해 같은 우려에 대해 우리도 공감하고 있다. 선관위 심의도 거쳤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선관위 차원에서 (국회에) 개정 의견을 내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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