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군수, 이장단 워크숍 망언 전국적 반발불러
77세 최고령 3선 군수 '제왕적 단체장' 부작용 사례

자신의 집무실에서 1차 사과를 한뒤 파문이 확산되자 출입기자실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정상혁 군수
자신의 집무실에서 1차 사과를 한뒤 파문이 확산되자 출입기자실에서 대국민사과를 한 정상혁 군수. 군 간부들을 발표장에 들러리로 세워 비판을 받기도 했다.

친일망언에 대한 정상혁 보은군수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사퇴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정 군수가 중앙당의 문재인 정부 대일본정책 비판 수위를 넘어 평소 자신의 국가관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또한 설화(?) 논란 이외에도 잦은 외유, 독선적 언행 등 과거 행적 때문에 제왕적 자치단체장의 문제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올해 77세로 도내 자치단체장 중 최고령인 3선 군수가 17년 정치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친일망언을 둘러싼 의혹과 정치인 정상혁의 이력에 대해 정리해 본다.

정 군수의 보은군이장단 친일 망언 보도는 8월 27일 <충북인뉴스>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게재되면서 전국적 이슈가 됐다. 하루 전 주간신문 <보은사람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은군이장단의 울산 워크숍 녹화 동영상을 한 주민이 <충북인뉴스>에 제보한 것. 문제적 발언내용은  '세끼 밥도 못 먹던 시절 일본 돈 받아 경제발전' '동남아에서 (일본) 보상받아서 성공한 나라는 한국 뿐' '한일협정 무효화하고 돈 내놔라 하니 믿을수 없는 나라 돼' '불매운동하면 한국이 더 손해…日 더 많이 팔아줘' 등이었다.

또한 폴란드인들이 2차 대전당시 침략국인 독일을 욕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에 대해 “왜? 힘이 없는 놈이 독일한테 계속 앙앙거리고 그렇게 (해)봐야 어린 애가 어른한테 발길로 차이면 나가 떨어지는 그런 꼴이 아녀. 그런 무식한 짓 안한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일본정부의 경제보복에 정면대응을 선언한 우리 정부를 겨냥해 '무식한 짓'으로 폄하한 셈이다.

<충북인뉴스>의 친일망언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게재되자 곧바로 실검 순위에 올랐고 다른 언론매체들의 후속보도가 이어졌다. 비난댓글이 쏟아지자 정 군수는 8월 28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애매모호한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듯 확산됐다. 심지어 보은군청 게시판에 “보은 농산물을 안 사야 군수 퇴진시킬 수 있다” "친일군수가 있는 보은군을 가지 않겠다" 는 '보은 보이콧' 글까지 올라왔다. 시민사회단체의 퇴진요구 성명과 함께 민주당, 정의당 등 정치권의 비판성명도 이어졌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정 군수는 8월 30일 군청 기자실로 내려와 대국민 사과성명을 읽었다. "제 발언을 다시 한번 깊게 뉘우치면서 앞으로 일본과 극우파 아베 일당의 만행을 규탄하는 한편,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역사교육 강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하지만 정 군수의 대국민사과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자신의 발언현장에 '보은사람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참석한 사실을 정 군수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보은사람들' 취재진은 "정 군수는 청소년 캠프를 포함한 각종 단체 워크숍에서 강연하는 걸 일삼아 했다. 치적 홍보와 정치적 색채의 발언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직접 취재해보기 위해 울산까지 자비로 갔다. 강연 도중에 회의실로 들어가자 정 군수가 나를 보더니 '오늘 내 얘기 녹음하지 말라, 나중에 이러쿵 저러쿵 쓰는 거 원치 않는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초대받지 않은 취재진이 참석했으니 정 군수는 당연히 기사화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보은의 진보매체로 알려진 '보은사람들' 취재기자를 앞에 두고 엄청난 망언을 거침없이 쏟아낸 셈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 군수 퇴진운동과 함께 주민소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 군수 퇴진운동과 함께 주민소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정 군수의 망언을 1시간 넘게 들으면서 아무런 이의도 달지않고 박수까지 친 이장단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됐다. 특히 보은이장단 170명의 1박2일 워크숍에 집행된 예산이 무려 5000만원에 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단체복을 맞추는데 1000만원이 들었고 버스 대절비와 호텔비로 1700만원을 지출했다. 또한 3번의 식사비는 끼니 당 1인 4만원 이상으로 '먹자판' 이었다. 결국 특별한 일정도 없이 일회성 행사에 혈세 5000만원이 날라갔고 특강 명목으로 군수 생색만 낸 셈이다.

또 이런 후한 대접(?)을 받다보니 이장단은 '군수앞에만 서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지난 2일 MBC충북 뉴스보도에 등장한 당시 참석 이장은  "(정 군수 발언에 대해)용기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얘기를 못했다고 나중에 울분을 토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지역 지방의 권력자들에 대한 눈치 보기,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3선 군수의 권위앞에 감히 고개를 쳐들고 얘기하기 어렵다는 푸념이다.

지난해 9월 창립된 보은군의정모니터링단 구성도 정 군수의 무소불위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8대 군의회는 민주당 5석, 한나라당 3석으로 정 군수 입장에서는 '야대여소'로 원구성이 된 셈이다. 그런데 모니터링단 참여인사들 가운데는 지역에서 친 군수 성향 인사가 많았다는 것. 그러다보니 의정모니터링단이 군정책에 반대하는 군의원들에게 '압력단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모니터링단에서 자진 탈퇴한 Q씨는 "주민들에게 모니터링 활동보고를 위해 보도자료를 만들자고 했다. 그 내용중에 정 군수의 안하무인격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집행부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 모니터링단이 여소야대 군의회의 '방패막이'가 될 것 같아 중도사퇴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월 보은군의회는 한국당 의원이 다수인 '여대야소'였다. 당시 정 군수는 체육 인프라에 예산을 집중투자해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한국당 의원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새해 예산안 가운데 스포츠파크 조성, 다목적체육관 건립 등 25억원이 넘는 예산을 삭감시켰다. 그러자 체육단체, 숙박협회, 외식업 단체, 관광협회의 군의회 비판 프래카드가 내걸렸고 시내에서 '보은군의회 예산삭감 규탄대회'가 열렸다. 결국 삭감시키려던 체육 관련 예산은 대부분 되살아났다.

보은지역 언론인 A씨는 "정 군수는 20대에 고 육인수 의원 사무실에서 일할 정도로 정치감각이 뛰어났다. 2002년 50대에 도의원에 첫 당선되고 의정활동도 좋았다. 하지만 군수직을 연임하면서 스스로 '무오류의 과신'에 빠진 것 같다. 남의 말을 듣지않고 만기친람식 군정을 했고 주민들앞에서 공무원에게 욕설을 하는등 부적절한 언행이 잦았다. 작은 실수가 계속되다 결국 친일망언으로 설화를 겪게 된 것이다. 사퇴거부시 주민소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번지고 있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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