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 PD의 죽음, 진상조사 결과…“CJB 청주방송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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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PD의 죽음, 진상조사 결과…“CJB 청주방송이 죽였다”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06.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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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요구안도 발표했으나 수용 여부는 미지수  
김혜진 진상조사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 제공
김혜진 진상조사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 제공

진상조사 결과는 CJB 청주방송(이하 CJB)을 지목하고 있었다. 22일(월)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조사는 이재학 PD의 죽음이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 찾아내기 위해 이뤄졌다. 

이재학 PD를 CJB 소속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 사측으로부터 부당 해고를 당했는지 등의 여부를 가려냈다. 또, 이재학 PD가 CJB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하는 동안 회사 관계자들이 부당 행위를 한 건 없는지 따져 물었다. 조사 결과 책임은 CJB에 있었다. 

60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 대책위에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유가족 추천 3명·언론노조 추천 3명·청주방송 추천 3명·시민사회단체 추천 1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가 출범했다.

이들은 약 3개월 동안 이재학 PD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CJB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조사했다. 9차례 회의, 2차례 현장조사, 비정규직 전체 설문조사, 직원 40여 명 면접…. 그 끝에 227쪽에 달하는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그동안 의혹이 제기돼왔던 CJB 청주방송 관계자의 부당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그동안 의혹이 제기돼왔던 CJB 청주방송 관계자의 부당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 제공

진상조사보고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소위원회에서는 △노동자성 및 부당 해고 여부 △소송 과정에서 CJB 위법·부당 행위 유무 등을 통해 이재학 PD 사망의 원인과 성격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2소위원회는 CJB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의 실태와 노동 환경 전반에 대해 다뤘다. 

김혜진 진상조사위원장은 “이재학 PD는 CJB 노동자였으나 프리랜서라는 형식을 개선해달라 요구하다 해고당하게 됐고, 소송 과정에서도 (사측으로부터) 위법 행위를 당하다 패소돼서 목숨을 끊게 됐다”며 “결국 이 죽음의 책임은 CJB에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재학 PD는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됐으나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 여러 프로그램을 맡았고, 상급자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재학 PD가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자 CJB에서 해고한 과정이 ‘부당해고’라는 사실도 지적됐다. 

이재학 PD가 해고 이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하는 동안 CJB 관계자가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등 위법 사항도 확인됐다. 진조위는 지금까지 발생한 일련의 과정이 이재학 PD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내다봤다. 

조사 결과 CJB 청주방송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은 53.8%에 달했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 김다솜 기자
조사 결과 CJB 청주방송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은 53.8%에 달했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 김다솜 기자

방송계 전반의 문제…“관계부처 TF 꾸릴 것”

진조위 2소위원회는 CJB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실태와 노동 환경 전반을 조사했다. 김혜진 진조위원장은 “이재학 PD가 스스로 공언해왔기에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 환경 개선 문제도 다루게 됐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방송계에 만연한 부당 행위들이 CJB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CJB에는 정규직 78명, 비정규직 42명이 근무하고 있다. 5년 이상 근속은 32%에 불과했다. 상시 업무에 비정규직을 남용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보수도 열악했다. 월 250만 원이 보편적이고, 17.6%의 노동자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액수를 받고 일했다. 4대보험, 복리후생이 전혀 부여되지 않는 경우도 발견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방송기자 출신으로 열악한 방송 현장 노동자의 현실과 비정규직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예전부터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고 이재학 PD가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학 PD가) 청주방송과 혼자 거대한 싸움을 하도록 내버려 둔 우리는 공범입니다. 온 몸을 던져 우리 사회 현실을 고발했던 이재학 PD에 대한 진조위 결과와 이행요구안 발표는 청주방송을 너머, 방송계를 너머 우리나라 비정규직을 위한 약속이자 다짐이 돼야 합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관계부처 TF 구성을 통해 현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방송계에서 구조적이고 관행적인 차별을 없애고,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이번 진상조사 결과 및 이행요구안 발표를 통해 다른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열리고,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대책위는 "이번 진상조사 결과 및 이행요구안 발표를 통해 다른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열리고,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다솜 기자

 

동생은 ‘바람’을 말했다 

“이제 CJB 청주방송은 합의, 약속한 대로 저의 형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진상조사결과를 인정하고 즉각 이행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청주방송이 방송국으로 다시 태어나고, 유지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유일한 길입니다.”

고인의 동생 이대로 씨는 단상 위에서 바람을 말했다. 진심 어린 사과 그리고 진상조사결과와 이행요구안을 받아들이는 것. 이행요구안에는 진상조사에서 밝혀진 사안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담겨있다. 

이행요구안 역시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공식 사과 △소송 과정에서 위법·부당 행위 책임자 징계 조치 △명예복직과 유족 보상 등을 통해 이재학 PD를 죽음에 이르게 한 모든 것에 책임을 묻는 일이다. 

둘째는 CJB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방안이다. 진조위는 △정규직 전환자 포함 단일 임금체계 마련 △일터 괴롭힘 및 성희롱 관련 정기 교육 및 전수조사 실시 △장기 직군 직접 고용 계획 마련 및 고용 보장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CJB 청주방송은 진상조사보고서 공개에는 동의했으나,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 제공
CJB 청주방송은 진상조사보고서 공개에는 동의했으나,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 제공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 조건을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방송산업 관계 법령에 ‘방송노동자’를 명시해 노동자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나, 비정규직 상생 방안도 요구됐다. 대한민국 비정규직 방송 노동자의 꿈이 이행요구안에 담겼다. 

이용관 한빛미디어센터 이사장은 이행요구안 촉구를 거듭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 방송사에서 방송노동조건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의미 있는 이행 요구안이 나온 적이 없다”며 “방송·제작 환경 개선에 큰 의미를 남기는 이행요구안을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진상조사위원회가 제시하는 해결방안과 개선방안을 즉시 이행하며, 이행 현황에 대해서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점검을 받는다' - 2020년 2월 27일 합의서 

합의서에는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와 이행요구안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으나 CJB가 이를 받아 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날 21일(일) 늦은 밤까지도 논의가 오갔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의견 접근을 거의 이뤄졌고, 합의서에 서명하는 일만 남았으나 합의가 되진 않았다”며 “진상조사결과 발표에 참석할 것을 CJB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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