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 청주방송이 엎은 합의만 해도 벌써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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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6일 오후 2시 23분]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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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네 번째다. 이재학 PD 사망사건 진상조사 관련 4자 협의체(청주방송·유가족·시민사회·언론노조)가 내놓은 잠정합의안이 또 다시 엎어졌다. CJB 청주방송에서 진상조사보고서 결과를 부정하면서 합의가 깨졌다. 

이번 합의도 문턱을 코앞에 두고 넘지 못했다. 지난 2일(목) 4자 대표 회의에서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 중요한 내용이 변경되지 않는 선에서 일부 문구만 수정한 뒤 교환하자고 약속했다. 합의안이 완성되면  7일(화) 조인식까지 가지기로 회의를 마쳤다. 

“며칠 전 저희 부모님은 진상보고서를 들고 재학이에게 다녀오셨습니다. 그 두꺼운 보고서를 재학이에게 보여주면서 많이 우셨다고 합니다. 매일 매일 하루도 울지 않으시는 날이 없겠지만 그날 유독 많이 우셨다는 말씀에 마음이 미어졌지만 저까지 울 순 없었습니다.” 

이재학 PD는 생전 자신이 CJB 청주방송의 노동자라는 사실을 확인받기 위해,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했다. 사망 원인도 소송 패소가 컸다. 그만큼 유가족에게 진상조사보고서가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이재학 PD 누나 이미선 씨 (가운데) ⓒ 김다솜 기자
이재학 PD 누나 이미선 씨 (가운데) ⓒ 김다솜 기자

 

“책임은 이두영 의장에게 있다”

6일(월) 이재학 PD 사망사건 충북 대책위원회(이하 충북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수용을 거부하는 CJB 청주방송을 규탄했다. 이재학 PD 누나 이미선 씨는 “그동안 사측이 내세운 입장과 행태들은 우리에게 다시 큰 상처를 주고 있다”며 “매번 앞에 나와서는 죄송한 척, 잘못한 척 하면서 하루 안에 (합의서에) 동의하겠다면서도 입장을 번복하는 일이 매번 있었다”고 말했다. 

오정훈 민주노총 언론노동조합 지부장은 “이두영 의장이 법률 자문 핑계로 이 잠정합의안마저 뒤집을 거란 소식이 들린다”며 “이두영 의장이 합의를 흔든다면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반한 사실을 즉각 고발하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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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이면, 기업인이 아니라도 70년 넘게 살아 온 이사회 어른이라면 스스로의 말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충북과 청주 지역 이러저러한 관변단체 대장 자리를 꿰찬 이두영 의장은 더 이상 고인과 유가족들을 능멸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잠정합의안을 뒤집은 책임이 이두영 CJB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은 “이두영 씨가 잠정합의안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이재학 PD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근본적인 책임이 이두영 의장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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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책위, 잠정합의안 수용 촉구 긴급농성 

“유족에게 사죄하고, 잠정합의 수용하라!” 

“약속 파기! 파멸 좌초! 이두영을! 규탄한다!” 

이날 오후 충북대책위는 CJB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긴급 농성을 벌였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왜 CJB 노동조합은 여기 나와서 같이 회사를 향해, 이사회를 향해 목소리 내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여러 어려움이 있을 걸 알지만 조직된 노동자의 힘으로 이두영 의장에게 맞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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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책위는 만약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김정태 금속노조 대전충북 지부장은 “오늘 합의하고, 내일 파기하고, 또 오늘 합의하고, 내일 파기하면서 희망고문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수차례 당했기에 절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학 PD 누나 이미선 씨는 “사측은 건방지게도 유가족에게 돈으로 합의를 시도하려고 했고, 이재학 PD 사건만 인정하려고 했다”며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 평생 체한 기분으로 살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가족을 잃은 우리가 세상 두려울 게 있을 것 같느냐”며 “부모님 눈물을 매일 지켜봐야 하는 우리가 못할 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부터 CJB 청주방송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에서는 4자 대표자 회의에서 나온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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