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 대화요구에 ‘불통’ 일관…“이해할 수 없다”
도민행동과 한 차례도 협의하지 않는 충북교육청
자기설계 교육과정 단재고, 사실상 내년 개교 좌초
기자회견·설명회 일방적 연기…“이유는 공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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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기자회견 직전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과 윤건영 교육감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도민행동 제공)
11일 기자회견 직전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과 윤건영 교육감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도민행동 제공)

 

단재고등학교 개교와 관련 충북교육청 행정이 ‘불통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5년 동안 단재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구성한 교사들이 윤건영 충북교육감에게 수차례 협의와 소통을 요구했지만, 충북교육청은 단 한 차례도 협의하지 않았다. 공교육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이 설계한 단재고 교육과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 7일 단재고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은 채 내년 고등학교 신입생 정원배정 공문을 시행, 일방적으로 단재고 개교를 2025년으로 연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민행동은 “일말의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윤건영 교육감에게 만나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끝내 윤 교육감은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건영 교육감과 충북교육청은 새로운 교육생태계를 염원하는 수많은 교사, 학부모, 도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지역사회 원로들의 우려를 공문서 한 장으로 가볍게 일축해 버렸다”고 분노했다.

 

‘불통’도 모자라 ‘오락가락’까지

불통행정 비판 이외에도 도교육청이 명확한 계획 없이 ‘주먹구구’, ‘오락가락’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기자회견과 설명회 일정을 돌연 연기하고, 연기 이유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

도교육청은 지난 7일 단재고 개교와 관련, ‘교육국장과 차담회 및 오찬’을 10일(월)날 열 계획이라고 기자단에게 알려왔다. 그러나 곧이어 교육국장의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12일(수)로 연기했다.

교원단체 및 교사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 역시 11일 오후 5시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돌연 13일 오후 5시로 연기했다. 이번 설명회의 참가 대상은 △도민행동 △전교조 충북지부 △충북교총 △충북교사노조 등이었다.

도민행동과 전교조 충북지부는 도교육청의 단재고 설명회는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지시'라고 비판하며, 설명회 시작 전 교육국장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설명회 시작 1시간 전 내부사정을 이유로 돌연 연기한 것이다.

도민행동은 “도대체 행정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회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13일 열 것이다. 설명회에 참석하기로 한 충북교총과 충북교사노조에는 12시쯤 연기한다고 연락을 했다. 설명회가 연기된 이유는 교육청 내부사정 때문이고 내부사정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은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교육청과 윤건영 교육감의 '불통 행정'을 지적했다.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은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교육청과 윤건영 교육감의 '불통 행정'을 지적했다.

 

교육감 권한은 도민이 위임한 권한…“소통하라”

도민행동은 설명회에 앞서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두 달여를 줄기차게 대화를 하자고 외쳤지만 충북교육청은 주입식 입시 경쟁교육의 대안적 학교를 갈망하는 도민들의 꿈을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며 “윤건영 교육감은 전향적 결단으로 2024년 고등학교 정원배정에 단재고를 포함시켜 다시 고시하라”고 촉구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한영욱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사무국장도 윤건영 교육감의 불통행정을 지적했다.

한 국장은 “충북교육청과 윤건영 교육감은 사교육 업체와는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정작 충북교육청 소속의 교원들, 충북도민들과는 소통하거나 협력하지 않는다. 그동안 단재고 개교연기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설명 들은바 없다. TV토론회가 두 번 이상 개최되었으나 한 번도 교육청에서 나와서 이야기를 전달한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 유권자인 도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교육감은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도민들의 목소리를 저버림으로써 자신의 존재기반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창수 전교조 충북지부장도 “윤건영 교육감은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윤건영 교육감 같은 불통자,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자는 없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윤건영교육감과 충북교육청에 요구한다. 도민행동과 교육과정에 대해서 협의하고 단재고가 정상 개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건영 교육감은 기자회견이 시작될 무렵, 교육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차에서 내렸고, 강창수 지부장을 비롯해 도민행동 관계자들은 윤 교육감에게 “단재고 개교를 왜 연기하느냐?”, “왜 대화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윤 교육감은 “교육부 심사에서 단재고 개교를 꼭 2024년에 못 박은 것은 아니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느냐 아니냐 판단하는 것은 교육감 권한이다. 교육감은 결정된 이후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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