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13일 ‘북이면 소각 시설 주민 건강영향조사’ 설명회
대기 중 다이옥신은 기준 이내…소변 카드뮴 농도는 3.7∼5.7배
“소각 유해물질과 암 발생률 증가는 근거 부족…사후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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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면 소재 소각장. 옛 진주산업 굴뚝에서 핑크색 연기가 뿜어나오는 장면.(충북인뉴스 DB)
북이면 소재 소각장. 옛 진주산업 굴뚝에서 핑크색 연기가 뿜어나오는 장면.(충북인뉴스 DB)

 

환경부가 청주시 북이면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과 주민 암 발생의 역학적 관련성을 조사했지만,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지난 2019년 4월 북이면 주민들은 인근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암 발생 등 피해를 봤다며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충북대 의과대학 및 (주)한국유로핀즈분석서비스에 건강영향조사와 유해물질 분석을 각각 의뢰했고 그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청주 북이면 건강영향조사 지역.(환경부 제공)
청주 북이면 건강영향조사 지역.(환경부 제공)

 

북이면 대기·토양 오염물질농도 평균보다 낮거나 비슷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소각시설 주변지역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유해물질 배출원 조사에서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은 배출허용기준 대비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이옥신(0.001∼0.093ng I-TEQ/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중 벤조(a)피렌(0.073㎍/S㎥)은 배출허용기준 대비 0.15∼9.3% 수준으로 확인된 것. 또 카드뮴은 검출되지 않았다.

대기 환경조사 결과 북이면 대기 중 다이옥신 농도(0.025pg I-TEQ/S㎥)는 대기환경기준(0.6pg I-TEQ/㎥3) 이내로 대조지역(미원면)·충북·전국의 평균보다 높았으나, 서울 등 다른 소각장 주변지역(0.019pg I-TEQ/S㎥)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조(a)피렌(0.22ng/S㎥)도 대조지역과 전국보다 높았으나 충북(0.42 ng/S㎥)보다 낮았으며, 유럽연합(EU) 기준(1.0ng/S㎥) 및 가장 엄격한 기준인 영국의 기준치(0.25ng/S㎥)를 초과하지는 않았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카드뮴(0.0005㎍/S㎥)도 대조지역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충북 및 전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0.005㎍/S㎥) 이내로 나타났다.

토양의 다이옥신 평균 농도(0.447pgI-TEQ/g) 또한 충북·전국보다 낮았고, 토양의 카드뮴(0.09㎎/㎏) 농도도 전국 평균(0.156㎎/㎏)과 토양오염우려기준(4㎎/㎏)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 제공.

 

생체 조사결과 카드늄·유전자 손상지표는 대조지역보다 높아

그러나 북이면 주민들의 생체 내 유해물질을 조사한 결과 혈액 중 다이옥신 농도(3.13 pg WHO-TEQ/g-lipid)는 서울지역 (7.93pg WHO-TEQ/g-lipid) 대비 39.5%로 낮은 수준이었으나 카드늄 등 일부 항목에서는 대조지역이나 일반 국민의 수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의 소변에서 측정한 카드뮴 농도(2.47㎍/g_cr) 또한 우리나라 성인 평균의 3.7∼5.7배였고 2-나프톨(PAHs 대사체)의 농도(6.14 ㎍/g_cr)는 대조군(3.39 ㎍/g_cr)보다 약 1.8배 높았다. 유전자 손상지표(요중 8-OHdG 농도 9.35㎍/g_cr)도 대조지역(7.65㎍/g_cr)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소변 중 카드뮴 농도는 소각시설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유의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유전자 손상지표(요중 8-OHdG 농도)가 소변 중 카드뮴 농도와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늄은 호흡곤란이나 간기능장애 등 증상을 일으키고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2019년 점검 결과와 작년 8월 기준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카드뮴이 소각장 배출구에서 검출되지 않은 점, 반감기가 20∼30년으로 상대적으로 긴 토양에서도 카드뮴이 낮은 수준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특정 영향 인자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짓기에는 과학적인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청주시 북이면사무소에서 열린 ‘청주시 북이면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착수보고회 장면.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김용대 교수가 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청주시 북이면사무소에서 열린 ‘청주시 북이면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착수보고회 장면.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김용대 교수가 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소각량 증가에 따른 암 발생률 증가 입증할 수 없어”

환경부는 소각량 증가에 따른 암 발생률의 증가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북이면 주민들의 암 발생률은 암 잠복기(10년)를 고려할 때 소각장의 영향으로 볼 수 없는 2000년부터 전국 및 충북 지역의 암 발생률보다 높았던 것.

조사결과 북이면 남자 주민들의 모든 암 발생률은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국 및 충북의 평균 암 발생률을 상회했으나,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충북지역·전국 암 발생률 추이와 같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자 주민들의 암 발생률도 전국 및 충북과 달리 2011년까지 지속해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후 2017년까지도 충북지역·전국 추이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각시설과 가장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진 비호지킨림프종 등 혈액암이나 폐암의 발생 증가 역시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는 2017년 이후 북이면 주민 암 발생률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고 소변 중 카드뮴,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대사체, 유전자의 손상지표(8-OHdG)가 높은 점 등을 고려해 이 지역에 대한 환경·건강 조사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청주시 북이면 일원에는 우진환경개발㈜이 1999년에 소각시설(15톤/일)을 최초 가동한 이래 ㈜클렌코(옛 진주산업·2001년·12톤/일)와 ㈜다나에너지솔루션(2010년·91.2톤/일)이 추가로 세워졌다. 이후 지속적인 신·증축을 통해 1999년 하루당 15톤이던 소각용량이 2017년 기준으로 3개 업체를 합쳐 약 36배 늘어난 하루당 543.84톤에 달했다.

북이면 주민들은 인근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암 발생 등 피해를 봤다며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환경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김용대 교수는 2001년부터 2016년 사이 북이면 주민 5천여 명 중 105명이 폐암을 진단받았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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