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지난 9월 불법 증설 혐의 피고 무죄 판결
판결문 톺아 보니, 클렌코 소속된 이익단체에 재판 감정 맡기고 증거채택
피고인 소속 회사 직원과 전 대표도 증설 인정 취지 발언했지만 모두 배제
법조계 “유죄 뒷 받침 하는 증거 많은데... 이해 연관자에 감정 맡기다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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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각장들이 모여 구성한 이익단체의 검사결과가 청주시 북이면 소재 소각장 클렌코(주)전·현직 임원들의 형사재판 결과를 결정지었다.

1심에서 채택한 피고인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모두 배척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속한 이익단체에 재판의 ‘감정인’ 지위를 부여했고, 그 결과만 채택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익관계가 연결돼 있는 관계단체에 감정을 맡긴 것 자체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쉽게 납득할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증거는 차고 넘쳤지만... 재판부는 “증거 없다” 결론

1심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 목록
1심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 목록

지난 9월 3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태우)는 옛 진주산업(현 클렌코) 전 회장 A씨와 클렌코(주) 전 대표 B씨에 대한 대기환경보전법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의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이 받았던 혐의는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클렌코(주)의 소각로를 청주시의 허가없이 임의로 증설하고, 허가받은 용량을 초과해 불법 소각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 A씨와 B씨는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각로 1·2호기에 관해 배출시설의 규모 및 처분용량의 30% 이상 변경되었다고 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과연 타당할까? 이와 관련 1심과 2심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검찰은 구 진주산업과 클렌코가 허가용량보다 30% 이상을 증설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증거1. 허가용량보다 151% 이상 증가한 공사도급계약서

피고인 A와 B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부분은 소각장 배출시설의 규모를 허가받은 용량보다 30% 이상 증설했는지 여부.

이와 관련 검찰은 클렌코(주)의 소각로 1호기 공사를 맡은 도급업체 C사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서’의 부수 서류들을 제시했다.

C사가 2016년 1월 작성한 ‘1호기 설비사양비교’ 및 ‘1호기 발열량 대 증기 생산량 비교’ 자료에는 인·허가 당시 시간당 4.5톤으로 돼 있지만 실제 설계는 시간당 6.8톤(저위발열량 5830 kcal/㎏)로 기재돼 있다. 무려 51%를 초과한 것이다.

연소실 용적도 540㎡(1차:305㎡, 2차:235㎥)로 허가당시 연소실 용적 370㎡(1차:190㎡, 2차 : 180㎡)보다 170㎡ 크게 기재됐다. 무려 46% 증가한 것이다.

2호기도 마찬가지다. 2006년 5월 폐기물 투입량 시간당 3톤(저위발열량 7010kcal/㎏) 시설로 허가되었지만, 주식회사 진주산업이 2006년 9월경 작성한 ‘2호기 승인도서’ 자료에는 시간당 4톤으로 기재됐다. 허가받은 용량보다 33% 초과한 것이다.

증거 2. 환경관리공단의 조사결과

1심과 2심 재판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환경관리공단은 2018년 7월 5일 및 7월 6일 클렌코(주) 소각시설별 규모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료 채취 검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결과 1호기의 경우 인허가용량 시간당 4.5톤보다 과부하인 소각량 138%에 해당하는 6.2톤을 투입했을 경우와 165%인 7.4톤을 투입한 부하율에서 ‘과부하 검사’ 결과를 모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클렌코의 소각로 1호기가 30% 이상 증설을 하지 않았다면 이를 충족하지 못해야 한다.

2호기도 마찬가지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환경관리공단 직원은 법정에서 “현장 검사 시 (소각로) 설계도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간당 (2호기 허가용량 3톤보다 증설된) 4톤으로 설계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1,2심 판결문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1,2심 판결문

증거 3. 판결문에 명시된 클렌코 전·현직 임직원들의 법정 진술

-소각로 운전원 M (2003년 입사해 현재까지 소각로 운전)

“1호기는 2017년 설치시부터, 2호기는 2016년 11월 경부터 과다소각이 이루어 졌다. 과다소각 이유는 폐기물을 소각하는 열로 보일러 스팀 발생량을 늘려 판매 수익을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설치에 관여할 위치는 아니지만 증설이 없이는 과다 소각이 불가능하다. 1·2호기와는 달리 3호기는 조금만 과다소각을 하더라도 오염물질 발생량이 늘어나서 과다소각을 할수 없는 시설이다”

-전 상무 N

(2006년 입사. 2015년 3월 상무 진급, 폐기물 영업과 환경 및 대관업무 담당. 2017년 6월 30일 퇴사)

“2017년 대표이사에게 2호기 용량초과문제를 이야기했다. 과다소각 이유는 2호기가 2006년 연말에 준공될 때 이미 허가와 달리 상당히 용량이 크게 설치가 되었으므로 허가받은 (시간당) 3톤만 소각할 경우에는 법에 정한 기준인 출구온도 850도를 준수할수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시간당 3톤인 시설에 5톤 이상의 폐기물을 소각하여야 유지되는 것으로 기억된다”

-전 대표이사이자 피고인 A

(2000년 관리처장으로 입사. 2012년 대표이사 취임,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된 이후인 2018년 3월 28일까지 대표이사로 근무)

“3호기는 폐기물 과다소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오염도가 초과하기 때문에 과소각을 할수 없는 시설이다. 1·2호기는 과다소각을 할 수 있도록 소각로와 오염물질이 초과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소각로의 규모를 증설하여 설치하였다. 2호기는 허가용량 3톤의 약 60%가 증설되어 설치된 것이고, 1호기는 시간당 4.5톤 시설로 허가 받은 후 시간당 6.8톤 시설로 증설하였다”

-상무이사 F (2016년 6월 상무이사로 입사)

“스팀을 많이 생산할 목적으로 과다소각을 했다. 3호기는 폐기물 과다소각을 하면 오염물질 발생량이 늘어나 과다소각을 할수 없는 시설이다. 입사 전 완공됐으므로 소각로 1·2호기는 설치 당시 허가용량보다 증설했는지 알수 없다. 기계방면 엔지니어로 오래 근무한 경험에 의하면 증설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증설하지 않은 소각로에는 130%를 넘어서 소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심 재판부가 채택한 유일한 증거는?

30% 이상 불법 증설한 설계도면도 나왔고, 클렌코의 전현직 직원들의 진술도 나왔다. 판결문을 보면 심지어 피고인이 증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이들이 인정한 유일한 증거는 판결문에 ‘O 조합’으로 명시된 재판 감정인의 소견.

우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소각로 1·2호기에 관하여 배출시설의 규모 및 처분용량의 30% 이상 변경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O 조합’의 감정 결과를 인용했다. ‘O 조합’의 감정 의견에 따르면 30% 이상 증설돼 운영됐다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했다는 것.

정리하면 ‘O 조합’ 감정결과 용량을 늘려 30% 이상 소각했다면 클렌코의 소각로는 고장이 나거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초과해 운영이 중단됐을 것인데 그런 상태가 아닌 만큼 증설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O 조합’의 감정결과

‘O 조합’의 감정결과는 논리적으로 배치된다. 이 논리라면 30% 이상 과소각을 하면 클렌코의 소각로는 고장이 나거나 오염물질을 배출하다 적발돼 영업정지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클렌코는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138일 동안 131~294% 까지 과다 소각한 사실이 적발됐다.

10%만 초과해도 정상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한 ‘O 조합’의 감정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O 조합’은 누구?

알고 보니 피고 클렌코가 소속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혐의 항소심 재판 감정인으로 선정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홈페이지 캡처)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혐의 항소심 재판 감정인으로 선정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홈페이지 캡처)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혐의 항소심 재판 감정인으로 선정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 밝힌 설립목적 (홈페이지 캡처)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혐의 항소심 재판 감정인으로 선정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 밝힌 설립목적 (홈페이지 캡처)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혐의 항소심 재판 감정인으로 선정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회원사 명단 (홈페이지 캡처)
클렌코(주) 폐기물관리법 위반혐의 항소심 재판 감정인으로 선정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회원사 명단 (홈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O 조합’은 누구일까? 취재결과 ‘O 조합’은 전국의 소각장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 단체는 어떤 단체일까?

공제조합은 2000년 1월 설립된 ‘한국산업폐기물처리공제조합’으로 최초 설립됐다. 이후 2017년 3월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공제조합의 설립목적은 ‘조합원의 이익증진’. 공제조합은 홈페이지에 “민간소각시설의 산업폐자원 에너지화 시설 추진으로 신재생 에너지 기업으로의 역할증대와 조합원의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함”이라고 설립목적을 밝히고 있다.

가입 조합원도 대부분 소각장 기업이다. 이 사건 피고인 클렌코도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클렌코 등 전국의 소각장과 관련업체 49곳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 사건 피의자인 A씨는 과거 공제조합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재판부는 왜 하필 피고와 관련된 이익단체에 감정을 맡겼을까?

그렇다면 공제조합은 어떻게 재판 감정인으로 채택됐을까? 취재결과 공제조합 외에도 환경관리공단 5~6곳이 소각장 과부하율 검사를 할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공제조합처럼 이익단체가 아닌 국가의 전문적인 시험기관도 존재한다.

공정성을 담보 할 수 있는 기관을 제껴두고 감정인으로 채택된 것은 피고측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과정에서 검찰도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익관계가 연결돼 있는 관계단체에 감정을 맡긴 것 자체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쉽게 납득 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클렌코와 피고들이 직접 관련돼 있는 이익집단이 감정인으로 채택된 재판. 결국 이 감정인의 감정결과가 재판의 판결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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