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학원 비리 폭로한 방명화 전 교사 해임 무효 소송서 승소
2017년 도교육청 신명학원 특별감사 처분 아직도 이행 안 해
"단 하루만이라도 교단에 서고 싶었지만 윤건영 교육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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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화 전 교사 인터뷰>

신명학원 방명화 전 교사.
신명학원 방명화 전 교사.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분명히 잘못된 일인데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인들을 비롯해 정의로운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언젠간 진실이 밝혀질 거라는 믿음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충북을 넘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충주 신명학원 문제가 마침내 일단락됐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신명학원의 방명화 씨 징계(해임)가 잘못된 것이라고 판결했다.

고소·고발 피의자 13번, 숱한 의혹과 구설수, 파면과 해임을 연거푸 겪었지만 방 씨는 마침내 ‘방명화가 옳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장학금 문제가 시작이었어요. 장학금 기부자 의도에 맞지 않게 장학금이 사용되는 것을 문제 제기했고, 학원 측에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학원 측은 저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저를 비난했습니다.”

 

이미 해임 교사로 교직을 마감하고 일반인 신분이 된 방명화 씨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내부고발의 시작점이 된 장학금 이야기부터 꺼냈다.

벌써 12년 전 일이다. 신명학원에는 외부로부터 기탁받는 장학금이 있었는데, 방 씨는 2011년 장학금 업무를 담당하면서 그 장학금이 기탁자의 의도대로 쓰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써야 할 장학금이 업무담당자인 자신도 모르게 불투명하게 쓰여지고 있었던 것. 너무 이상했고, 바로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학원 측 대응은 뜻밖이었다고.

 

“방 선생이 무슨 상관이냐고 했어요. 막 소리를 지르면서 신경 쓰지 말라고 했고, 저를 막 나무랐습니다.”

 

이상한 것은 장학금만이 아니었다. 이후에 터진 체육부 기숙사 불법 운영 문제, 성적 조작, 학교 내 (성)폭력 문제 등은 신명학원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사안이 크면 클수록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학원 측의 대응이었다고.

 

“장학금 사건 이후 학원은 저를 느닷없이 고등학교로 발령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한 시간도 안 주고 순회 수업만 일주일에 18시간을 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아이들과는 수업을 하나도 못 하고 다른 학교 수업만 한 거죠. 교무회의 시간에 말도 못하게 하고…. 장학금 사건 이후부터 저는 모든 일에서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성폭력 사안이 불거졌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학원 측은 아이들보다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책임을 모면할까에만 몰두했습니다. 아이들을 회유하는가 하면…. 교육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방 교사는 급기야 2016년 학원으로부터 △아동복지법 위반 △품위유지 위반 △복종의무·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파면이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학원 측은 학생들간의 학교폭력 사안은 덮어둔 채,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목덜미를 가볍게 때린 방 씨를 오히려 문제 삼았고 아동학대 교사로 낙인찍은 것.

경찰·검찰 조사, 징계 무효소송, 승소, 복직, 또다시 이어지는 해임 등 방 씨에게 지난 8년은 싸움의 연속이었다. 장학금으로 시작된 내부고발은 결국 교사로서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고스란히 감당한 후에야 마무리되었다.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방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방 씨는 지금 상황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숱한 의혹과 비난, 구설수로 이미 큰 상처를 받았고 신명학원은 물론, 신명학원의 징계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충북교육청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2017년 도교육청은 신명학원의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23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현재까지도 버젓이 승진도 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자신은 천직이라 여겼던 교단을 인사 한마디 없이 떠나게 됐다.

방명화 씨는 지난 7월 말 청주지검으로부터 신명학원의 해임처분 무효확인 소송 2심에서 승소한 이후 윤건영 교육감을 만났다.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관리감독 촉구와 정년이 한 달밖에 안 남았으니 단 하루만이라도 복직해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싶다는 소망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연락은 없었고 이후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방 씨는 해임상태에서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교직 생활 30여 년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너무 한스럽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알찬 수업을 하고 인사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명화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전교조 충북지부 제공)
지난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명화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전교조 충북지부 제공)

 

방 씨는 지금이라도 신명학원의 징계가 이행되길 바라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기자회견은 이러한 취지에서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방명화 씨는 “충북교육청은 특별행정사무감사에서 사학비리를 확인하였음에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관리감독 강화나 특별행정사무감사 지적사항 이행을 확인하는 행정조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충북교육청 고유권한을 포기하는, 스스로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 씨는 앞으로 교육계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고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것이라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또 다시는 자신과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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