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준 박사, 전교조·새로운학교네트워트 간담회서 강의
“디지털 기기 많이 사용할수록 수면·건강·학업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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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디지털 강국을 주창하며, 학생들에게 디지털 역량과 디지털 기기 사용을 권장했던 스웨덴이 최근 디지털 기기 대신 종이책으로 선회했다.
너도나도 AI 또는 디지털산업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스웨덴의 최근 결정은 의외였고,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도대체 왜?”
스웨덴에서 40년가량 살면서 스톡홀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교수로 강의도 하며, 스웨덴 감사원의 감사관, 국가교육청 교육정책평가과장으로 일했던 이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은 한창 디지털 기기와 AI에 ‘빠져’ 있는 충북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황선준 박사.
그는 40여 년간 스웨덴과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교육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스웨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장, 경남 교육연구정보원장, 국가교육회의 위원으로도 활약했다.
그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의해 정책을 결정해야 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하며 특히 교육은 결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충북과 흡사했던 스웨덴, 왜 종이책으로 돌아섰는가?
황선준 박사는 지난 3일 전교조 충북지부와 충북새로운학교네트워크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스웨덴 디지털 교육 10년, 왜 종이책으로 돌아왔는가’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황 박사는 “한국에서의 강의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스웨덴이 디지털 기기에서 종이책으로 선회한 배경과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황 박사에 따르면, 스웨덴은 2011년부터 학교·교육에서 디지털 현대화 추진을 시작했다. 2017년에는 학력 향상과 교육의 평등을 위해 △학생과 교직원의 높은 디지털 역량 △모든 학교의 인터넷, 디지털 교재, 디지털 기기의 동등한 접근성과 사용 △디지털화의 가능성 연구를 진행했다. 2022년에는 이러한 정책이 좀 더 강화, 심지어 유아들에게도 디지털 교재 사용을 의무화했고 대폭 확대했다,
스웨덴의 모든 학생은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제공 받았고, 학교는 디지털 교과서를 완전 도입했으며, 서·논술형 시험도 노트북을 사용해 치렀다. 우리나라, 특히 충북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그 결과 스웨덴의 학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스웨덴의 국민건강청은 놀라운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국민건강청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한 스웨덴 학생들은 수면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특히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한 5세 미만 유아들의 경우에는 분노와 공격성이 높아졌다. 10살 이상 디지털 기기를 많이 이용한 학생들은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가지게 되었고 △식이장애 △비만 △자해 △현실도피 △고립 △허리통증 △두통 △정신 질환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왕따, 폭력, 범죄, 성폭력 등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었으며 창의력 및 상상력을 상실했다는 결론도 얻었다.


결국 국민건강청은 육체적 운동, 부모·자녀 관계의 중요성, 잠자기 30~60분 전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할 것을 권했다. 급기야 만 2세까지는 디지털 기기 사용 금지를 결정하기에 이르렀고, 13~18세 중·고등학생이라도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하루 최대 3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스웨덴 교육부 장관은 디지털 교과서를 줄이고 종이책을 많이 사용하라고 권장했으며 고학년이라 하더라도 디지털 교재 사용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과정도 수정되었다.
국민건강청과 스웨덴 교육부의 이러한 결정은 뇌과학자들과 소아과 의사들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그 파장이 컸다.
황선준 박사는 “국내·외 연구 결과 디지털 기기 (과다)사용은 수면 정신적 육체적 건강 학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스웨덴은 고학년도 종이책 구입 위해 국고를 지원하고 15세 이하 학생들에겐 SNS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해야"
황 박사의 이날 강의는 최근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AI교과서를 도입하는 우리나라 교육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AI교과서를 도입한 충북교육청 정책에도 많은 의문점이 들게 한다.
현재 충북교육청은 학생들의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기기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AI 등을 이용해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도교육청의 전체 예산이 줄어들었음에도 다채움 등 디지털 교육 분야의 사업은 오히려 예산을 늘었다.
이와 관련 황 박사는 “교육은 과학적인 연구와 오랜 경험을 통해 검증된 것을 토대로 해야 한다”며 “도교육청에 하고 싶은 말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를 통해 얻은 디지털 기기 사용의 문제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교사들은 황 박사에게 한국 교육의 문제와 개선점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황 박사는 “한국 교육은 사실 전달 중심 교육에서 체험과 비판 의식 함양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 및 교사의 자율성을 언급하며, “사실 교육청에서 하는 일들은 거의 다 없애고 대신 그 돈을 학교에 주어서 학교가 알아서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꼭 해야 하고,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