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청, 단재교육원 블랙리스트 불송치 결정
“업무방해죄에서 공무는 업무에 해당 안 돼”
“짜맞추기 수사”…충북 교육단체 거센 반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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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단재교육연수원 강사를 붉은색, 노란색으로 구분해 배제한, 이른바 ‘충북교육청 블랙리스트’에 대해 충북경찰청이 범죄라고 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송치 결정했다.

충북경찰청은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충북교육청이 단재교육연수원에 보낸 강좌 및 강사 목록이 블랙리스트에 해당하는지 수사한 결과 목록의 작성경위, 작성과정, 작성 후 전달과정, 목록의 내용, 충북교육청의 감사결과보고서 등을 종합해 볼 때 블랙리스트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불송치 결정을 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된 사건이 추가로 접수될 경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충북 교육행정이 조속히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충북교육청 블랙리스트 사태해결을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지난 1월 26일 윤건영 충북교육감, 천범산 부교육감, 한백순 정책기획과장에 대해 ‘직속기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된다’며 직권남용으로 인한 업무방해(형법 제314조) 혐의로 상당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

연석회의는 블랙리스트 작성자의 윗선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찰수사를 통해 블랙리스트 몸통이 밝혀지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경찰청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업무’에 ‘공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사건번호 2009도 4166)를 토대로, 충북교육청 업무는 공무에 해당하므로 범죄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9년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한바 있다.

 

충북교육청 블랙리스트 왜 불송치됐나

충북교육계는 충북교육청 블랙리스트를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비교하며 분노했다. 윤건영 교육감의 의중이라며 ‘평화통일’, ‘행복’, ‘혁신’을 배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충북경찰청의 수사 결과는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반대로 나왔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충북경찰청 A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였지만 이번 고발은 업무방해 혐의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는 공무원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직권을 남용,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성립된다. 구체적으로 피해를 보는 단계까지 진행돼야 범죄로 성립된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에서 자행됐던 블랙리스트로 일부 문화계 인사들은 실제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연석회의의 윤건영 교육감, 천범산 부교육감, 한백순 정책기획과장 고발은 실제 피해 받은 사실을 첨부하지 않은 업무방해 혐의에만 국한된 고발이었다.

A씨는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다시 고발한다면 다시 조사할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어 “블랙리스트라고 보기 어렵다고 표현한 것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충북경찰청 '증거부족' 발표에 도민 반발 예상

충북경찰청 수사 결과와 관련 충북교육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충북교육청이 감사결과 발표를 경찰조사 결과 이후로 못 박은 만큼 블랙리스트 사안이 ‘아무 문제없는 일’로 치부,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석회의는 경찰조사발표 당일인 13일에도 충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정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연석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충북경찰청이 블랙리스트 수사를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거나 피고발인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와 짜맞추기 수사가 의심되고 있다”며 “블랙리스트를 지시하고 작성하고 배포한 관련자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여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수사과정에서 윤건영 교육감에 대해서는 단 차례도 조사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충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누구를)조사할지 말지는 우리가 판단해서 하는 것이다. 조사가 필요 없다고 결정한 이유를 밝힐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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