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업체 모집 통보에 미화노동자 천막 농성 돌입 9일차
노조 "공적 기능 수행하는 전기공사협회, 정부 지침 이행해야"
협회 "고용 승계 법적 책임 없어…위탁 업체가 결정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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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공사협회 본관동 로비에 위탁업체 소속 미화노동자들이 협회와 면담을 요구하면서 점거 농성에 들어섰다.
지난 27일 위탁업체 소속 미화노동자들이 협회와 면담을 요구하면서 한국전기공사협회 본관동 로비 점거 농성에 들어섰다.

 

“잘못한 것도 없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생겼는데 어쩌겠어요. 실질적으로 우리의 임금과 일을 결정하는 곳은 협회 아닌가요. 우리 이야기라도 좀 들어달라는 겁니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고무 장갑이 없어 맨손으로 청소하고 세제가 부족해 사비로 사오면서까지 일해왔습니다. 우리는 협회가 오송으로 이전할 때부터 2년간 함께 고생해온 11명 동료들과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영하 14도를 기록한 이달 20일,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한국전기공사협회 중앙회(이하 협회) 정문에는 미화 노동자 11명의 고용 승계를 촉구하는 천막 농성장이 들어섰다. 건물 관리 위탁업체의 재위탁업체에 소속된 평균 65세 미화 노동자들은 이달 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협회는 중앙회 건물관리 위탁용역 공고를 통해 C업체와 2년 계약을 맺었다. C업체가 미화용역을 재위탁한 것이 A업체다. A업체와 계약한 미화노동자들은 이중 하청 구조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협회가 근무시간 감축과 신규 업체 모집을 통보하면서 11명의 미화노동자가 해고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평등지부 한국전기공사협회지회 유복종 지회장(미화 팀장)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자 A업체에게 해고 위협을 받았고 이를 개선하고자 노동조합을 조직했다고 설명했다.

유 지회장은 “미화노동자들은 지하주차장에 창문 하나 없는 휴게실을 이용하고, 청소용 세제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서 사비로 용품을 구매해야 했다”며 “A업체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니까 ‘자꾸 이야기하면 내년에 재계약을 안하겠다’고 하더라"며 호소했다.

6명의 미화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단체교섭을 통해 A업체와 임금 협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해왔으나 협회 측에서 내년도 신규 입찰 공고를 게재하면서 “새로운 업체와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입찰 공고를 통해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미화 노동자들이 협회에 면담을 요청하며 고용 승계를 촉구했으나 협회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 승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유 지회장은 “재하도급 형태로 계약된 미화노동자들의 임금 조건과 직무를 조정하는 실질적 사용자는 위탁업체가 아닌 협회”라며 “어디 구역에서 며칠을 일해야 하는지 업무규약도 있는데, 협회가 관리·감독을 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도 신규 계약 업체 측에선 ‘협회와 이야기해보란’ 말만 한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복종 지회장이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충북평등지부는 전기공사업법 제25조에 의거해 설립된 협회가 공공성을 띄고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충북평등지부 홍수연 조직차장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기관의 관리·인가를 받아 공적 사업을 운영하는 전기 공사 업계의 유일무이한 협회"라며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명시된 바와 같이 고용승계 의무를 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관리 용역을 위탁받은 C업체에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새 업체를 모집했다”며 “계약상 고용 승계와 관련한 사항이 없었고, 미화 노동자들은 근무기간이 2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 승계 기대권 또한 없어 협회는 법적 의무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27일 진행된 '한국전기공사협회지회 고용승계투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결의대회' 

 

위탁업체 소속 미화 노동자 11명은 협회 건물 △본관동 △교육동 △생활관 3개 동의 청소·관리를 맡아왔다.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하여 7시간을 근무했으며, 이 중 6명의 미화노동자들은 2022년 협회 중앙회가 서울에서 오송으로 이전을 준비하면서부터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나라장터에 게재된 용역 공고에 따르면 기존 미화 인원을 11명에서 10명으로 조정 및 근무시간을 7시간에서 5시간으로 변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미화 노동자들은 위탁업체와 협회 모두 예고도 없이 용역 공고를 통해 11명 노동자의 해고를 통보했다며 “80년대도 아니고 이렇게 해고를 통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을 본 적이 없다”며 “사회적으로 이해받을 수 없는 협회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협회가 나서서 고용승계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청해왔다. 지난 27일 협회관계자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미화 노동자를 포함해 면담을 가졌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미화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고용승계를 통한 생존권 쟁취를 촉구하며 오는 29일 2차 결의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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