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중 동문·주민자치위원회 단재고 설립 반대 현수막 걸어
기존 교육과정에 적응 못하면 ‘부적응학생=불량학생’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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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불량학생 수용불가’

‘기숙형 대안학교 주민들은 불안하다’

‘부적응 대안학교 건립 철회하라’

단재고등학교가 들어설 청주시 가덕면에 내걸린 현수막 내용이다. 단재고등학교(가칭) 설립을 반대한다는 것인데, 당초 충북교육청이 의도했던 단재고 설립 취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미래인재를 육성한다는 단재고 설립취지는 고사하고 불량학생이라니… 아직 개교도 하지 않은 단재고는 ‘불량학교’로 낙인찍혔다.

그래서 현수막을 내걸은 주체를 살펴봤다. 주체는 가덕중학교 총동문회와 가덕면 주민자치위원회였다. 일단 김영일 가덕면 주민자치위원장의 설명이 필요했다.

 

“차라리 청주교도소가 들어온다면 맘이 편하겠어. 왜냐하면 (청주교도소는)통제를 하니까. 경비도 서고 보안시설이 있으니까. 그런데 기숙형고등학교는 아니지. 한창 아이들이 사춘기인데 우발적인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 마을에 딸 셋을 키우는 집도 있는데 그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학생들이 범죄를 저지를까봐. 착한가게 간판을 붙여 놓고 불량품을 팔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 얘기지.”

 

김 위원장은 아직 개교도 하지 않은 단재고의 학생들을 이미 ‘예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었고, 마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충북교육청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이 지난 5년여 동안 미래인재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단재고 교육과정은 살펴본 것일까.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과 가덕면 주민들의 이 엄청난 생각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동문회와 주민들은 어떤 근거로, 아직 문도 열지 않은 학교의 학생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는 것일까.

우선 김영일 위원장에게 ‘불량학생’ 출처를 물었다. 그는 유상용 충북도의원(교육위원회·국민의힘·비례)으로부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유상용 의원한테 단재고가 정규교육에 부적응하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라고 전해 들었어요, 특목고나 과학고처럼 좋은 학교,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온다면 반대하지 않죠. 나도 옛날에 태권도를 했었고 불량학생이었어요.”

 

설명을 듣다 보니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좋은 학교란 또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전통 있는 학교죠. 졸업생들이 어디 나가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학교, 여기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잘 되어서 공무원이 됐든, 고위직이 됐든 올라갔을 때 자기들이 다녔던 학교에 더 좋은 쪽으로 보답을 하겠죠.”

 

그렇다면 공무원이나 고위직을 배출하지 않는 학교는 좋은 학교가 아닌 걸까? 또 국영수 이외에 운동이나 미술, 음악, 컴퓨터, 주민자치위원장이 했다는 태권도는 공부가 아닌 걸까?

유상용 도의원에게도 물었다. 그는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 ‘불량학생’이 아닌 ‘공부 부적응 학생’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단재고 교육과정과 미래인재와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대안교육 교사들은 단재고에서 미래인재를 육성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교육과정에 미래인재 육성에 적합한 내용이 없어요. 목공과 철공이 눈에 띄었어요. 목공과 철공이 미래교육인가요? 직업계 고등학교랑 비슷하더라고요. 저도 아이를 키워봤고…. 기자님도 아이가 있으신가? 부모입장에서 보면 그렇잖아요. 영재고도 보내고 싶고, 과학고도 보내고 싶고, 의사를 만들어볼까, 판사를 만들어볼까 그렇게 생각을 하잖아요.”

 

‘공동체 의식을 가진 자기주도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단재고에서는 목공과 철공 이외에도 철학·언론학·예술·스포츠·노동·인턴십 등의 대안교과가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위원회인 유 의원은 아마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싶다. 또 유 의원은 영재고, 과학고, 의사, 판사로 아이를 키우는 것을 성공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덕면의 ‘놀라운’ 내용의 현수막은 유상용 도의원이 김영일 주민자치위원장에게 전한 ‘공부 부적응 학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하다지만, 현수막으로 인해 앞으로 공무원이나 고위직이 되고 싶지 않은(될 수 없는) 학생들, 기존 교육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부적응 학생’이 되었고, ‘불량학생’으로 전락하였다.

한편 현재 윤건영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충북교육청은 단재고 설립과 관련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교 1년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도 교육과정을 확정짓지 않고 있는 상황. 교육과정을 준비했던 교사들은 맥이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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