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고 중투반려부터 목도고 예산삭감, 낙선운동까지
개교일정·장소 불투명해진 충북 공립형 대안학교
“졸업생 없는 학교는 안 돼” 괴산군·목도고동문회 반대
도교육청, “부족했던 부분은 인정 앞으로 최선 다할 것”

충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충북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이 최근 난항에 부딪혔다. 지난달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가 (가칭)단재고등학교 신설안을 반려한데 이어 충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도 단재고 설계비와 (가칭)목도고전환학교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특히 목도전환학교는 괴산군과 목도고동문회의 강경한 반대로 수개월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충북에서 대안학교가 필요한 이유, 또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알아본다.

 

단재고 설립, ‘산 넘어 산’

충북에서 공립형 대안학교가 논의되기 시작한건 2010년경이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지역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대안학교 논의가 활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교사들 사이에서는 ‘충북은 대안교육의 불모지’라는 말도 있었다.

공교육 내에서 대안학교와 관련된 본격적인 논의는 2014년 김병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치유지향’ 기숙형 대안교육기관인 청명학생교육원이 은여울중학교로 바뀌면서 교사들의 관심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충북교육연구정보원은 지난해 12월 ‘은여울중학교 3년의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충북 공립대안학교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충북교육연구정보원은 지난해 12월 ‘은여울중학교 3년의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충북 공립대안학교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단재고 설립은 당초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됐었다. 그러나 자체 투·융자 심사(자투)와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 일정이 촉박하고 대상부지인 가덕중학교 착공도 2021년 하반기에나 가능해 2023년 3월 연기가 불가피했다.

개교일정을 한차례 연기한 경험이 있는 도교육청은 지난 4월 교육부 중투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단재고 신설안은 절차적 정당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려됐다. 심사위원들은 도교육청이 교육과정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뒤 자체 투·융자 심사(자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자투 후에 교육과정 심사위를 진행한 것을 문제 삼았다. 또 단재고 규모와 위치, 교육과정도 조정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도의회 교육위원회도 절차적 문제 때문에 단재고 설계비 5억358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서동학 도의회 부위원장은 “단재고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추경에 예산이 올라왔다”며 “교육감 공약사업이라 절차 무시하고 예산을 올린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결국 도교육청은 오는 6월 열리는 자투 심사를 받든지, 아니면 8월 열리는 중투에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한다. 도교육청이 자투 심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마침 교육부가 ‘지방교육행정기관 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일부 개정령’을 시행하면서 중투 심사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23일 교육부가 학교신설이나 증축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앙투자심사 기준 사업비를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높였다. 당초 318억원이었던 단재고 예산을 300억원 미만으로 조정하면 올 6월 자투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또한 ‘통과’보장은 없다.

 

“차라리 그냥 폐교를 선택하겠다”

목도전환학교 또한 향후 일정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6월 학부모 동의 78.7%를 얻어 목도고 폐교결정을 했음에도 괴산군과 목도고동문회는 여전히 폐교를 인정할 수 없고 졸업생이 있는 3년제 학교를 주장하고 있다. 괴산군은 목도고를 특성화고로 바꾸면 괴산 내에 있는 유기농산업단지와 IT기업에 졸업생들이 취업해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특성화고로 바꿀 수 없다면 이제라도 다시 신입생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한다. 괴산군 지역주민 A씨는 “폐교를 결정하면서 도교육청은 충분한 상의를 하지 않았다. 특성화고로 변경해주든지, 아니면 다시 신입생을 받도록 해줘야 한다”며 “졸업생이 없는 전환기학교는 절대 안된다. 전환기학교가 되느니 차라리 그냥 폐교를 선택하겠다”라는 말까지 했다.

 

목도고등학교 총동문회와 괴산군이 목도고 폐교 방침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 뉴시스)
목도고등학교 총동문회와 괴산군이 목도고 폐교 방침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 뉴시스)

특히 목도고동문회는 목도고가 졸업생이 없는 전환기학교로 된다면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김병우 교육감은 물론 이차영 괴산군수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월 29일 충북도의회는 목도전환학교준비사업비 1억 300만원과 목도전환학교설립 TF운영비 764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특성화고 설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미 결정난 폐교방침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목도고는 2022년 폐교를 앞두고 현재 충북도교육청이 추진하려 했던 전환기 학교로도, 괴산군과 목도고동문회가 주장하는 특성화고로도 바꿀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괴산군과 동문회는 ‘일방통행 도교육청’ 탓을 하고, 도교육청에서는 미래교육을 이해하지 못하는 괴산군과 동문회를 탓한다.

 

“부적응 학생 위한 학교 아냐”

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공립형 대안학교는 단순 학교부적응학생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맞춤형·미래형 교육기관임을 표방하고 있다. 미래사회 관점에서 공교육 문제에 대응하고 미래사회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대안학교의 목표다. 그렇다보니 단순 ‘일탈학생’ 또는 ‘학교부적응 학생’을 위한 교육기관 그 이상을 추구한다.

단재고는 ‘나와 세계의 상생과 성장을 위한 주체적 자기실현’이라는 비전하에 국어, 한국사, 사회 등을 배우는 보통교과와 5가지 영역의 디퍼러닝, 창의적체험활동 등을 운영한다. 철학, 언론학, 빅히스토리부터 삶의 기술, 셀프리더십코칭, 학습설계상담, 개인프로젝트 등 무려 24개의 과목이 있다.

고1학생 중 전환기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할 목도전환학교 교육과정도 단재고와 비슷한데 자아성찰과 삶을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사회체험 인턴십, 교과융합 지역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괴산지역 마을공동체 활동하고 있는 B씨는 “다양한 교육을 하는 학교가 지역에 있으면 좋겠다”며 “괴산에 전환기학교가 생긴다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진행이 더딘 것이 너무 아쉽다”라고 말했다. 특히 도교육청은 목도전환학교를 구심점으로 옥천과 영동, 제천에도 전환기학교를 각각 설립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각 지역의 마을활동가들은 현재 이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치유형대안학교인 은여울고등학교는 은여울중학교 교육과정에 이어 치유와 돌봄, 배움과 성장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세부 교육과정은 삶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교과 간 융합 교육과정, 창의체험활동, 성장공동체 프로그램 등이다.

 

공교육 한계 느끼는 학생들 많아졌다

충북도교육청이 대안학교를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우선 당장 학교밖 청소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충북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은 학교밖 청소년을 공식적으로 공교육 안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학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생 수는 감소하지만 학교밖 청소년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얘기다.<표 참조>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학교 밖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 일탈’이나 ‘부적응’ 때문이 아니라 공교육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이미 4년 전 2016년 도교육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충북 공립대안고등학교 설립방안 연구’에 따르면 공립형 대안학교 설립을 원하는 교사는 88.7%(전체 407명)에 달했고 학부모는 85.5%(전체 179명)가 찬성했다. 또 대안학교를 다양하고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라고 생각하는 교사는 66.1%, 학부모는 72.5%였다.

결국 도교육청이 대안학교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단순 ‘부적응’이나 ‘일탈학생’을 넘어 미래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다수의 교육학자들은 우리나라 현재 교육시스템으로는 미래사회에 대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폴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충북도교육문화원, 충북콘텐츠코리아랩, 충북대, 청주대가 공동주최한 특강에서 “입시위주 교육을 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은 참담하다”고까지 말했다. 자기주도적 교육이 중심이 되면서 협력하는 방식을 교육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인하대학교 손민호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 ‘탈기능주의 교육과정 모형으로서의 아이덴티티 메타포 : 역량기반교육과정의 대안적 설계’라는 논문은 눈길을 끈다. 논문에 따르면 미래사회에 대비한 역량교육은 △인격적 개인함양을 위한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 △분절화된 지식교과 운영 지양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 운영 △단위학교만의 고유한 문화기획 및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손민호 교수는 “일반학교와는 다른 과감한 교육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교육의 본질은 없고 폐교·절차 논란만 남아

도교육청은 단재고 설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2023년 개교는 불확실하다. 전환기학교도 괴산이 아닌 다른 지역을 알아봐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도교육청 내부 및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일단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행정인력 부족 등 준비부족을 인정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부족했던 부분은 없지 않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 힘들지만 있는 인력으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며 “인원을 보강하면 좋겠지만 도교육청 조직의 전체적인 로드맵이 있기 때문에 당장 인력충원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재 충북교육청에서 공립 대안교육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은 장학사 1명과 파견교사 1명이다.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2018년 발표된 ‘충북형 공립대안고등학교 설립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대안교육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도교육청의 지원체제가 매우 열악하다고 지적한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충북도교육청이 대안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안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을 갖춘 전문직을 비롯한 인력을 과감하게 확충해야 한다.

목도중·고등학교 총동문회는지난해 12월 ‘더 나은 목도고 개편방안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목도중·고등학교 총동문회는지난해 12월 ‘더 나은 목도고 개편방안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괴산군과 목도고동문회는 도교육청의 행정처리를 지적하는 것과 동시에 대안교육 철학에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괴산군의 한 관계자는 “전환기학교의 이론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패할 확률은 100%다. 도교육청에서 제시한 시범사업은 방과후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요즘엔 유튜브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며 “타 시도에서 하지 않는 사업을 괴산에서 실험처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목도고동문회에서는 동문회 존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졸업생이 없으면 동문회도 없어지고 결국 역사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동문회 한 관계자는 “한 집안에 아들이 없으면 대가 끊기듯 졸업생이 없으면 동문회가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교육청이 괴산목도고에 전환기학교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목도고에 기숙사가 있다는 장점과 함께 그동안 학력으로 차별받았던 목도고 학생들의 ‘상처’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괴산에는 마을공동체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인하대 손민호 교수 논문은 주목할 만하다. 손 교수는 논문에서 역량교육과 체험교육이 강조되고 실제 학교현장에서 자유학년제 등으로 구현됨에도 기존의 교육과 차별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탈기능주의 논의가 배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기능주의 합리성으로 물든 개념과 논리로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어렵다"라며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교과 및 비교과 교육활동이 단순히 학습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의 아이덴티티 경험으로 연계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학교교육의 지상목표가 되고 있는 창의성은 그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가 아닌 학교를 둘러싼 사회적자본, 즉 정서적 관계가 어느정도 확보될 때 비로소 자생적으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충북의 공립형 대안학교는 도교육청, 지자체, 일선 교사들, 동문회, 마을주민들, 학생들 손에 달렸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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