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대의견은 극소수·오해에서 비롯…“현재는 찬성”
학부모, “단재고 교육과정 좋아 가덕초중 통합 찬성했는데…”
개교연기하고 교육과정 변경한다는 도교육청 결정 “이해 안 돼”
“입시 원하면 일반고 가면 돼…다양한 진로 찾는 단재고 원해”
단재고 교육과정 변경 두고 ‘전 교육감 지우기 일환’ 의견 파다

묶음기사

2019년 가덕초등학교와 가덕중학교 통합당시 학교운영위원장을 지낸 신영호 씨. 신영호 씨는 "단재고 교육과정을 학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고 찬성하고 있으며 개교연기에 대해 의아해 한다"고 말했다/최현주 기자
2019년 가덕초등학교와 가덕중학교 통합당시 학교운영위원장을 지낸 신영호 씨. 신영호 씨는 "단재고 교육과정을 학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고 찬성하고 있으며 개교연기에 대해 의아해 한다"고 말했다/최현주 기자

 

지난해 10월 6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사무소에서 열린 단재고등학교 설립 주민설명회 분위기는 험악했다. 주민, 교육청 직원 등 30여명이 모인 설명회에서 가덕면 주민들은 충북교육청 담당자들을 향해 “자기들끼리 다 결정해놓고 이제 와서 형식적으로 설명회를 연다. 우리를 무시했다”고 반발했다.

또 이른바 ‘불량학생’들이 단재고에 입학할 것이라며, “마을에 딸 셋을 키우는 주민도 있는데 사고가 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재고가 들어설 가덕중학교 인근에는 가덕중 총동문회와 가덕면 주민자치위원회 명의로 만들어진 ‘단재고 설립 결사반대’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심지어 ‘단재고는 혐오시설’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가뜩이나 가덕면에는 소각장 등 혐오시설이 많은데, 혐오시설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며 ‘가덕면이 그렇게 만만하냐’, ‘우리는 왜 맨날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항의했다.

결국 단재고 설립을 준비했던 충북교육청 장학사들과 충북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은 사과했고, 5년여 고심 끝에 만든 교육과정은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못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유상용 충북도의원(교육위원회)은 주민들 의견을 존중하고 동의한다면서 자신은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가덕면사무소에서 단재고등학교 설립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가덕면 주민들은 단재고 설립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충북대안교육연구회 제공)
충북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가덕면사무소에서 단재고등학교 설립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가덕면 주민들은 단재고 설립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충북대안교육연구회 제공)
지난해 가덕면에 내걸렸던 단재고 반대 현수막.
지난해 가덕면에 내걸렸던 단재고 반대 현수막.

 

“사실은 주민자치위원장과 몇몇 주민, 도의원들만 반대했었다”

그러나 최근, 가덕면 주민들의 여론이 달라졌다.

가덕면 상당수 주민들은 현재 단재고 설립을 환영하고 있다. 환영을 넘어 이제는 충북교육청이 왜 개교를 연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내년 개교를 촉구하고 있다.

불과 6~7개월 만에 주민들의 의견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일단 당시 현수막을 내걸었던 김영일 주민자치위원장에게 물었다.

 

“어쨌든 학교가 폐교되는 것보다는 뭐라도 빨리 들어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처음에는 대안학교라고 해서 불량학생인줄 알고 걱정하고 오해했었는데 이제는 오해가 풀렸어요. 도교육청 담당자들이 나와서 설명도 해주고 이해가 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보부족과 오해로 생긴 반발이었을 뿐, 현재는 단재고가 빨리 문을 열기를 바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덕초등학교와 가덕중학교 통합당시 학교운영위원장으로 가덕초중 통합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신영호 씨는 지난해 반대 의견을 냈던 이들은 사실 극소수였고, 그들의 반발과 항의는 오해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도교육청에서 미리 주민설명회를 안한 것이 잘못이었고, 둘째는 주민들이 대안학교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민자치위원장이랑 도의원 몇몇 사람들이 대안학교를 ‘소년원학교’로 오해하고 반대했었습니다.”

 

신영호 씨는 또 지난해 가덕면 상당수 주민들이 단재고 개교를 찬성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단재고등학교가 들어설 가덕중학교 공사 현장./최현주 기자
단재고등학교가 들어설 가덕중학교 공사 현장./최현주 기자

 

"단재고 교육과정 좋아 가덕초중 통합 찬성했는데 이제와서 변경한다고?"

신 씨를 포함해 현재 가덕초중학교 학부모들은 1년을 연기해 단재고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충북교육청 결정에 의아함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신영호 씨는 “가덕초중 학부모들은 단재고 교육과정이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통합에 찬성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좋은 교육을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서 교육청이 왜 다시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윤건영 교육감은 교육자니까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반신반의합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가덕초중학교 운영위원장이면서 학부모인 서월석 씨는 단재고 개교 연기로 아이들의 진로 선택폭이 좁아졌다고 아쉬워했다. 단재고 입학을 고려했던 자신의 아이 또한 개교가 늦춰지는 바람에 통학시간이 1시간이 넘는 청주 시내권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보다는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이 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재고 교육과정에 찬성합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고 의미 없이 다니는 학교보다는 자기 길을 찾고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원해요. 입시학교로 변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입시를 원하면 일반고를 가면 됩니다. 대학보다는 대안학교 목적에 더 치중하고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기존에 추진됐던 방향이 교육감 한 사람 때문에 바뀌는 것에 학부모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주제로 학부모 회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나눈 학부모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덕면 주민들은 단재고 개교 연기와 관련, ‘전 교육감 지우기 아니냐’는 의견부터 ‘앞으로의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신영호 씨는 자신은 교육에 대해 잘 모르고 전문가는 아니라면서도 농촌의 작은학교, 단재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옛날에는 좋은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더라고요. 학부모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옛날이랑 생각이 달라요. 지금은 학생이 하고 싶은 일, 적성에 맞는 일, 중간에 도태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어차피 요즘은 대학을 졸업해도 전공을 못 살리는 사람이 많잖아요.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죠.”

 

한편 단재고와 관련, 충북교육청은 개교 일정을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하고 학생들의 대입선택권 확대를 위해 교육과정을 새로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0일 예정이었던 도교육청의 가덕면 주민설명회는 오는 6월 중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충북대안교육연구회를 비롯해 충북 교육단체들은 최근 ‘단재고등학교 정상 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을 구성하고 충북교육청에 당초 계획대로 2024년 단재고 개교를 촉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