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이 우리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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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이 우리에게 남긴 것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12.02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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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 ⑨] 피해자 지지 모임 공개 설명회 열려

연속된 2차 피해는 ‘백래시’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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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을 문제 제기한 이들이 해고당했다. 그것도 메일 한 통, 문자 한 통으로. 성희롱이 맞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아직 징계받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조직에서 쫓겨나야 했다. 

피해자들은 말한다. 자신들이 가해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어느 순간부터 조직은 성희롱보다 더 큰 문제는 조직 갈등이라 말하기 시작했다. 화살은 피해자에게로 돌아갔다. 피해자들의 업무 능력, 언행과 태도까지 문제 삼았다. 

지난 6개월은 피해자들에게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2차 피해를 끊임없이 당해왔다. 피해 사실이 일방적으로 알려지고,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진상 조사가 진행됐다. 

이 모든 일은 우리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한다는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충북청주경실련)에서 벌어졌다. 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난 1일(화)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회의실에서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피해자 지지 모임(이하 지지 모임)이 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성희롱 사건 경과 및 주요 쟁점을 짚고, 이번 사건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과제 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왜곡 사실만 해도 20건  

이미 충북청주경실련은 해당 사건을 ‘성희롱’이라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왜곡된 사실이 퍼져 나가고 있다. 지지 모임에서 발표한 왜곡 사실만 해도 20건에 이르고 있다. 지지 모임은 일부 회원들이 원사건 내용도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사건은 지난 5월 충북청주경실련 조직위원회 단합회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악기명의 발음을 놓고 음담패설을 나누거나, 에로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대화가 10분 이상 오갔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들은 음담패설이 아니라 추억담을 말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은 조직 단합을 위해서 허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조직위원들과 포옹을 해야 했다. 포옹을 이어 가자는 강요도 있었다. 피해자가 악수로 대체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포옹은 멈췄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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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해결을 위해 꾸려진 충북청주경실련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조사 과정도 정확하지 않았다. 비대위가 제대로 조사를 했는데, 피해자가 억지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을 배제한 채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한다. 

피해자들은 여러 차례 입장문과 공문을 통해 피해자 보호조치와 조사 과정을 공유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지 모임이 구성된 지난 9월 28일에 처음 답변을 받았다. 지지 모임은 사건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비대위 구성에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상근활동가 추천으로 2인이 선임돼야 했으나 사무처장이 추천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들은 ‘마녀’가 됐다 

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많은 2차 피해를 양산해냈다. 충북청주경실련 비대위가 꾸려지고,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사이 네이버 밴드 방이 하나 개설됐다. 밴드명은 ‘경실련을 지키는 시민 모임’. 내부에는 219명(12월 2일 기준)이 가입돼있다. 

이 밴드 방에는 피해자들의 사진이 올라왔고, 여기에 조롱과 모욕이 더해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비호하는 이들 사이에 계속해서 노출됐다. 그들은 피해자들에게 ‘허위 미투’라는 음모론을 덧칠했고,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이야기를 외부에 전달됐다. 

“저희는 그 방에서 마녀가 돼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지지를 밝히는 분들이 실명으로 모욕을 당했습니다.”

지난 10일 충북청주경실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인턴 활동가 계희수 씨가 피해자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피해자들은 “SNS와 밴드 방에서 번지는 가해자와 그 지지자의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해달라고 비대위에 호소했으나 대답이 없었다”며 “밴드 방에서는 우리들이 경실련을 찬탈하기 위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조직을 공격한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피해자 지지 모임 제공
ⓒ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피해자 지지 모임 제공

△언론보도 △원사건 부정 △피해자 조롱 △음모론 등 2차 가해가 밴드 방 안에서 발생했다. 지지 모임 소속 이상민 씨는 밴드 방에서 이뤄지는 2차 가해가 전형적인 ‘백래시’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피해를 고발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막고 있다”며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공간에서 대놓고 이런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연대의 뜻을 밝힌 시민단체까지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지 모임 소속 선지현 씨는 “입장서를 내거나 그러면 배후조정자로 지목되고 있다”며 “연대 성명을 내자 후원을 끊어 버리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의 2차 가해로 인한 피해도 있었다. 여러 언론사가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도 다수 위반했다. 지지 모임은 사건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진실 공방으로 확산시키거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전달한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위계적·성차별적 조직문화가 원인” 

“지역의 많은 젊은 여성 활동가들이 저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혼자 끙끙 앓다가 지역을 떠났습니다. 그들을 숫자로 세어보면 열 손가락도 모자랍니다.”

피해자들은 “떠난 활동가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지금도 비슷한 일을 겪는 활동가를 위한 연대의식 그리고 앞으로 비슷한 일을 마주하게 될 활동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지지 모임은 개인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위계적·성차별적 조직문화가 원인이었다는 결과를 내렸다. 

청년 활동가들에 대한 도구적 시선도 몫을 더 했다. 충북청주경실련 인턴 활동가 계희수 씨는 사건과 무관한 상황에서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아야 했다. 계희수 씨는 이 과정에서 중앙경실련 조직위원장으로부터 “충북청주경실련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인턴인 너는 노동법상 보호받지 못한다”, “경실련은 3개월 짜리 인력도 쓴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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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모임은 성희롱 문제 제기를 한 이후 사고 지부로 지정 시켜 모든 활동가를 해고하는 충북청주경실련의 해결 방법도 도구적 시선에서 나왔다고 풀이했다. 경실련에서는 ‘사람’이 아닌 ‘조직’이 최우선으로 고려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문제 제기를 ‘조직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지 모임은 지역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자료집을 제작할 계획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집단적·지속적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운동사회에 평등한 조직 문화를 안착시키겠다는 목적이다. 

한편 피해자들은 충북청주경실련의 해고 통보와 연속적인 2차 가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선 씨는 “더 용기 내서 피해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길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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