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는 남은 충북청주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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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는 남은 충북청주경실련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11.2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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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 ⑧] 결론 없이 끝나버린 회원 설명회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피해자들이 해고당한 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회원을 상대로 결과 보고를 하겠다고 문자를 발송했다. 충북청주경실련이 사고 지부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비대위 활동을 보고하는 회원 설명회가 25일(수) 열렸다. 

대상은 ‘회원’으로만 한정됐다.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피해자들은 사무처 직원이었을 뿐, 회원이 아니기에 설명회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다. 가해자 일부는 ‘회원’이라는 이유로 설명회에 참가했다. 충북청주경실련 회원 설명회는 ‘피해자’없이 ‘가해자’는 남은 채로 진행됐다. 

“가해자는 나가 주셔야죠. 똑같이!”

회원 설명회는 시작도 전에 아수라장이 됐다. 회원들 사이에서 ‘가해자는 빠져야 한다’, ‘가해자도 회원이니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충북청주경실련 비대위는 다수결로 의견을 물었다. 그렇게 가해자는 회원 설명회에 남았다. 

이날 진행을 맡은 고선영 지역경실련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피해자들은 사무국 직원으로 사건 당사자는 맞으나 회원은 아니다”라며 “가해자가 있어도 된다고 한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여기에 따라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해자라고 낙인찍힌 저희 같은 사람들이 더 억울한 거예요.”  

“제가 이 지역 경실련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지킨 사람이고, 현재 집행위원장이라 마무리하면서 인사를 하려고 한 거예요. 그거까지도 가해자라서 하지 말라고요?”

소란은 계속됐다. 이 자리에서 가해자들은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일부 회원들은 “가해자가 누명을 쓴 거라면 어떻게 하냐”며 그들을 옹호했다. 또 다른 회원들은 가해자에게 발언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불쾌함을 표시하면서 공방이 오갔다. 

회원 설명회가 열리는 충북청주경실련 마주공간 앞에서 지지 모임의 침묵 시위가 있었다. ⓒ 김다솜 기자
회원 설명회가 열리는 충북청주경실련 마주공간 앞에서 지지 모임의 침묵 시위가 있었다. ⓒ 김다솜 기자

오정란 충북여성연대 대표는 “가해자는 집행위원장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며 “독재정권의 반민주적 행태를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사회가 가해자 서사에 주목하잖아요. 젠더 폭력에서 가해자가 훨씬 많은 장르를 가지고 있어요. 피해당하는 사람보다 가해자를 주목하는 기회를 경실련이 마련해준 거나 마찬가지라 봅니다.” 

갈등 원인을 성희롱 피해자에게 돌려    

비대위는 성희롱 사건 진상조사와 사무처 진단을 내린 과정을 회원들 앞에서 보고했다. 일자별로 활동이 전달됐다. 충북청주경실련 내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함께 내부 의사소통 및 의결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비대위는 충북청주경실련에서 발생한 갈등 요인을 성희롱 피해자에게 돌렸다. 회원 설명회가 끝난 다음 날 26일(목)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피해자 지지 모임(이하 지지 모임)은 입장을 발표했다. 지지 모임은 비대위 구성 취지를 강조했다. 당초 비대위가 꾸려진 배경은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서였다. 

지지 모임은 “그런데 비대위는 느닷없이 조직 갈등 문제를 넘어 운영 문제까지 들고나왔고, 사무처 업무능력과 사업 내용 등을 문제 삼아 사고지부 결정이 사무처 때문인 것처럼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지 모임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호소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활동 전체를 뒤져서 책임을 묻고 있다"고 일갈했다. ⓒ 김다솜 기자
지지 모임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호소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활동 전체를 뒤져서 책임을 묻고 있다"고 일갈했다. ⓒ 김다솜 기자

피해자 평소 행실과 업무 내용을 문제 삼아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려는 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턴 활동가 채용 문제도 사고 지부 처리 원인으로 꼽았는데, 지지 모임은 성희롱 사건과 연관 없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1~3년 차 상근 활동이 전부인 피해자 업무 능력을 문제 삼아 사고 지부를 결정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비대위는 성희롱 사건 결과를 통보하면서 윤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들에게 적법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자들이 회원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징계가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9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성희롱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조직 내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사건을 무마한 경우가 24.8%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가 징계받는 경우는 8.8%에 그친다. 가벼운 징계나 구두 경고로 끝난 사례도 7.4%에 이른다. 

반면에 성희롱 피해자들은 2차 가해를 받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성희롱 사건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거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소문이 퍼지는 경우 등이 주요 사례로 꼽힌다. 

충북청주경실련은 사고 지부 결정을 이유로 들면서 활동가들을 전원 해고했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사건과 관련 없는 인턴 활동가까지도 해고된 상태다. ⓒ 김다솜 기자
충북청주경실련은 사고 지부 결정을 이유로 들면서 활동가들을 전원 해고했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사건과 관련 없는 인턴 활동가까지도 해고된 상태다. ⓒ 김다솜 기자

피해자 보호 조치 묻자 “뭐가 잘못됐냐” 

“심리 상담받았어요. 됐죠? 경실련이 돈 냈습니다. 쉬라고 하고, 월급 줬습니다. 그다음에 사무실 나오지 말라고 한 건 경실련 결정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걸 안 받은 사람이 결정을 위반한 거예요. 그래서 사무실 폐쇄 결정을 한 거예요. 뭐가 잘못됐죠?”

소속 회원이 피해자 보호 조치를 어떻게 했는지 물었다. 신철영 충북청주경실련 공동대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회원들이 네이버 밴드를 개설해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에게도 의사 발언의 자유가 있다”고 답했다. 

지지 모임은 "경실련은 피해자들을 해고시킬 권한은 있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의무는 없는 조직이냐"며 “비대위가 마지막까지도 피해자를 배제하고, 거짓말하고, 성희롱 사건을 조직 문제와 결부 시켜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원 설명회 자리에서 비대위가 발표한 내용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지 모임은 빠른 시일 내에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문제에 대해 별도의 설명회를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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