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②]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피해자 배제됐다”  
비대위, 명예훼손 때문에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공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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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화) 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피해자 입장 발표가 있었습니다. 충북청주경실련 피해자 지지 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이 성희롱 사건 해결 과정에서 배제당했고, 2차 가해를 받아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피해자 진상조사 결과를 즉시 알리고, 신속한 사건 해결에 나서줄 것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부당한 직무 정지와 사무실 폐쇄를 철회하고 피해자 복귀 방안을 마련해달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두 차례로 나눠 보도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지지 모임은 6일(화)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안전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지지 모임은 6일(화)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안전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전했다 ⓒ 김다솜 기자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충북청주경실련)에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5월이다. 피해자들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를 꾸려달라 요청했다. 그때만 해도 피해자들은 진조위 조사 결과와 권고안이 나오면 사건이 해결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 

“이 사건을 성급하게 마침표 찍지 않은 것은 이것이 비단 (충북청주)경실련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활동가들이 나도 너와 같은 사건을 겪었고, 혹은 지금도 겪고 있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 피해자 A 씨 

“더 이상 이곳에 있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보류하고 꾹꾹 눌러왔던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처음 문제 제기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입 닫고 관두기엔 제게 이곳은 소중했습니다. 저의 발화로 충북청주경실련이라는 조직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 피해자 B 씨

충북청주경실련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 요청으로 중앙경실련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조직 점검을 위한 실사를 나왔다. 중앙경실련 조직위는 충북청주경실련 임원·활동가의 직무를 정지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리겠다는 공문을 내놨다. 

“무시와 배제가 돌아왔다”    

피해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는 깨졌고, 자신들이 배제된 채로 진상조사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대리인을 통해 중앙경실련과 비대위에 2차례 입장문, 3차례 공문을 발송했다. 피해자와 논의 없는 일방적 개입을 중단하고,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였다. 진조위 결과보고서와 비대위 진행 상황 공유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다림은 피해자에 대한 존중과 제대로 된 해결이 아닌 무시와 배제로 돌아왔습니다. 경실련에게 피해자는 없고, 말 안 듣는 직원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피해자 B 씨는 “조직에 소속된 ‘활동가’라는 이유로 경실련의 ‘피해자 지우기’라는 잘못된 행동에 입 닫고 기다려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피해자들은 대리인을 통해 지난달 24일(목) 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지지 모임(이하 지지 모임) 모집을 알리면서 이번 사건과 위계에 의한 2차 가해 등을 외부에 전했다. 

이날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피해자들은 기자회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글 2편을 공개했다 ⓒ 김다솜 기자
이날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피해자들은 기자회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글 2편을 공개했다 ⓒ 김다솜 기자

이후 피해자들은 비대위로부터 공식적인 첫 답변을 받게 됐다. 비대위는 결과보고서를 피해자에게 통지하지 않고, 그 결과만 이행하겠다고 밝혀왔다. 이광진 비대위원장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내부 규약에 따라 절차대로 진행했고, 관련 자문을 받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진조위 결과보고서를 피해자들에게 주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면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업무 정지 또한 부당 처분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경실련 내부 규약에 따라 업무가 정지됐고, 임금은 여전히 지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조치, 현행법 위반 소지 있다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호소했을 뿐인데 일터에서 방치됐습니다. 끊임없이 충북청주경실련이 폐쇄될지 모른다는 압박감과 위압감에 굉장히 어려운 날을 보내고 있어요. 직무 정지와 사무실 폐쇄를 즉각 철회하고 피해자 복귀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지 모임에 참여한 선지현 씨는 “성폭력 사건은 어떤 관점에서 처리하고, 해결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피해자 관점에서 보호할 것을 원칙으로 마련해왔다”고 전했다. 

지지 모임은 경실련 내부 규약을 성희롱 사건 피해자에게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이나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 처분과 보호 조치에 관해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지 모임은 비대위에 진조위 결과 보고서 공개도 요구했다. 여성가족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도 성희롱 고충사건조사 진행 상황을 피해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경실련 내부 규약에 따라 충북청주경실련 소속 임원, 활동가 직무가 모두 정지됐고 사무실이 폐쇄됐다 ⓒ 김다솜 기자
경실련 내부 규약에 따라 충북청주경실련 소속 임원, 활동가 직무가 모두 정지됐고 사무실이 폐쇄됐다 ⓒ 김다솜 기자

윤지영 직장갑질 119 변호사는 “직무 배제는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내리는 대표적인 예”라며 “피해 신고를 이유로 직무 배제가 불리하게 이뤄졌다면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주가 아니라 비대위에서 내린 인사 조치기 때문에 책임 소재는 따져 봐야 한다.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공개 여부도 해석이 갈린다. 이광진 비대위원장은 진상조사 결과보고서를 전달하지 않은 이유로 명예훼손을 들었지만, 윤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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