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2차 가해 '심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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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2차 가해 '심각' 수준
  • 김다솜 기자
  • 승인 2020.10.0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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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③] 성희롱 가해자 사과받아 들일 수 없었다 
“법대로 하라”며 고함치고, 협박까지 
언론의 2차 가해가 문제 키운 측면도 있어 

충북청주경실련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피해자 입장 발표가 있었습니다. 충북청주경실련 피해자 지지 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들이 성희롱 사건 해결 과정에서 배제당했고, 2차 가해를 받아 왔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진상조사 결과를 즉시 알리고, 신속한 사건 해결에 나서줄 것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부당한 직무 정지와 사무실 폐쇄를 철회하고 피해자 복귀 방안을 마련해달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두 차례로 나눠 보도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지난달 25일(금)에 꾸려진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피해자 지지 모임은 "조직적 해결을 위한 피해자들의 기다림이 더 큰 피해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사건 공론화를 통해 생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김다솜 기자
지난달 25일(금)에 꾸려진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피해자 지지 모임은 "조직적 해결을 위한 피해자들의 기다림이 더 큰 피해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사건 공론화를 통해 생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김다솜 기자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로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고용평등상담실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문제 상담자 절반(49.1%)이 피해 사실 공론화 과정에서 불리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충북·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도 마찬가지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이 배제되고, 2차 가해가 더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친목 도모를 가장한 성희롱과 거절할 수 없었던 강제적인 추행, 법대로 하라던 고함, 이게 다 너를 위한 것이니 가만히 있으라던 말들. 존경하던 사람이, 언제까지고 함께 소속되고 싶었던 조직이 거대한 가해자가 되어 나를 압박한다는 사실에 저는 이렇게 짧은 글을 쓰는 것조차 힘에 부칩니다.” - 피해자 A 씨

지지 모임 정미진 씨는 “피해자가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를 배제시키고 일방적으로 본인들이 합의해서 사과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피해자 B 씨는 “가해자로부터 원치 않는 사과를 받아야 했고 합의를 종용받았다”며 “성희롱을 가해자 성인지 부족으로 인한 잘못이 아닌 세대 간 인식 차이로 치부하는 사과 내용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사과를) 거절하자 한 책임직 임원은 사과를 받지 않는 피해자의 탓이라며 ‘못 봐주겠다’, ‘법대로 하라’며 위협적으로 폭언을 가했습니다. 이후에도 다수의 가해자가 성희롱 현장의 상황을 SNS에 멋대로 유포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은 2차 가해를 우려해 성희롱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길 원했다.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피해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다. 일부 언론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쏟아내고 있었다.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피해자 지지 모임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드는 등 평소 지역 사회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 김다솜 기자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피해자 지지 모임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드는 등 평소 지역 사회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 김다솜 기자

무분별한 성범죄 보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비대위에 언론의 2차 가해를 막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개별적인 대응은 없었다. 비대위는 어떤 경위로 피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됐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광진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언론에 공식적으로 대응한 건 비대위 출범 내용밖에 없다”며 “비대위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인지, 아닌지 얘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충북청주경실련 성희롱 사건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 건 8월 19일이다. 피해자들이 지지 모임을 통해 처음 입장을 표명한 지난달 25일(금) 전까지 언론사 16곳에서 '피해자 없는' 34개의 충북청주경실련 관련 기사가 나왔다. 기사가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성범죄 보도가 무분별하게 이뤄진 것이다. 

한국기자협회의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은 2차 피해를 가장 우려한다. 사회 구조에서 성범죄 원인을 찾아야 하고,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이나 잘못된 통념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사실에 입각해 정확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 김다솜 기자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사실에 입각해 정확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 김다솜 기자

취재 없이 이미 보도된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익명의 관계자 힘을 빌린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비대위 입장만 전해 듣고 성희롱 사건을 내부 갈등으로 치부하는 보도 행태도 보였다. 취재 없는 보도가 문제였다.   

이수희 충북민주시민언론연합 사무국장은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이 피해자 입장을 취재할 수 없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처음부터 일방적인 보도가 나왔다”며 “가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진실처럼 여과 없이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보도준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건을 심각하게 보도하는 등 자극적인 내용을 전달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기사도 있었다. 지지 모임 선지현 씨는 “자극적인 언사를 사용해 여성 활동가들이 의도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처럼 표현됐다”며 “이건 내부 갈등이 아니라 성희롱 사건이고 피해자들이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신속하게 사건이 해결되지 못했다는 게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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