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 청주방송 빼고 모두 손을 내밀었다” 결의대회 500명 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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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김다솜 기자
고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김다솜 기자

 

“CJB 청주방송 빼고 모두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그전까지 형에 대한 모독과 가족에 대한 헛소문들 모두 삼켰습니다. 진상조사 결과만 나오면 어떤 게 사실이고, 진실이고, 거짓인지 다 밝혀질 테니까 참았습니다.”

고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는 모든 걸 참아왔다고 고백했다. 2월 27일 CJB청주방송은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해결방안과 개선방안을 즉시 이행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이 씨는 그 약속을 믿고 지금까지 버텼다. 

그간 남아있던 의혹은 ‘진실’로 드러났다. 프리랜서로 14년 동안 CJB 청주방송에서 일했던 이재학 PD는 노동자였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부당해고를 당했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으로 CJB 청주방송과 다투는 과정에서도 부당·위법 행위가 발견됐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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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결과가 공개됐으나 요구 사항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고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9일(월)과 30일(화)에 걸쳐 1박 2일 동안 총력투쟁을 벌였다. 이 씨는 “CJB 청주방송에서 ‘진상조사가 끝나면 모두 인정하고 이행하겠다’고 본인들 입으로 약속했다”며 “지금은 CJB 청주방송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500여 명 운집…CJB 청주방송 규탄

“CJB 청주방송은 개인 방송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공정하고 건전하고 정의로운 방송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청주방송은 아무도 이 광경에 함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정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이두영 의장 뒤에 자본이 있다면 우리 뒤에는 연대 투쟁이 있고, 하나 된 마음이 있다”며 “조사는 끝났으니 이젠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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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으로 500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들은 구호에 맞춰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CJB 청주방송의 진상조사 결과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요구했다. 

CJB 청주방송은 ‘침묵’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반성’을 말했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그때 바로 문제 제기를 했더라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서 너무나 부끄럽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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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장은 이재학 PD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이 PD는 CJB 청주방송의 또 다른 동료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을 했다. 이 국장은 조금이라도 일찍 문제 제기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CJB 청주방송 시청자위원이기도 했다. 이 국장은 “당시 이성덕 대표에게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했으나 개선하겠다는 약속만 듣고 흘려버렸다는 게 너무나 부끄럽다”며 “언론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자책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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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PD를 위한 문화제 

오후 8시가 되자 농성장에서 기타소리가 흘러 나왔다.  문화제 ‘이재학 PD에게 편안한 밤을’이 시작됐다.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면서 간이침대에서나 눈을 붙이던 이재학 PD의 별명은 ‘라꾸라꾸’였다. 그가 편안한 밤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붙였다. 잠들지 못했을 이재학 PD를 위한 문화제였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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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재학 노동자를 보면서, 그의 죽음을 보면서 가슴으로 분노를 삼켰습니다. 우리는 분노로만 투쟁하지 않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 노동자의 존엄이 보장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 김다솜 기자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 김다솜 기자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재능을 보탰다. △충북민예총 △꽃다지 △이수진 △충북노동자노래패 호각 △공공운수노조 예술강사지부 △충북 노동자 풍물패 말뚝이가 차례로 공연을 선보였다. 

이재학 PD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고, 그의 뜻을 잊지 않겠다는 구호로 문화제가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자리 비잡고 앉아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았다. 문화제는 끝났지만, 농성장의 밤은 길었다. 

ⓒ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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