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3시 10분, 나라장터에 후영지구 급경사지 정비사업 공고
후영지구 건너편, 김 지사 일가 14만여㎡ 토지와 농지, 산막 소유
이 와중에 신기술 특허적용해 입찰공고, 특정업체 찍어
"김 지사, 근무중 괴산 땅 보러갔나? 동선도 수사해야" 지적
충북도 "김영환 지사와 상관없어... 담당 직원 개인적 판단"

묶음기사

#1. 궁평2 지하차도 참사 이틀. 미진한 구조작업

지난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지금까지 이 사고로 14명이 사망했다. (사진=김남균 기자)
지난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지금까지 이 사고로 14명이 사망했다. (사진=김남균 기자)

오송참사가 발생한지 하루 뒤인 지난 16일 오전 6시 오랜 배수작업 끝에 드디어 ‘747’ 시내버스 상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수부가 투입됐다. 이날 하루 시신 5구가 발견됐다. 15일 사망자를 포함하면 총 6명이 희생됐다. 이때까지 실종 신고자수는 11명.

아직 몇 명이 차가운 터널 안에 있는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2. 김영환 지사와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김영환 지사 일가가  괴산 청천면 후영리 일대에 소유한 토지(초록색안)과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사업지역은 김 지사 소유 토지로 진입하는 후영교 좌우 지역이다. (그래픽 =서지혜 기자)
김영환 지사 일가가  괴산 청천면 후영리 일대에 소유한 토지(초록색안)과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사업지역은 김 지사 소유 토지로 진입하는 후영교 좌우 지역이다. (그래픽 =서지혜 기자)

김영환 지사는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일대에 임야 12만여(동생과 공동소유)와 농지 1만6000여를 소유하고 있다. 임야에는 (불법으로 증축한) 산막도 있고, 부모님의 묘소도 있다. 아들도 이곳에 산다. 김 지사 주변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그는 도지사 당선 이전에 이곳에 펜션을 지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3. 괴소문

참사 당일 김 지사는 오송지하도로 참사 소식을 보고 받고도 괴산으로 향했다. 유튜브를 통해 음모론이 퍼졌다. 김 지사가 괴산을 간 이유는 ‘자신의 땅’을 살피기 위해서라는 내용이다.

#4. 자식 걱정

김영환 도지사  부인 전은주 여사의 페이스북
김영환 도지사  부인 전은주 여사의 페이스북

15일 오전 7시 30분. 김영환 충북도지사 부인 전은주 여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전은주 여사는 “괴산 사는 아들집 마당까지 물이 들어와 옆 민박집 2층으로 대피했답니다. 그 동네로 가는 유일한 다리도 이미 잠겨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고 전봇대도 거의 다 쓰러졌다하니 조만간 전기공급도 불안하고 2017년 수해 때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계속 비가 온다니 완전 악몽을 꾸는 기분입니다”라며 걱정어린 심경을 토로했다.

#5.  참사 와중에 발주된 긴급한 입찰공고

충북도는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에 괴산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등록했다.
충북도는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에 괴산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등록했다.

16일 오후 3시 10분 조달청 전자입찰 시스템 ‘나라장터’에 입찰공고가 올라왔다.

더딘 수습작업에 실종자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시간이다.

공고명은 ‘괴산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 정비사업’이다 . 발주처는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다.

입찰 추정금액은 3억3000여만원. 그런데 사업대상지 주소가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산18-49번지다. 김영환 지사의 토지와 선친의 묘소, 산막과 아들이 거주하는 곳 입구인 후영교 일대다.

 

급경사지 위험지구 정비사업은?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조달청이 운영하는 전자입찰시스템 ‘나라장터’에 ‘괴산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 입찰공고를 등록했다.

공사현장은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산 18-49번 일원이다. 추정금액은 3억3307만원으로 영구앵커 23공, 계단식 옹벽 55m, 게이온 옹벽 38m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산 18-49번지 일원은 충북도가 관리하는 지방도 533호에 속한다.
 

충북도가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공고를 낸 후영리 산 18-49번지 모습. 붕괴 위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남균 기자 / 22일 촬영)
충북도가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공고를 낸 후영리 산 18-49번지 모습. 붕괴 위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김남균 기자 / 22일 촬영)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은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의거 시행된다.

정비사업의 목적은 도로 주변의 산비탈이나 언덕 중 낙석이나 붕괴위험 지역에 대해 옹벽을 쌓거나 낙석방지망 설치 등을 통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취재결과 충북도는 16일 후영지구 정비사업 공고를 낸 뒤 바로 괴산 쌍곡2지구 정비사업도 공고했다.

뒤이어 20일에는 괴산군 장연면 산25-4번지 일원 정비사업도 함께 입찰을 공고했다.

 

김영환 지사, 참사 와중에도 줄곧 괴산만 찾았다. 왜?

18일 김영환 지사는 괴산군 청천면 덕평리 운교 일원을 방문했다. 참사 이후 괴산 방문은 두번째다. (그래픽 : 서지혜 기자)
18일 김영환 지사는 괴산군 청천면 덕평리 운교 일원을 방문했다. 참사 이후 괴산 방문은 두번째다. (그래픽 : 서지혜 기자)
그래픽 = 서지혜 기자
그래픽 = 서지혜 기자

 

본보가 확인한 김영환 지사의 후영리 일대 토지는 14만여㎡다. 산막과 선친의 묘소가 있는 임야는 12만여㎡에 달한다. 이 토지는 김 지사의 동생과 공동명의로 돼 있다.

이 외에도 농지 1만6000여㎡와 대지를 소유하고 있다.

도지사 당선 이후인 지난 해 12월에도 부인 명의로 농지를 추가 구입했다. 부인 전은주 여사의 경우 농사를 직접 짓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있다.

또 김 지사 부부 뿐만 아니라 장남 A씨도 후영리에 농지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김 지사는 참사 당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현장 대신 괴산군 칠성면사무소와 괴산댐을 찾았다. 김 지사가 방문한 괴산댐은 토지 소재지인 후영리 일대의 하류 지역이다.

괴산댐이 월류 할 정도로 물길이 막히면서 상류지역인 후영리 일원은 일부 지대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

18일 오후에는 김 지사 소유 토지와 차량으로 6분 거리인 청천면 덕평리를 찾았다. 청주에서 청천면을 거쳐 덕평리로 이동 할 때 토지가 있는 후영리를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된다.

 

촌각을 다투는 시점에 입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충북도 최근 5년간 장마철인 7~8월 정비사업 발주 한 건도 없어
이 와중에 신기술 특허적용해 입찰공고, 특정업체 찍어

취재결과 괴산군은 2015년 후영지구를 급경사지 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충북도는 올해 1월, 괴산 쌍곡, 후영, 추점 지구와 청주 1개소에 대한 정비사업 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원래 계획에 잡혀 있었다는 거다.

충북도가 발주한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 정비사업 지역 모습.  데크길도 온전히 있고, 도로 위 비탈면 숲이 붕괴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사진=김남균 기자)
충북도가 발주한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 정비사업 지역 모습.  데크길도 온전히 있고, 도로 위 비탈면 숲이 붕괴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사진=김남균 기자)
그래픽 = 서지혜 기자
그래픽 = 서지혜 기자

 

문제는 시점이다.

왜 하필, 오송 참사가 터진 바로 그 시점, 평일도 아닌 일요일에 입찰을 내야 했냐는 의문이 생긴다.

관련 공무원들은 급경사지 위험지역 정비사업을 장마철에 발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또 한창 수해가 진행중인 시기에 공사를 발주하거나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 피해로 공사중 붕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장마철을 피해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2018년 1월 1일 충북도가 발주한 급경사지 위험지역 정비사업 발주 내역을 살펴봤다.

이번에 발주된 3건의 공사를 제외하면 충북도는 총 31건의 공사를 발주했다.

관련 공무원들의 의견처럼 7월과 8월에 발주된 공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왜 일요일에 입찰을 등록했는지도 의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고위급 공무원은 “공무원이 쉬는 날에 굳이 입찰 공고를 띄운다는 것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더구나 도로관리사업소는 이번 참사 담당부서로 촌각을 다투는 시간인데 입찰을 띄울 경황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입찰도 매우 급하게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입찰은 17일 개시돼 21일에 마감됐다. 4일만에 초고속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이다.

이에 반해 다른 급경사지위험지역정비사업은 보통 7일에서 12일 정도 기간을 두고 업체를 선정했다.

나라장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 6월 26일 ‘지방도418호선 진동96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을 공고했다. 마감 기한은 7월 12일로 2주간의 시간을 가지며 사업자를 선정했다.

충북도는 전 이시종 지사 시절인 지난 해 5월 25일 ‘음성 삼생지구’ 정비사업을 공고했는데 마감은 6월 2일이었다.

입찰공고에 신기술 특허를 적용해 이를 소유한 특정업체의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는 공고서에 “도로관리사업소와 신기술(특허) 보유업체간에 신기술(특허)에 대한 기술사용협약이 체결된 공사로서 입찰에 참가 하고자 하는 자는 신기술·특허가 포함된 공종의 공사내용, 공사금액 협약내용 등을 확인하고 입찰에 참여하시기 바라며, 최종낙찰자는 착공계 제출 시 아래 신기술·특허 보유자와 세부기술 사용협약을 체결하여 협약서 원본을 제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충북도 관계자 “경위 살펴보고 있다. 지사 연관성 없어”
시민사회 관계자 “이 와중에 지사 땅 가는 길 공사 발주. 어이없다”

참사 도중에 김영환 지사 앞 3억원대 붕괴 위험지역 정비공사 사업이 진행된 경위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발주된 경위를 살펴 보고 있다”면서도 "김영환 지사와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충북도가 수해 대응에 늑장대처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담당 직원이 이를 의식해 처리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시민사회와 피해 농민은 “어처구니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참사 다음 날 시민들은 여전히 갇혀 있고 구조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시기인데...도지사의 땅으로 가는데 공사를 발주한 것이 제정신인가. 어이가 없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온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충북도는 현재 재해복구에 뒷짐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도로관리사업소는 이번 재난의 가장 깊은 소관부서다. 모두가 재해현장에 동원되도 모자랄 판에 그 와중에 입찰을 낸다. 이해가 안된다”며 “총체적 난국이다. 사퇴만이 정답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사 도중 개인적인 일로 자신의 땅을 찾아다면 심각한 문제다"며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의 행적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송읍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욕 밖에 안 나온다. 시민은 죽어갔고, 농민은 고통스러워 하는데, 이 와중에 도지사 먼저 챙긴다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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