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 받지않고, 담당 주무관이 조달청 나라장터에 입찰 등록
조달청 입찰공고는 16일 오후 3시 10분, 결재는 18일 오전 6시에
충북도 관계자 “너무 다급해서 (결재 안 받고) 입찰공고 먼저 했다”
법조계 “권한 없는 일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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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지난 16일 발주한 김영환 지사 소유 부동산 출입구 지역 정비공사 입찰공고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위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가 지난 16일 발주한 김영환 지사 소유 부동산 출입구 지역 정비공사 입찰공고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위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가 지난 16일 발주한 김영환 지사 소유 부동산 출입구 지역 정비공사 입찰공고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위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는 최종결재권자인 도로관리사업소장의 결재를 받은 뒤, 공사 입찰 공고를 내야 했지만 담당자는 결재도 받기 전에 입찰 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입찰인 만큼 효력이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또 결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 공고를 등록하라고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 충청북도도로관리사업소는 조달청나라장터에 ‘괴산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 입찰을 공고했다.

공고문에 따르면 입찰 개시일시는 7월 17일이고 마감은 21일이다.

공사 대상지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산 18-49번지 후영교 일대다.

이곳 후영교는 김영환 지사가 소유한 산막과 14만여㎡에 이르는 임야와 농지 등 부동산에 접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다.

참사 구조작업 중 하필 지사 땅 주변지역에 정비공사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차도 참사 사고 구조작업이 한창인 지난 16일 김 지사 소유 부동산 진입로에 공사가 발주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영환 지사가 참사 수습보다 자기 땅을 먼저 챙겼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충청북도는 해명자료를 내고 “전임 도지사 시절 신청한 사업으로 김영환 도지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발주 시점에 대해서는 “업무 담당자는 재난 복구와 관련된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가중된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일 급경사지 정비사업을 입찰 공고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뭐가 그리 급하길래’ 내부결재도 거치지 않은 채 공고

충북도가 지난 1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한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 공고문' 정확한 날짜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충북도가 지난 1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한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 공고문' 정확한 날짜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충북도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진행과정은 엉터리였다.

본보가 입수한 충북도 ‘후영지구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외 1건 수의계약 견적제출 안내공고’ 문서 작성일은 지난 18일에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청에 입찰공고가 등록된지 이틀만에 정식으로 ‘입찰공고’가 나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담당 주무관이 해당 입찰공고 내부결재 공문 기안을 작성해 등록한 시간은 16일 오후 5시 20분으로 나타났다. 아예 결재 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은 채 공고부터 낸 것이다.

팀장과 과장 결재를 거쳐 최종 결재권자인 도로관리사업소장이 결재한 시점은 이 보다 더 늦다. 소장이 결재한 시각은 18일 오전 6시 45분으로 나타났다.

김영환 지사 소유 괴산 부동산 진출입로 역할을 하는 후영교 일대에 옹벽을 쌓은 것을 내용으로 하는 충북도 입찰공고문은 7월 18일 오전 6시 45분에야 최종 결재권자인 도로관리사업소장의 결재를 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찰 공고는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에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됐다.
김영환 지사 소유 괴산 부동산 진출입로 역할을 하는 후영교 일대에 옹벽을 쌓은 것을 내용으로 하는 충북도 입찰공고문은 7월 18일 오전 6시 45분에야 최종 결재권자인 도로관리사업소장의 결재를 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찰 공고는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 오후 3시 10분에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됐다.

도로관리사업소 측도 과정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결재를 거치치 않고 공고가 나간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해 복구작업은 시급한 것이라 담당자가 너무 마음이 다급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종 결재권자의 결재없이 담당 주무관이 공고를 띄운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해당 공사, 수해 복구와는 아무 상관 없어

“수해 복구작업은 시급한 것이라 담당자가 너무 마음이 다급해서 그런 것 같다”는 충북도의 해명은 앞 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도내 기초자치단체에서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은 “급경사지 정비공사는 수해복구 사업이 아니다”라며 “이 공사는 사전에 대비해 예방하는 공사로 수해복구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장마철에 할수 있는 공사도 아니다”라며 “비가 쏟아지는데 공사를 한다고 급경사지를 파내면 안 무너질 곳도 무너지는데 누가 이 시기에 공사를 발주하냐?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공사 대상지에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도로 옆 산비탈에서 토사가 흘러내리거나 낙석이 발생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결재 안된 상태에서 입찰 공고지시 했다면 직권남용

상급자의 결재없이 입찰 공고를 조달청에 등록한 담당 공무원은 현재 휴가를 낸 상태.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만약 담당공무원에게 결재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조달청에 입찰 공고를 내라고 지시한 사람이 있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변호사 A씨는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에게 권한에 없는 일을 강요했을 때 성립한다”며 “이 공무원이 자의로 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에선 해당 입찰결과가 효력이 없을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공무원은 “최종 결재권자의 결재를 마쳐야 공고의 효력이 생긴다”며 “권한이 없는 담당자가 올린 공고를 통해 진행된 만큼 효력에 대한 논란이 생길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 B씨는 “대표권도, 권한도 없는 공무원이 계약을 진행했다면 무효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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