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방부 앞 천막농성 시작…건설노조 "전국 농성으로 확대할 것"유족 "건설기계 노동자는 파리 목숨만도 못해" 건설연맹 "총력투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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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무기한 노숙농성 돌입을 선포하는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공군 제17비행전투단 활주로 확장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故김종길씨 죽음과 관련해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 실력행사에 나섰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뒷바라지에 여념 없던 굴삭기 노종자의 죽음을 국방부가 책임져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굴삭기를 조종하던 건설기계노동자는 쓰러졌지만 누구의 응급처치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눈을 감았다. 그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편히 눈을 감을 수가 없다. 공사를 발주한 발주처도, 공사를 책임지는 원청도 누구하나 책임 있는 재발방지대책과 보상을 비롯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굴삭기 기사 故 김종길 조합원은 올해 가장 뜨거웠던 여름은 공군 17비행전투단 공사 현장에서 일 해왔다. 온 나라가 폭염으로 인해 옥외작업자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떠들어대던 바로 그 때에도 하루 최소 9시간, 한 주에 63시간이라는 시간을 에어컨도 고장 난 굴삭기 조종석 안에서 땀을 쏟아내며 일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발언하고 있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민호 위원장 직무대행.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민호 위원장 직무대행은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에서 고 김종길 동지는 하루 9시간 일주일 63간이 넘도록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사고가 나서 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이 됐는데 만약 그 자리에 신호수도 한명 있었다면 그는 숨지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국방부는 국토를 방위하는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생명도 보호 하는 임무도 있다. 발주처인 국방부에서 사고가 났음에도 국방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시공사인 한진중공업은 이 노동자가 특수고용노동자라 하여 법적 책임이 없다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언을 이어가던 중 눈물이 참지 못하는 고인의 부인 우종옥씨.

"파리 목숨만도 못한 건설기계노동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부인 우종옥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열심히 일을 하다 폭염 속에 과로 속에 남편이 죽었다. 왜 남편이 죽었는지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 국방부 한진중공업 어느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았다. 건설 노동자는 죽어서도 대우를 못 받는 현실이 가슴이 아프다"며 "건설 현장에서 모든 건설 노동자는 관리자 한마디에 쫓겨나야 한다. 파리 목숨만도 못하다. 현장에서 한 집안의 가장이 사망했지만 아무도 책임을지지 않는다. 개인사업자란 이유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차원에 총력투쟁도 예고됐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김금철 사무처장은 "8만 조합원과 함께 고인을 위해 투쟁하겠다. 건설현장은 안전사고 산재사고로 수많은 사고가 생긴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란 이유로 건설기계노동자들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기계가 전도되거나 추락, 매몰되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고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사고 책임은 노동자 본인이 져야한다. 우린 연맹은 노동자들이 공사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 공공기관 공사현장에서 이런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방부가 책임을 져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방부 앞에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부인 우종옥씨.

아래는 기자회견 전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굴삭기 노동자의 죽음 국방부는 유족 앞에 철저한 재발방지대책, 책임있는 사과와 보상을 실시하라!

건설기계노동자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굴삭기를 조종하던 건설기계노동자는 쓰러졌지만 누구의 응급처치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눈을 감았다. 그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편히 눈을 감을 수가 없다. 공사를 발주한 발주처도, 공사를 책임지는 원청도 누구하나 책임 있는 재발방지대책과 보상을 비롯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는 사망했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는 없는 것이다.

굴삭기 기사 故 김종길 조합원은 올해 가장 뜨거웠던 여름은 공군 17비행전투단 공사 현장에서 일 해왔다. 온 나라가 폭염으로 인해 옥외작업자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떠들어대던 바로 그 때에도 하루 최소 9시간, 한 주에 63시간이라는 시간을 에어컨도 고장 난 굴삭기 조종석 안에서 땀을 쏟아내며 일해야만 했다.

그렇게 작업을 지시하던 발주처 국방부와 원청 한진중공업은 고인이 사망하자 마치 고장 난 기계를 버리듯 취급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 3월부터 고인이 숨진 날까지 154일을 휴일도 제때 챙겨주지 않으며 일을 시키다, 고인이 고된 노동에 못 이겨 숨이 끊어지자 서로 책임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다.

사람이 죽었다. 그 뜨겁던 한 여름의 폭염 속에서 쉬지도 못한 채 일만 죽어라 하던 건설기계노동자가 죽었다. 공사현장을 발주한 사람과 그 현장을 관리 ․ 감독하던 사람은 있지만 죽은 노동자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건설기계노동자는 왜 죽어야만 했는가 물어도 대답을 해야 할 당사자인 국방부는 입을 다물고만 있다.

관급공사의 현장에서 국방부는 건설기계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만 한다. 고인과 유족 앞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보상을 진행해 건설현장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라. 자신들을 위한 현장에서 건설기계노동자에게 일을 시키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져버리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국방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고인과 유족 앞에 사과할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8년 11월 14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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