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 노동자 故김종길 씨, 가족 곁 떠난 지 어느덧 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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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공군 제17전투비행단 활주로 공사현장. 폭염 속 에어컨이 고장 난 굴삭기 안에서 하루 10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하다 숨진 故김종길 씨.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그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아직도 거리로 나섭니다.

그가 사랑하는 가족 곁을 떠난 지 벌써 1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 사이 단 한 차례도 유족을 찾아 사과하지 않았던 공군이 국정감사장에서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남겨진 유족들에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국방부는 아직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보상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푹푹 찌는 폭염 속에 외롭게 죽어간 한 힘없는 노동자. 그 죽음에 대해 국방부는 고인과 유족에게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남편인 故김종길 씨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써 우리에게 보내온 부인 우종옥 씨의 글을 공개합니다.

하늘에 계신 당신에게

당신이 하늘로 소풍 떠난 지 오늘이 두 달 째 되는 날입니다. 가족과 일 밖에 모르고 성실히 삶을 살아온 당신이기에 성치 못한 나를 두고 아빠의 그늘이 필요한 딸을 두고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소풍 떠난 당신을 원망할 수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끼리 만나 자식에게는 가난을 대물려 주지 않기 위해서 몸이 부숴 져라 일만 하신 당신에게 살아 있을 때 고맙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못한 게 후회되고 가슴이 아파 당신의 영정 사진을 똑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난 당신을 떠나보내기 위해 주문을 외웁니다. '종길아 종길아 천국에서 평안하지? 딸을 위해서라도 내가 정신 차리자' 매일 이렇게 주문을 외우다보니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두 달이 됐네요.

당신의 휴대폰을 곁에 두고 오늘도 벨이 울리기를 기다립니다. 당신이 '어. 나야' 하면 제가 '응. 알아'라고 대답할 때 참 멋없다며 핀잔을 주던 당신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나 오늘 저녁에 집에 갑니다'라는 문자도 목소리도 이제는 듣지도 받지도 못하는 게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보면 없는 번호로 나옵니다. 내가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살아있나 확인을 하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이제 당신의 천국여행을 받아들여야했기에 당신의 휴대폰을 해지했습니다.

당신이 딸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내가 자신 없다고 하면 당신이 슬퍼할 것을 알기에 내가 당신 몫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딸, 본과 3학년 가운식 할 때 아빠 없이 나 혼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자식이 사람노릇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이 좋은 모습을 둘이 아닌 혼자 봐야 한다는 것을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밥 잘 먹고 잘 살도록 노력할게요. 딸이 아빠 많이 사랑한 거 알지?
마누라도 당신 많이 사랑합니다. 천국에서 잘 놀고 있어요.
내가 언젠가 천국으로 당신 찾아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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