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도의원, 김 지사 14일 행적 공개, 조작 의혹 제기
최고 비상 ‘3단계’ 발령, 정위치 근무해야 했지만
재해대책본부 회의조차 부지사에 맡기고 김 지사, 의문의 서울행
‘초비상 상황, 김 지사가 서울에서 만남 사람은?’…충북도 “설마 사적인 일로 갔겠나?”
7시간이나 청사 비워…밤 10시 51분 귀청해 14분 뒤 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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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오송 참사 발생 전날인 지난 14일 ‘재난대응 비상 3단계 발령’ 된 가운데 충북지역을 벗어나 서울에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오송 참사 발생 전날인 지난 14일 ‘재난대응 비상 3단계 발령’ 된 가운데 충북지역을 벗어나 서울에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진희 충북도의원이 공개한 김영환 충북지사 14일 행적 (그래픽=이종은 기자)
박진희 충북도의원이 공개한 김영환 충북지사 14일 행적 (그래픽=이종은 기자)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오송 참사 발생 전날인 지난 14일 ‘재난대응 비상 3단계 발령’ 된 가운데 충북지역을 벗어나 서울에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상3단계 상황에서는 도지사는 정위치에 머물며 재난상황을 지휘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김 지사의 서울행은 관련 매뉴얼을 위반해 근무지를 이탈한 셈이 된다.

또 충북도가 김 지사의 행적에 대해 ‘사후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31일 오전 11시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지사의 14일 행적을 폭로했다.

박 의원은 이날 김영환 지사가 이용한 수행차량의 충북도청사 출입일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지사를 실은 수행차량은 이날 오전 7시 10분 충북도청 정문을 통과했다. 11시 46분 도청을 떠났다. 오후 2시에는 충북과학기술혁신원 특강이 예정됐다.

김 지사를 실은 수행차량이 충북도청에 다시 되돌아 온 시간은 밤 10시 51분이다.

31일 오전 11시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오른쪽)) 충북도의원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지사의 14일 행적을 폭로했다.(사진=김남균)
31일 오전 11시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오른쪽)) 충북도의원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지사의 14일 행적을 폭로했다.(사진=김남균)

 

비상 3단계 상황, 정위치를 떠나 김 지사가 간 곳은?

박 의원은 도지사 비서실에 확인한 결과 김 지사가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지사는 오후 4시에 예정된 지역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주관하지 않고 서울로 떠났다. 지역재해대책본부 회의는 김영환 지사 대신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맡았다.

그 당시 청주의 호우 상황은 어땠을까?

청주는 오송참사 사고 이틀 전인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날인 14일 낮 12시10분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14일 오후 5시20분 미호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이우종 행정부지사가 주재한 지역재해대책본부 회의에서는 ‘비상대응 2단계’에서 ‘비상대응 3단계’로 전환했다.

<충청북도 풍수해 재난현장 조치 대응 매뉴얼>(이하 재난대응매뉴얼)에 따르면 ‘비상 3단계’는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견될 때를 말하는 ‘재난대응 최고 단계’다.

그만큼 상황이 위중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엄중한 시간에 김 지사는 어디로 갔을까?

박진희 의원은 “이 위중한 시간에 김영환 도지사가 수행차량에 몸을 싣고 엄청난 폭우를 헤쳐 달려간 곳은 서울”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지사, 이 위중한 시간에 서울가서 저녁 만찬?

재난대응매뉴얼에 따르면 비상 3단계에서는 김영환 도지사는 정위치에 근무하면서 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재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한다.

김영환 지사가 이런 역할을 뒤로한채 충북지역 관내를 떠나 급하게 만나야 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박 의원은 “비서실 관계자는 김영환 도지사가 충북을 벗어나 서울을 간 이유는 충북도정의 가장 중요한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의 자문을 겸한 저녁 만찬이 선약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도 관계자에게도 레이크파크르네상스 관련 이 분야 전문가를 만났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도지사 공무수행인데  수행원도 없었다니?

비상 3단계 상황에 자리를 비우고 서울로 갔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수행원 없이 가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설마 지사가 사적인 일로 서울에 갔겠냐?”라고 말했다.

도의 핵심관계자도 김 지사의 서울행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다.

14일 김영환 지사의 행적은 아직까지 베일에 쌓여 있다.

박 의원이 거론한 ‘레이크파크르네상스’ 사업은 김 지사의 핵심공약 사업이다. 이쪽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면 당연히 담당 국·과장이 배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운전기사 외 다른 수행원은 없었다.

박 의원은 이날 만찬 비용은 김 지사가 아닌 상대편에서 지출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시기 밤 10시 51분 돼서야 도청으로 귀청

김 지사가 서울 만찬 일정을 마치고 충북도청으로 되 돌아 온 시간은 저녁 10시 51분이다.

이 시간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김 지사가 타고 온 관용차량이 도청 출입 자동 차단기를 통과한 시간이다.

31일 오전 11시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과 민주당 소속 도의원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지사의 14일 행적을 폭로했다. (사진=김남균)
31일 오전 11시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과 민주당 소속 도의원은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지사의 14일 행적을 폭로했다. (사진=김남균)

 

박 의원이 도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지사를 실은 차량은 14분 뒤인 저녁 11시 5분에 나갔다.

이 14분동안 김 지사는 도청에 들어와서 무엇을 했을까?

충북도가 지난 19일 공식 배포한 ‘오송 지하차도 사고 당시 도지사 일정 관련 브리핑’에 따르면 김 지사는 14일 저녁 10시 55분부터 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집중호우 재난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박진희 의원은 충북도청의 브리핑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일 오송) 참사 이전에는 그 어디에도 (14일밤 김 지사 주관 재해점검회의) 기록과 증거가 없었다”며 “참사 이후, 그것도 조직적으로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바”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회의에 참여해 사진을 촬영했다는 관련 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14일 밤 11시 회의는 30분간 진행’되었다고 했다. 또 재난안전실의 고위 관계자 또한 28일 본의원과의 통화에서는 ‘열흘 전에는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났었는데 도지사께서 그날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셔서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한 것이 확실히 생각났다’며 ‘회의는 20~30분간 진행되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도대체 도청 정문으로 들어와 다시 나가기까지 겨우 14분을 청사에 머문 도지사가 무슨 수로 20~30분 동안 회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회의를 주재한 것은 정확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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