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학생’, ‘문제 학생’이라는 대안학교 선입견 버려야
아이들 다툼 이후 은여울중 대처방식은 여느 학교와 달라
대입 위한 학교 이미 많은데 단재고 교육과정 왜 변경?
“대안교육 원하는 학부모 많아…공교육과 다른 단재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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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고 교육과정 재설정…학부모 생각은? >

충북교육청은 단재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이 5년여 동안 설계한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해 개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을 직접 구성한 교사들은 도교육청 판단이 단재고의 목적과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 교사에 이어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들의 생각은 어떨까? 충북인뉴스는 단재고 교육과정 변경과 관련, 충북에서 총 4명의 학부모를 만났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다르지만 교육에 대한 큰 관심만큼은 모두 동일했다.

단재고에 거는 기대와 우려, 미래사회에서 교육이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학부모들의 생각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은여울중·고등학교 학부모 김지윤 씨 인터뷰>

 

김지윤 씨.
김지윤 씨.

 

윤건영 충북교육감의 슬로건은 ‘교육의 품에서 한명 한명 빛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충북의 모든 아이들이 공교육 안에서 한명 한명 다 빛날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공교육 안에서 빛나는 아이들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충북의 공교육은 충북의 모든 아이들을 품지 못한다. 은여울중·고등학교가 생기면서 일부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아직도 ‘대안’을 절실히 원하고 있고, 또 찾고 있다.

은여울중·고등학교 학부모인 김지윤 씨도 그랬다. 공교육에서 ‘대안’을 찾고자 부단히 애썼고, 그만큼 괴로웠다. 3년 전, 비로소 ‘대안’을 찾은 그는 이제 이렇게 호소한다.

 

“아이들 얼굴이 모두 다르듯이 아이들은 성향도, 특징도 다 다릅니다. 공교육에 맞는 아이가 있는 반면 대안학교가 맞는 아이도 있고, 내면이 단단한 아이가 있는 반면 상처에 취약한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안학교 학생이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불량한 아이들, 문제아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김지윤 씨는 그동안 공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겠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김지윤 씨가 지적하는 공교육의 문제, 그가 원하는 ‘대안’은 과연 어떤 모습이길래 처음 본 기자에게 ‘성토’에 가까운 말을 하는 걸까. 김 씨는 자신의 자녀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내 눈물을 글썽인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은여울 문 두드렸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이는 입학한지 한 달 만에 학교 선배로부터 맞았다.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학교로 달려갔더니, 아이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자국이 가득했다. 행동이 느리고 어눌하며, 말수가 적었던 아이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고, 이를 본 김 씨 또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담임교사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왜 맞았는지, 얼마나 맞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이는 선배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것이 맞은 이유였다.

더욱이 이후에 담임교사는 아이가 한글을 제대로 모르고 느리며 학습을 잘 따라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특수교육을 권했다. 그러나 막상 특수교육을 문의하면 너무 ‘똑똑’해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너무 힘들었어요. 병원에서 진단받은 아이의 지능지수는 130이 넘어요.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학습을 따라오지 못하고 신경 쓰인다고 했어요. 여러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내 아이한테만 집중하기 어렵다고도 했구요. 선생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그럼 우리 아이는 어떡해야 하나요? 도움 받을 곳도, 상의할 곳도 없었어요.”

 

결국 김지윤 씨가 한 선택은 작은학교로 전학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 수가 적으니 좀 더 세심한 교육이 가능할 거라 기대했다. 그 후에도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두 번의 전학을 더 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인근 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학이 더 이상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아이가 ‘엄마 나 학교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았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잘됐다’라고 말을 해줬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방법이라는 것이 기가 막혔습니다. 급식시간에 자기는 밥을 먹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 물을 떠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것을 교사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후에 아이는 친구관계가 뜻대로 되지 않자 폭력을 쓰기도 했고 엄청 힘들어 했습니다."

 

결국 김지윤 씨는 벼랑 끝에서 호소한다는 심정으로 은여울중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그는 자신에게 공교육은 ‘상처 그 자체’라고 표현한다. ‘자신이 맞으면서도 나는 맞을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맞았을거야’라고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 ‘나한테 문제가 있으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거야’라고 자책하게 만드는 교육. 김지윤 씨는 “저에게 공교육은 그런 곳이었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은여울에 온지 4년…‘좋은 대학’ 못가도 상관없다

물론 은여울중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아이가 마냥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다. 은여울중에서도 다툼과 갈등은 있었다. 그러나 대처방식은 이전의 학교와는 천지차이였다고. 은여울중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이 왜 갈등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두 공개하고 부모와 상의했다. 그리고 대처방법도 공유했다.

 

“은여울에 온 후 아이가 기숙사에서 밤에 선배들에게 맞은 일이 있었는데 그 대처방식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고, 선생님은 때린 아이와 제 아이를 분리시켰으며, 진정시켜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에 대해서 저에게 수시로 알려주셨고, 제 아이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고 맞을 이유가 없다고 말을 해 주셨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교육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제가 겪은 공교육은 방임에 가까웠는데 은여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늘 교사들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고, 허투루 보는 선생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은여울에서 4년을 지낸 아이는 현재 학교 협동조합 이사로 열심히 참여하고 있고, 어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줄도 알게 되었다. 또 패션분야를 진로로 정하고 사진, 의류, 디자인, 모델 등 다양한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김지윤 씨는 이러한 활동으로 소위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바로 서고 주변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공부는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 한명 한명 다 빛나려면, ‘대안’ 필요해

김지윤 씨는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은여울에 이어 단재고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은여울중·고가 치유에 중점을 두는 학교인 반면, 단재고는 학생이 직접 자신의 진로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기존 공교육에서 해주지 않는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공교육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만 봐도 단재고는 반드시 필요한 학교라고 강조했다.

 

“은여울 안에서도 아이들의 진로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요리하고 싶은 애, 춤추고 싶은 애, 영상하고 싶은 애, 사진하고 싶은 애 너무 많아요. 하지만 솔직히 은여울은 치유가 우선시되는 학교이기 때문에 진로교육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단재고를 기대하는 이유는 은여울에서 부족했던 것이 해소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최근 충북교육청이 단재고의 교육과정을 재설정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재능과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한다는데 도교육청은 그것이 왜 잘못됐다고 하는지, 왜 재검토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진학을 위한 학교는 이미 많은데 또다시 대학 입학하기 좋은 학교를 왜 만들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감님이 말씀하신대로 아이들 한명 한명이 다 빛나려면 한명 한명에게 맞는 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공교육이 힘든 아이들, 정말 대안을 찾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드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입니까?”

 

김지윤 씨의 마지막 말은 돌아오는 길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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