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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돈봉투 수수의혹 ‘86개의 녹취파일! 진실을 알고 있다’(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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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사장 A씨가 입을 열었다. 입만 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정우택 국회의원(국민의힘, 국회부의장)실 관계자와 나눈 전화통화 녹취록 86개도 동시에 풀었다. 사건을 수사중인 충북지방경찰청에도 제출됐다.

정우택 의원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에 기반한 흑색선전,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했왔다. 심지어 본보를 비롯한 MBC충북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국민의힘도 “객관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정 의원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카페사장은 이에 대해 ‘돈 봉투 수수의혹’과 관련해 자신과 ‘전화통화 녹취록’이 ‘객관적 증거’라고 확신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본보는 <뉴스타파>와 86개의 녹취파일을 공동입수하고 공동으로 취재했다. 녹취파일과 함께 ‘진실의 방’으로 들어가자고 독자들을 초대한다. 판단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다. (편집자주)

 

1편 “의원님 후원금 좀 주라!…제일 필요한 건 현금이지 뭐!”

 

충북 청주시에 소재한 카페의 주인이 작성한 메모장에는 2022년 4월 청주 상당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때부터 그해 10월 사이에 5차례에 걸쳐 현금과 정치후원금으로 800만원을 정 의원 측에게 전달하고 100만원 상당의 소고기와 양주 등을 접대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카페에서 촬영된 CCTV 영상에는 카페주인이 정우택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본보는 지난 2월 14일 <불법카페업자 돈봉투 받던 정우택, CCTV에 딱 찍혔다>라는 기사를 통해 메모장과 CCTV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날 <MBC충북>도 메모장과 영상을 공개했다.

보도 이후 정우택 의원 측은 분노했다.

카페사장이 돈 봉투를 전달한 것은 맞지만 곧바로 돌려주면서 “정 도와주고 싶으면 정치후원금으로 하라”며 후원계좌를 안내했고, 이후 들어온 후원금을 선관위에 공식 신고했다고 반박했다.

메모장에 기록된 나머지 내용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진실의 방 1번 문제 : 후원금 안내(혹은 요구)는 언제 이뤄졌나?

본보 보도 이후 정우택 의원과 보좌관 A씨는 본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정우택 의원 측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당시 카페주인이 봉투를 전달하려 했지만,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별관 밖으로 나오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봉투를 돌려주고 후원계좌를 통해 후원하라고 안내한 바 있습니다. 그 후 10월 7일 카페주인이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지역보좌관에게 공식 후원계좌를 문의해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주고 10월 10일 300만원이 후원금으로 입금되어 선관위에 회계보고 했습니다”라고 적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우택 의원 측이 설명하는 타임스케쥴은 이렇다.

▢ 2022년 10월 1일 : 돈 봉투를 돌려주고, 카페주인에게 정치후원금 후원을 안내

▢ 2022년 10월 7일 : 카페주인이 보좌관에게 후원계좌 문의 → 보좌관이 카카오톡을 통해 후원계좌 발송

□ 2022년 10월 10일 : 후원계좌 통해 300만원 입금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돈 봉투를 돌려받은 뒤 정치후원금 안내를 받은 카페주인이 먼저 후원계좌를 문의했다고 한 부분이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정 의원 측도 후원금을 카페주인이 먼저 문의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다음의 전화통화 내용을 살펴보자.

이 통화는 10월 7일 오후 4시 54분에 정우택 의원실 보좌관 A씨와 카페주인 사이에 이뤄진 통화 내역이다. 발신자는 보좌관 A씨다.

이 통화를 통해 돈 봉투가 건네진 10월 1일부터 10월 7일 사이에 이뤄진 통화에서 처음으로 후원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정우택 의원 측은 카페주인이 먼저 후원금 계좌를 문의했다고 하는데, 통화 내용상으로는 정우택 의원실 보좌관이 전화를 걸어 후원금을 달라고 했다.

이 통화내용 만을 놓고 보면 두가지 사실이 발견된다.

첫째, 후원금을 안내한 것이 아니라 정우택 의원 쪽에서 후원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두 번째는 후원금 계좌를 카페주인이 먼저 문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 의원 측에서 이를 뒤엎을, 즉 카페주인이 먼저 후원계좌를 문의했다는 내용을 증명하지 않는 한, 위의 두 가지 사실은 분명해진다.

 

진실의 방 2번 문제, “의원님 제일 필요한 건 현금이지”… 돈 봉투를 돌려줘 놓고, 현금을 요구한다고?

정우택 의원 측은 일관되게 돈 봉투를 돌려주고, 정치후원금을 안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A보좌관과 카페주인은 후원금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통화한다.

 

 

2022년 10월 7일 오후 4시 50 몇 분경 A보과관이 카페주인에게 보낸 후원금 계좌 문제
2022년 10월 7일 오후 4시 50 몇 분경 A보과관이 카페주인에게 보낸 후원금 계좌 문제

 

대화 내용이 이상하다. 돈 봉투를 돌려주고 “정 하고 싶으면 후원금으로 해(주시)라”라던 정우택 의원 측이 대화에선 현금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후원금은 후원금대로 내고, 현금은 따로 보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의원님(한테) 제일 필요한 건 현금이지 줘! 의정활동 하려면 필요한게 많은데”라고 현금 예찬론을 펼친다.

한 술 더 떠 “제일 가려운게 그거(=현금)여! 이제 (현금으로) 긁어주는 게 제일 믿을 만한 사람 한테만 하는 거 아니야!”라고 까지 말한다.

이 지점은 정우택 의원측의 해명과 또 다시 상충된다.

10월 1일 저녁 로얄살루트 양주와 소고기, 송이버섯이 곁들여진 대접을 받은 자리에서 건네진 돈 봉투를 분명히 돌려줬다고 하는데, 이후 자리에선 후원금과 별도로 현금을 달라고 했다. 이것이 논리상으로 어울리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카페주인은 대화내용에서 언급한 현금은 10월 9일 카페를 방문한 A보좌관에게 현금 100만원을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A보좌관은 그때 건넨 돈이라며 이날 건넨 일련번호가 찍혀있는 5만원권 사진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위 통화에서 언급한 후원금은 10월 10일 계좌로 입금했다고 밝혔다.

카페주인이 현금 100만원(10월 9일), 후원금 300만원(10일)을 전달했다고 밝힌 그 다음날 10월 11일 오후 6시 6분에 카페주인과 A보좌관은 이렇게 통화한다.

 

카페 주인은 2022년 10월 9알 카페를 찾아온 A보좌관에게 100만원을 건네기 앞서 위 5만원권 지폐뭉치를 촬영했다. 촬영이유는 "정우택 의원실에 호구(=바보)로 보여, 계속해 돈을 드려야 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카페주인 제공, 촬영일시 : 2022년 10월 9일 오전 10시 26분)
카페 주인은 2022년 10월 9알 카페를 찾아온 A보좌관에게 100만원을 건네기 앞서 위 5만원권 지폐뭉치를 촬영했다. 촬영이유는 "정우택 의원실에 호구(=바보)로 보여, 계속해 돈을 드려야 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카페주인 제공, 촬영일시 : 2022년 10월 9일 오전 10시 26분)

 

카페주인은 10월 1일 정우택 의원에게 돈 봉투를 건넸다고 하는 것과 별개로 10월 9일 A보좌관에게 정우택 의원에게 전달될 것으로 믿은 100만원 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한다.

이틀 뒤 A 보좌관은 카페주인에게 “그리(후원금? 현금?) 챙겨줘서 큰일났다. 이제 우리(?) 아우님한테 용돈이나 받아 쓰고..” 라고 말한다.

도대체 이 말은 무슨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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