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시기 사회주의 사상은 독립운동의 수단
국방부 결정에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당황스러워 해
“독립운동 관점,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
‘날아라 홍범도…’ 공연, 당시 생활상 볼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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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충북역사교사모임 회장.
김정호 충북역사교사모임 회장.

 

김정호 충북역사교사모임 회장(한국교원대 부설고 교사) 인터뷰

최근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은 정치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홍 장군의 때 아닌 공산당 논란은 사회·문화 등 전 부분에 영향을 미쳤고, 특히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훌륭한 독립운동가로만 알고 있었던 홍범도 장군은 어느 날 갑자기 ‘공산당원’으로 변해 버렸고, 그래서 육군사관학교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특히 교사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Red Complex’를 더욱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기 검열에 민감해야 했으며, 앞으로 홍범도 장군과 독립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조선말 또는 일제강점기 시기 독립운동가들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이미 독립운동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합의한 상태입니다. 특히 당시의 사회주의는 새로운 사상이었기 때문에 지식인들과 독립운동가들이 공부하고 받아들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논란이 생겨 굉장히 난감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부터 교육과정에 어떻게 담아낼 것이며, 교육과정과 다르게 가르치게 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철거는 독립운동사 뒤흔드는 중요한 사건”

충북역사교사모임의 회장인 김정호 교사(한국교원대 부설고, 역사)가 우려하는 부분은 ‘홍범도 장군=공산주의자’, 그래서 육군사관학교에서 그 흉상이 철거된다는 단편적인 정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홍범도 장군 흉상철거는 독립운동사 전체 또는 근현대사 전체를 뒤흔드는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다가왔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조선 말기 한학·유학·성리학을 공부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의병활동에 참여했고, 그 중 상당수가 독립운동가의 길을 선택했으며, 그 과정에서 독립운동의 수단으로 사회주의, 민족주의, 무정부주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는 ‘독립된 나라’, ‘안전한 나라’를 염원하는 민중들의 간절한 바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그런데 이런 맥락을 무시한 채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를 금기시한다면, 또 현 정부의 시각으로 이를 바라본다면, 모든 역사적인 사실과 평가가 틀어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충북역사교사모임이 속해있는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는 홍범도 장군과 관련 최근 줌으로 강연회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역사교육연구소 등 전국 51개 단체와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충북의 역사 교사 50여명이 모여 있는 충북역사교사모임에서도 앞으로 더 심도 있는 고민과 교육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할 계획이다.

 

“당시 수많은 지식인들과 민중들이 받아들였던 사상들은 새로운 나라를 위한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그것을 오늘날의 정치와 연결시켜 버리면 안 됩니다.”

 

‘Red Complex’, 자기검열 우려 된다

김 교사는 여전히 교사 사회에 남아있는 자기검열 또한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사항이고, 결국은 이러한 폐해가 모두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실제 지난 1학기 교원대 부설고 1학년 학생들은 독립운동사에 대해 공부했다. 기말고사를 치르며 학생들은 홍범도 장군과 봉오동 전투 등 당시 독립운동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터전 나온 홍범도 장군 흉상철거 소식에 교사와 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김 교사는 공군사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입학을 위해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면접에 나오는 질문들이 현재 이슈와 관련된 내용이 많은데 어떻게 면접 준비를 해야 할지 적잖이 우려스럽기 때문.

 

“저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당황스러워했습니다. 토론을 본격적으로 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공사와 육사 입학을 위해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시, 학생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그럼에도 그는 이러한 우려, 걱정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다시 아이들에게서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정보에 빨랐고, 생각보다 역사와 사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예전보다 훨씬 더 정보가 빠르고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저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정치와 역사가 연결되어 있어서 속상한 일도 있지만, 반면에 정치와 역사가 연결되어 있어서 더 관심을 갖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크게 사고하고,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편 오는 13일 본보가 주최하는 ‘날아라 홍범도 까레이츠의 노래’와 관련, 김 교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사람들과 해외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호평했다. 유명한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중요하지만 일제강점기 시기 민중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해외로 갔던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은 꽤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이야기임에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홍범도 장군과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볼 수 있다니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이나 극으로 만들어서 공연을 하는 것도 매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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