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찍은 영상, 둑 터지기 직전 포크레인 1대 흙 긁어모아
“20키로 짜리 모래로 임시 제방 만들었다” 증언
“6년, 7년 동안 공사 지속되는 것 이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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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교 제방이 비로 깊게 파혀 있는 모습.(이종은 기자)
미호천교 제방이 비로 깊게 파혀 있는 모습.(이종은 기자)

 

“이번 사고는 오랜 기간 계속된 공사와 안일한 대처가 원인입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큰 비가 온다고 했으면 일단 임시 둑을 톤백(마대자루)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허술하게 20키로 짜리 모래를 쌓아 놓았으니…. 모래가 어떻게 수압을 견딜 수가 있겠습니까?”

 

17일 오전 오송복지회관에서 만난 오송 지역 이재민들은 이번 수해를 공통적으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성토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음에도, 안일한 대처가 불러온 참사라는 것이다.

 

김기훈 씨.
김기훈 씨.

 

오송 주민 김기훈 씨는 “이미 큰 비가 예보된 상황에서 둑이 터지기 직전 포크레인 1대가 임시 둑을 쌓고 있었어요. 모래가 무슨 힘이 있어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둑이 터지기 직전 주민이 직접 촬영한 영상에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포크레인 한 대가 주변의 흙을 긁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또 다른 주민 A씨는 오랜 기간 지속되는 공사를 지적했다.

A씨는 “공사를 벌써 6년, 7년째 하고 있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공사를 한다는 것이 말이 안돼요. 공사가 진작 끝났다면 사고가 안 났을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지적하는 공사는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말한다.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강폭을 넓히는 공사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관리책임을 맡고 있다. 당초 계획은 지난해 1월 완공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공사현장 출입을 편하게 하기 위해 제방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큰 비를 앞두고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문제는 임시 제방이 기존 제방보다 낮았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임시둑과 기존 제방의 높이 차이.
임시둑과 기존 제방의 높이 차이.

 

김기훈 씨는 “주민들이 직접 119에 신고도 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적인 관리가 안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17일 기자가 미호천 제방을 찾았을 때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복구된 상태였지만 가장자리 부분은 15~16일 비로 깊게 파힌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경찰은 임시 제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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