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가 보내온 기고 글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이 단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반민중·반노동 정책이 강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시대 도래에 따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로 인한 국가간 공급망 사슬 붕괴로 물가폭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는 “이와 같은 생존권의 위협을 분쇄하고 민중들의 힘을 하나의 연대로 묶어내기 지난 7월 23일 제1차 충북민중대회를 시작으로 9월 24일 2차 민중대회, 12월 3일 3차 민중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한반도평화·기후·농민생존권·장애인권·차별금지법·성평등·물가및민중생존권·돌봄공공성강화를 주제로 열 차례 기고 글을 보내온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가 보내온 기고 글을 연재합니다.

충북인뉴스는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어떠한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평등한 사회를 위한 가장 시급한 민생법안, 차별금지법

글 :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 조장우 집행위원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등이라는 대원칙에 동의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자신의 존엄이 훼손당하는 경험을 하면서도 이것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할 때도 많다.

사실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악의 없는 혹은 선량한 마음만으로는 결코 평등에 이를 수 없다. 헌법은 차별받지 않아야 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구제화 할 법률이 체계적으로 정비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는 차별이다. 차별은 모두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차별이 심화되고, 혐오가 확대되는 사회에서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고 평등을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시급하게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평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의무가 있음에도 지금까지 역할과 책임을 하지 않고, 혐오와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존재들을 외면해왔다.

‘나중에’라는 핑계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은 계속 미뤄져 왔다. 불합리한 이유로 차별받지 않은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學歷),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게 하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차별금지 사유를 근거로 하는 모든 구분과 분리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에서는 일하고, 교육하고,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고, 물건을 사고파는 삶의 영역에서 차별금지사유로 사람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차별의 개념에는 직접 차별, 간접 차별, 괴롭힘, 성희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개념들은 그동안 은폐되어 온 차별의 다양한 모습들을 드러내 줄 것이다.

그나마 21대 국회에서는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이래 제일 많은 4건의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발의되었고, 10만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라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회에 ‘평등 및 차별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2022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를 통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평등법안 관련 제정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67.2%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고, 이는 반대 의견(28%)보다 2.4배 높은 수치다.

같은 달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한다는 답변이 57%로 반대 29%에 비해 2배 가까이 우세하다고 조사되었다. 특히 지역, 성별, 연령, 정치성향 등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 제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반대 답변을 크게 앞섰다.

지난 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행한 국민인식조사에서는 88.5%,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론조사에서는 87.7%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가 되었다.

2022년 5월,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는 충북지역 국회의원 8명에게 ‘현재 한국사회에서 차별이 심각한 문제라는데 동의하십니까?’,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의 질의에 8명의 국회의원 중 1명만 응답했고, 7명은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지역의 정치인들은 평등에서 뒷걸음을 쳤고, 시민의 의견과 눈높이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혐오에 눈치를 보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 조장우 집행위원장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 조장우 집행위원장

 

'사회적 합의', '사회적 논란' 등을 이유로 머뭇거리거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소수의 눈치를 보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시민이 오히려 소수인 것처럼 외면하는 정치는 필요 없다.

차별금지법은 단지 차별을 규제하고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다루는 실체법이자,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법으로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인권의 상식이 된 지 오래되었다. 이제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 헌법상 평등권 실현을 위한 국회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지난 9월 1일, 100일간의 일정으로 개원했다. 여야를 막론한 모든 정치가 '민생'을 앞세워 말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의 가장 시급한 민생법안은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이 사회에 점점 더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는 불평등을 타파하지 않고 '민생'이 나아질리 없다. 차별의 벽을 깨는 일은 정략적으로 고민할 사안이 아니다. 누군가의 절박함을 정치가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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