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현실은 여성 3명 중 1명 폭력 피해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가 보내온 기고 글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이 단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반민중·반노동 정책이 강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시대 도래에 따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로 인한 국가간 공급망 사슬 붕괴로 물가폭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는 “이와 같은 생존권의 위협을 분쇄하고 민중들의 힘을 하나의 연대로 묶어내기 지난 7월 23일 제1차 충북민중대회를 시작으로 9월 24일 2차 민중대회, 12월 3일 3차 민중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한반도평화·기후·농민생존권·장애인권·차별금지법·성평등·물가및민중생존권·돌봄공공성강화를 주제로 열 차례 기고 글을 보내온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가 보내온 기고 글을 연재합니다.

충북인뉴스는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어떠한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젠더 시계

글 : 김현정 청주여성의전화 부설 청주성폭력상담소 소장

많은 국민들이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그를 응원했다. 매회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성소수자, 발달장애인, 어린이, 지적장애인, 여성노동자. 드라마 속 그들은 버겁지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가고 만들어가는 인물들로 그려졌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사회는 어떠할까. 윤석열 정부 취임 110여일이 지난 지금, 그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 존재할까. 수많은 우영우가 살아내야 하는 현실 속 세상은 드라마만큼 녹록하지 않다. 그야말로 ‘생존 투쟁’ 그 자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여성의 돌봄 노동은 심화되었고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그러나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나 성평등 의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부추기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논의나 의견수렴 없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여성가족부는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비밀리(?) 공개했다. 이번 여성폭력 실태조사는 2018년에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근거하여 2021년,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7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개별 폭력 피해에 대한 실태조사는 있었으나 스토킹과 데이트폭력, 그루밍성범죄 등 여성폭력 전반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국가 통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젠더폭력 데이터 부재 상황 속에 나온 의미 있는 통계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한마디 설명도 없이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5개월이나 미루었고, 8월 26일 발표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이를 제대로 다룬 언론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폭력 피해를 평생 한 번이라도 당했다’는 응답자는 34.7%, 그중 ‘배우자 또는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46%로 절반에 가깝다. 다시 말해 여성 3명 중 1명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하여 기본소득당 용혜원 의원은 “여성들의 일상 속에 폭력이 만연했음에도 그동안 여성폭력에 대한 공적 개입이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2020년, N번방 사건이 세상을 뒤덮었다. 관련법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새롭게 진화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났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아동과 청소년, 수많은 여성들이 폭력 피해로 죽어간다.

그럼에도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성평등 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당면한 여성폭력 문제는 뒤로 한 채 반대 여론이 거센 ‘여성가족부 폐지’에만 몰두하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독립부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예산(2022년 정부예산 중 0.24%)으로 운영된다. 부처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부족한 성평등 정책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대안 마련, 성평등 추진 체계 강화가 해답이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공정과 상식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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