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가 보내온 기고 글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이 단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반민중·반노동 정책이 강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시대 도래에 따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이로 인한 국가간 공급망 사슬 붕괴로 물가폭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는 “이와 같은 생존권의 위협을 분쇄하고 민중들의 힘을 하나의 연대로 묶어내기 지난 7월 23일 제1차 충북민중대회를 시작으로 9월 24일 2차 민중대회, 12월 3일 3차 민중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해 한반도평화·기후·농민생존권·장애인권·차별금지법·성평등·물가및민중생존권·돌봄공공성강화를 주제로 열 차례 기고 글을 보내온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가 보내온 기고 글을 연재합니다.

충북인뉴스는 <충북민중대회 추진위원회>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어떠한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특별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삶을 원한다.

글 : 조연희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장애인과 관련된 익숙한 단어 중 하나가 특수(special)학교일 것이다. 짐짓 장애인을 특별대우해주는 듯 한 우리사회의 한 단면이 드러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장애인들의 삶을 특별하기는커녕 평범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선배 언니와 주말에 청주 성안길 시내에 나가 점심을 먹고 옷도 사기로 한 적이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언니와 만났을 때까지는 모든 것이 좋았다. 날씨도 좋고 점심시간까지는 시간도 넉넉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진 식당은 미리 봐두었기에, 버스에 올라타기만 하면 30분이면 식당 안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는 아니기에 몇 대의 버스를 보내고 기다려야 했지만 수다를 떨며 즐겁게 기다릴 수 있었다.

드디어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하지만 저상버스 리프트가 고장이었다.

 

두 번째 저상버스가 도착했지만, 인도와 차도의 단차를 맞추려고 버스가 앞뒤로 움직이다가 버스 앞 사이드미러가 매표소에 부딪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우리를 태우지 않고 떠났다.

그렇게 우리는 30분이면 넉넉할 거리를 2시간이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장애인콜택시를 예약해 둘 것을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당시에는 예약제인 장애인콜택시를 원하는 시간에 타는 일도 하늘이 별따기였다.

식사를 마치고 옷을 사러갔을 때 성안길 안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옷가게가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작 옷을 입을 사람은 가게 밖에 기다리고 ‘밝은 색’, ‘반팔’, ‘블라우스나 셔츠’라는 조건을 가지고 내가 매장 안에서 적당한 옷을 골라 들고 가게 문에 서서 이 옷 저 옷을 보여주어야 했다. 옷가게 점원에게 이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수고는 덤이었다. 몇 개의 가게를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우리는 옷사기를 포기했다.

수시로 고장 나는 저상버스와 부족한 편의시설을 함께 욕하며 웃으며 헤어졌지만, 그날이 씁쓸함은 몇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선명하다.

 

장애인에게 평범한 삶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사회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일상 속에 함께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인권 활동가로 지낸 10년 동안 내가 만난 장애인들은 특별한 배려가 아닌 평범한 생활을 누리고 싶어했다.

비장애인과 비슷하기라도 한 평범한 일상을 위해 때로는 쇠사슬을 목에 두르고, 도로를 점거하고, 계단버스에 기어올랐다.

저상버스나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편의시설이 없어 식당 앞에서 밥을 굶어야 한다.

고향에서 위독하신 부모님의 소식을 듣고도 시외버스도 탈 수 없고, 택시도 가지 않아 맘만 졸인다.

출근시간에 버스를 타려다가 사람들에게 욕을 듣는 시간, 가족에게 짐이 될까 시설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 한다.

 

근처에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가 없거나 가족에게 지나친 책임이 지워져 자녀를 시설로 보낼 고민을 하는 부모의 시간...... 차라리 다 그만두자고 포기하는 결심을 해보는 시간.

삶과 일상을 켜켜이 쌓아가는 시간과 경험에서 장애인들은 배제되고 소외된다.

장애인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장애인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환경적·태도적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그 높은 장벽에 예쁘게 드리워진 리본이 ‘특별’이란 단어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특별히 해주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니는 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 친구들과 함께 교육을 받는 일, 상점에 들어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

나 혼자나 가족과 함께 또는 내가 원하는 반려자와 함께 사는 일, 직장에 다니는 일은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평범한 일이다. 그것이 장애인의 인권이다.

조연희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조연희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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