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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불거진 한국전기공사협회 청소노동자들의 해고 문제가 해를 넘겨 진통을 겪고 있다. 교섭에 난항을 겪은데 이어 집회와 천막농성, 급기야 25일부터는 고령의 청소노동자와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장이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최강한파 속 그들은 왜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단식을 선택했을까?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이번 한국전기공사협회 사안에 △고령노동 △용역 △하청 △비정규직 △노조법 2·3조 등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가 모두 녹아있다고 주장한다. 기고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최저임금에 7시간 일하면서, 직원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새벽같이 달려와 일했는데, 고무장갑도 없이 신사옥 입주 청소부터 쓸고 닦았는데, 노동조합 했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한국전기공사협회(협회)는 지난해 11월 21일 ‘건물종합관리 위탁용역 입찰’을 공고하면서, 청소 인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였다. 이에 반발하여 투쟁을 시작한 노동조합 조합원은 전원 해고됐다. 원청의 누군가는 ‘노동조합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이라며 노동조합에 책임을 전가했고, 새롭게 선정된 용역업체는 ‘원청이 전원 고용승계 하라면 할 것’이라며 고용 승계 책임을 회피했다.

노동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농성을 32일째 이어가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66세. 협회 청소노동자들 평균나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증가한 일자리 87만 개 중 절반(44만 개)은 60세 이상 고령자 일자리다. 2023년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는 월평균 624만 7000여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를 차지한다. 2003년 이후 고령자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추세이나 양질의 고령자 일자리가 부족하고, 임시·일용직 등 불안정고용 비중이 높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55세 이상 취업인구 중 37.1%는 비(非)임금노동자, 27.8%는 임시·일용직이다.

 

노인빈곤율 세계 최고…저임금·쉬운 해고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연금 보장성은 낮아 실질 소득대체율의 20%에 불과한데, 60세 이상 노동자 2명 중 1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일하고 있다.

‘2022 고령자 통계’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다. 취업 의사가 있는 65~79세 고령층(54.7%)의 53.3%는 취업의 이유로 ‘생활비 보탬’을 들었다. 가능한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고령 노동자들은 저임금, 쉬운 해고, 위험한 노동환경 등 매년 더 낮은 노동조건을 강요당한다. 실례로 2022년 60세 이상 노동자 산재사고 사망자는 43.5%, 사고재해자 30.7%, 질병 재해자 53.8%로 전 연령대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협회 또한 11명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신사옥 청소를 7명으로 인원을 대폭 줄이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임금 삭감을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또한 공공노인일자리 외에 청소·경비·돌봄 등의 일자리의 경우 용역·하청·비정규직이거나 작은사업장이 대부분이다. 협회 청소노동자들처럼 노조에 가입해 원청을 상대로 노동권리 보장을 요구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지속되는 제도적 차별

저임금, 불안정고용, 위험한 노동환경 이외에도 제도 또한 고령노동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노동자의 경제활동인구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65세를 넘어 새로운 일자리를 잡은 노동자들은 아예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할 수 없거나, 산업재해 보상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산재 때문에 일을 못 하는 노동자들은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5조에 따르면 60세부터 65세까지 나이가 늘어날 때마다 평균임금의 4%씩 감액되고, 65세 이상은 평균임금의 50%만 받을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놓치고 있는 것

정부는 고령자 지원금, 재취업지원, 공공형 노인 일자리 질 제고, 65세 이상 실업급여 적용 방안 등 고령노동자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령노동에 대한 생활임금 보장, 고용안정, 유급직업훈련,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제도적으로 고령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 시정과 사회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청소노동자들은 말한다.

 

“우리 모두 정년퇴직하고 나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의 고용승계 투쟁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쟁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고령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고령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작입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원직 복직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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