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협회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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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불거진 한국전기공사협회 청소노동자들의 해고 문제가 해를 넘겨 진통을 겪고 있다. 교섭에 난항을 겪은데 이어 집회와 천막농성, 급기야 25일부터는 고령의 청소노동자와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장이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최강한파 속, 그들은 왜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단식을 선택했을까?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는 이번 한국전기공사협회 사안에 △고령노동 △용역 △하청 △비정규직 △노조법 2·3조 등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가 모두 녹아있다고 주장한다. 기고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한국전기공사협회(이하 협회) 미화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에 반발해 37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월 25일에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협회 측은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고용계약 관계가 없다는 점을 들며 면담 및 대화를 거부하고 고용승계와 관련해 (법적)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말 그럴까.

 

12년 전 시작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2010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홍익대학교 미화 노동자들은 집단 해고에 맞서 50일 동안 농성을 진행했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던 미화 노동자의 끈질긴 투쟁은 사회적으로 주목받았고, 그 성과는 2012년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보호지침)으로 이어졌다.

’보호지침‘은 원청이 청소, 경비, 시설물관리 등 단순 노무 용역을 외주화할 경우 원청이 준수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그중 고용과 관련한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용역계약 체결 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한다.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용역계약 기간 동안 고용을 유지한다.

△ 용역업체 적격심사 시 근무 인원을 명시하여 고용 규모가 감소되지 않도록 유의한다.

 

‘보호지침’ 목적은 용역업체 변경을 통해 쉬운 해고와 인원 감축, 일자리 질 저하를 막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9년부터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보호지침’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였으며 민간으로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혜택은 누리고, 의무는 모르쇠?

협회는 사단법인이지만,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준공공기관이나 마찬가지다.

전기공사업법 제25조에 근거하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법정 유일의 단체로, 국가전력 사업의 발전을 목표로 한다. 전기공사업과 관련한 정부 사업을 위탁받고, 국비를 지원받아 전기 기술자 교육을 수행한다. 이는 협회 홈페이지와 채용 공고 등 협회 홍보 글에 빠지지 않는 내용으로, 협회 역시 자신의 공적 역할을 자부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할 ‘보호지침’은 준수하지 않는다.

협회는 2년 동안 입주 청소부터 헌신한 미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용역 업체 변경을 통해 조합원을 해고했다.

심지어 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청소 인력 11명을 7명으로 축소했다. 공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여러 혜택을 받지만, 노동자 고용 승계 의무는 다하지 않는 것이다. 사단법인이란 이유로 ‘보호지침’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민간 부문으로의 ‘보호지침’ 확대는 더욱 요원하다. 미화 노동자의 고용 불안 해소는 오늘의 과제다.

 

투쟁으로 ‘보호지침’ 확대시키자

2012년 ‘보호지침’은 공공기관에 지침을 강제하지 않았다. 강제성이 없어 지침의 효력이 적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속해서 지침 준수를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고용노동부는 2014년부터 ‘보호지침’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보호지침’ 준수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리고,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근로감독 등을 시행했다. 가장 최근에 개정된 2019년 ‘보호지침’은 공공부문에 지침 준수를 강제하고, 보호 대상의 범위를 넓혔다. 지침의 내용 역시 이전보다 구체화되었다.

‘보호지침’ 신설과 확대는 모두 노동자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익대학교 집단 해고 사태로 2012년 지침이 만들어진 것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으로 지침 확대를 만들어낸 것처럼, 협회 집단 해고 사태 역시 민간 부문으로 보호지침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집단 해고에 맞선 미화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투쟁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 의미를 알기에, 협회가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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