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도지사 김영환)가 4억여원 가량을 투입해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육묘장 부지에 조성한 360면 가량의 주차장이 불법으로 조성된 정황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 조성 사실이 확인되면 원상회복 조치를 해야 해 수 억원의 혈세가 낭비될뿐더러 고발조치가 이어져 관련 공무원이 법적 처벌까지 뒤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6일 충북도는 <청남대 주차공간 500면 추가확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꽃묘를 생산하는 육묘장에 주차장 350면을 확보하는 등 총 500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는 “청남대 접근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며 “혁신적 비즈니스 마인드로 대표 국민관광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충북도는 3월부터 구 육묘장 부지 진입로 포장공사 및 육묘장 철거공사를 진행하고 5월에는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공사를 발주했다.

청남대 가을축제가 시작된 이후에는 이곳 육묘장 부지에 조성된 주차장 입구에 무료주차 현수막을 부착한뒤 안내요원을 배치해 차량 수백대가 주차하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충북도 계약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육묘장 주차장을 조성하는데 4억여원 가량의 예산이 집행됐다.

알고보니 홍길동 주차장? … 주차장인데 주차장이라 못 불러

충북도는 육묘장 주차장 증설 등을 바탕으로 기존 600면에서 주차공간을 1200면으로 늘렸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부터는 ‘사전 주차 예약제’를 폐지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사전주차 예약제’ 폐지를 ‘혁신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홍보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육묘장 주차장은 ‘주차장’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식 명칭은 주차장이 아니라 ‘청남대 잔디광장’ 이다.

주차장 350면을 증설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해놓고 지금와서 주차장이 아니라고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수도법 등 관련법엔 청남대 신규 주차장 허가 안돼

청남대 지역은 수도법에 따라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만큼 수질보전을 위해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개발 등) 행위가 제한되는 내역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다.

개발행위를 하려면 수도법에 따라 여러 행정기관에 행위허가 신청을 접수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본보 취재결과 청남대 (개발 등) 행위허가신청 처리기관은 청주시 문의면사무소다.

문의면사무소에 확인 결과 충북도는 지난 3월 경 청남대 육묘장 부지에 ‘잔디광장’을 조성한다며 협의를 요청했다.

문의면 사무소 관계자는 “잔디광장을 조성한다며 협의를 요청했다. 주차장 관련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충북도는 왜 주차장 관련 부분을 협의 내용에 넣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청남대관리소 관계자는 “청남대의 경우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주차장이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주차장이 아니라 잔디광장을 조성하는 것을 협의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공을 찬다고?

청남대가 육묘장 부지에 주차장을 조성하면서 지난 5월 9일 입찰에 부친 ‘공사명’은 ‘청남대 잔디광장 조성공사’다. 주차장이란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렇게 조성된 잔디광장의 실상은 어떨까? 잔디광장 조성에는 ‘잔디블록’이 사용됐다. 잔디 블록은 가로‧세로 100㎝, 높이 15㎝ 정도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중간 중간에 홈이 패어 있어 여기에 흙을 넣고 잔디를 심을 수 있는 구조다.

잔디블록의 대다수 사용처는 주차장이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주차장보다 잔디를 심을 수도 있고 빗물이 투수된다는 장점이 있어 친환경 주차장을 사용하는데 사용된다.

이름이 잔디블록이라 하더라도,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10% 정도 잔디를 심을 정도여서 ‘잔디광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실상 콘크리트 구조물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청남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잔디광장이 맞다. 잔디를 심은 것을 확인하지 않았냐”면서 “이곳에서 볼(공)도 차고 야외행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용도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돼”

개발행위 허가에 관한 사항은 청주시문의면사무소가 소관기관이지만 수도법에 따른 단속권한은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있다.

청주시상수도 사업본부 관계자는 “협의된 내용외의 용도로 사용되면 수도법에 저촉된다”며 “이럴 경우 원상회복 명령과 고발 등 행정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차장 용도로 사용됐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청남대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곳은 잔디광장이지 절대로 주차장이 아니다”라며 “다만, 축제기간 등 일시적으로 인파가 몰릴 경우 주차 공간으로 잠시 활용한 것으로 절대로 주차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주차장으로 사용되지만 주차장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주차장, 잔디는 사실상 거의 없고, 콘크리트 블록만 있는 이상한 ‘잔디광장’, 김영환 지사의 ‘레이크파크 르네상스’가 ‘페이크(fake)파크 르네상스’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