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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이 김영환 충북도지사 관련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윤홍창 대변인은 △7월 16일 충청북도가 발주한 괴산후영지구 급경사지 공사 △ 김영환 지사의 참사당일(7월 15일) 행적 △ 참사 이후 18일 김 지사의 괴산 방문 및 7월 17일 대통령 주관 중대본 회의 당시 사과문제 △ 김영환 지사 소유 괴산 후영리 산막의 불법성 및 재산신고 및 진입로 개설을 다룬 기사 7건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고발했다.

그는 이 기사를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기술했다. 반면 언론관련 단체는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며 충북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충북도 윤홍창 대변인의 주장처럼 해당 기사가 ‘허위 사실에 의한 범죄행위’인지 아니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보도’였는지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고발내용과 본보 보도내용을 정리해 6차례에 걸쳐 나눠 보도한다. (편집자주) 

본보 취재기자에 대한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의 고발장 일부
본보 취재기자에 대한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의 고발장 일부
본보 취재기자에 대한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의 고발장 일부
본보 취재기자에 대한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의 고발장 일부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의 고발요지는 단순하다.  본보가  보도한  <김영환 지사 참사당시 여유, 청주도착후 식당 찾기도> 기사에 등장하는 '여유'란 단어다.

그는 "여유 운운한 기사는 도민들에게 심각한 수해가 발생했음에도 여유롭게 식당에나 다니는 지사로 각인시키기 위한 악의적 보도"로 "지사의 명예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충북도가 계획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7월 15일 일정표
충북도가 계획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7월 15일 일정표

윤홍창 대변인은 7월 15일 이전부터  충북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에 대해 '절박한 심정', '노심초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지사가 재난대응에 최선을 다한 것처럼 주장한다.

그의 주장처럼 김영환 지사는 절박한 심정으로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담아 참사당일 움직였을까?

충북도가 작성한 오송참사가 발생한 김영환 도지사의 일정표를 보면 '절박한 심정'이나 '노심초사'했다고 보기 어렵다.

오송 참사현장대신 괴산으로 간 김 지사의 일정표에 따르면 현장 점검 시간은 고작 10분에 불과하다.  충북도는 줄곧 괴산댐이 월류해 붕괴할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이 컸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일정표에는 괴산댐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위락시설인 '괴산 자연드림파크'를 찾는 것으로 돼있다. 이곳에는 숙박시설과 수영장, 카페, 식당이 있는 곳이다.

수해현장은 10분 밖에 둘러 보지 않으면서도 점심 식사 시간은 한 시간씩 배정됐다. 

김 지사는 충북도가 작성한 일정표 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충북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7월 15일 오전 6시 12분에 도청에 출근해 2차례 재난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윤 홍창 대변인은 7시 50분까지 점검회의를 주재했다고 고발장에서 주장했지만, 박진희 도의원이 입수한 김 지사 수행차량 운행일지에 따르면 7시 40분에 도청에 설치된 차단기를 지나갔다.

충북도 관계자에 따르면 도청을 나온 김 지사는 청주시 용암동 동남지구에 소재한 자택으로 귀가했다. 이유는 환복, 즉 옷을 갈아입으러 였다.

재난 관련 복장을 이미 입은 상태인 김 지사가, 옷을 갈아 입을 이유가 과연 있었을까?

도의 주장처럼 괴산댐이 붕괴위험이 있었다면 이 시간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앞당겨 괴산댐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김영환 지사는 집에 가있는 동안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등 SNS활동을 했다. 글을 올린 시간은 오전 8시 59분.  이 시간은 이미 오송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돼 그곳에 있던 도민들이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던 시각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김영환 지사는 자택에 머문 시각인 오전 9시 44분 비서실장으로 부터 유선으로 오송 침수 사고를 보고 받았다.

오송 침수 사고를 보고 받았지만 김 지사는 예정된 일정인 괴산으로 향했다. 괴산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지사는 칠성면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해 그곳에 대피했던 주민들을 만나고 간단한 보고를 받았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여기서 머문 시각도 5~10분 정도로 매우 짧다.

이어 괴산댐 수전교로 향했다. 괴산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곳에서 10분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댐이 붕괴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재난 상황의 최고 컨트롤 타워였던 도지사가 10분만 둘러봤다는 것이다. 과연 김 지사가 '절박한 상황, 노심초사하는 심정' 이었는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난 달 15일 당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사고현장인 궁평2지하차도에 들르기전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곳은 백년가게로 인증된 유명 맛집으로 나타났다.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난 달 15일 당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사고현장인 궁평2지하차도에 들르기전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곳은 백년가게로 인증된 유명 맛집으로 나타났다.

김영환 지사가 괴산 일정을 마친 뒤 오송참사현장으로 가지 않고, 인근 옥산면으로 향했다.

이동시간을 고려했을 때 김 지사 일행이 청주시 옥산면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2시 20분에서 30분 사이로 추정된다.

충북도에 관계자에 따르면 김 지사는 옥산면에서 침수된 축사를 둘러 보고, 축사에 남아있는 소를 구조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본보 취재결과 김 지사는 옥산면에 소재한 짜글이찌게로 유명한 A식당에서 식사를 마쳤다.

충북도 관계자 B씨는 "김 지사가 식당에 들어간 것 맞지만 바로 오송 사고 현장이 다급하다는 말을 듣고 숟가락도 뜨지 못하고 식당을 나왔다"고 말했다.

며칠 뒤 또 다른 관계자는 "식사 도중에 오송 상황이 다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오송으로 갔다"며 "오송 상황이 다급한 걸 알았다면 식사를 했겠냐"고 말했다.

본보가 입수한 김영환 지사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김 지사 일행이 식사비를 결재한 시각은 1시 8분이다.

12시 20~30분 사이에 옥산에 도착한 걸로 추정할 때, 김 지사는 그곳에서 40~50분 머문셈이 된다. 

이런 김 지사의 행적에 대해 본보 기사에서 사용한 '여유'라는 표현이 과연 '악의적 보도' 였을까?

오송 참사현장을 코 앞에 두고 맛집에서 점심 식사까지 마친 김 지사의 행적을 두고 '절박한 심정속에 노심초사' 했다고 받아들일 도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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