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기후정의강좌가 5월 2일부터 7월 11일까지 10차례 진행됩니다. 이 강좌는 다사리학교가 주관하고 충북기후위기비상행동이 지원하는 행사입니다.

본보는 앞으로 10차례에 걸쳐 기후정의강좌에 대한 내용을 참여자들의 기고를 받아 전할 예정입니다.(편집자주)

글 : 전소민 (전소민자원순환연구소 소장)

어쩌다 가는 동네 대형마트에 오랫만에 장을 보러 갔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뭔가 달라진 풍경과 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둘러보니 낯선 기계들이 석상처럼 나열되어 있다.

노동자들이 직접 해주던 계산대는 달랑 한 대만 남아 있고 모두 셀프 계산대로 바뀐 것이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직접하기 귀챦아서인지 몇몇 쇼핑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쇼핑객들이 하나뿐인 ‘인간계산대’에 길게 매달려 있다.

그러자 한 직원이 셀프 계산대를 이용할 것을 친절하게 종용한다. 자본에 대한 소심한 혹은 소박한 저항을 해 보기로 마음먹고 ‘인간계산대’에 그대로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오길 기다린다. ‘고객한테 계산노동까지 시키나? 소비자에 대한 무상노동 강제인데?’ 행위주체자로 온전히 인정받는 듯한 셀프라는 공간은 너무 당연하게도 자본의 욕망의 틈새가 되어버린다.

그 소심한 저항은 셀프라는 알량한 시혜에 꽂은 자본의 빨대에 대한 반감의 표시라고 해 두겠다.

전소민 (전소민자원순환연구소 소장)
전소민 (전소민자원순환연구소 소장)

 

충북기후위기비상행동의 여덟번째 강좌, 채효정 선생의 ‘저항과 돌봄의 민주주의’를 통해서 자본이 직조해놓은 또 다른 이윤 빨대를 확인하였다.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 여러 담론이나 해법을 생산해내지만 여전히 근대적 시선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예컨대 ‘북극곰‘이나 빈곤 포르노라는 영상 속 ‘아프리카 난민’을 타자화함으로써 기후위기를 우리의 현실이 아니게 하는 관념화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여전히 근대적 이분법 구도에 머물러 있음을 꼬집는 것이다.

얼핏 북반구 국가들이 성찰적 접근법처럼 제시하는 ‘탄소중립’이라는 해법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근원적 문제를 회피하게 하는 탄소환원주의에 불과하다고 한다.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 주범을 친환경, 탄소중립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의 인증서라는 것이다. 자본은 탄소중립을 내세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시장까지 잠식하고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못한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와해시키려 한다.

그러니 에너지 전환마을 같은 소규모 공동체를 자본이 원할 리 없다. 자본은 또한 재생에너지 산업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에 투자하며 금융자본주의를 성장시키는 한편 친환경 그룹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기도 한다.

금융자본은 스마트 산업이나 하이테크로 분류되어 자원의 채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금융자본을 구성하는 물질 재료들인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은 남반구의 ‘갱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자본에 포획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제는 자연이 저렴한 자원을 무한정 제공하거나 수탈과 착취를 순순히 견디어줄 것이라 믿는 자본주의의 무례와 무지와 무모함 앞에 우리의 행성은 파국의 시계를 한층 빨리 앞당기려는 것 같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과 강우량을 예보하고 있어 기후문제에 다소 무심해 보였던 사람들조차 심각성을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피상적인 대응책에 머물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인정하는데 주저한다면 백가지 해법을 발굴해낸들 파국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라도 근본 원인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의 행성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를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그 의리의 경로는 강의에서도 제시했다시피 다름 아닌 저항과 돌봄의 언어 그리고 연대의 언어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대의 언어를 움직이는 힘은 당장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생성될 것이다.

지금은 행동이 필요한 때라는 강사님의 나직하지만 강한 어조의 주문을 되새겨 보며 아울러 소심한 저항들의 연대가 거대한 변혁의 힘으로 변주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섣부른 낙관이 아닌 희망이라도 가져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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