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찌라시와 KT&G 제2노조에서 사장 비리 성명서 발표로 공개
청주시 “250억원은 감정평가 전 나온 숫자, 100억원 더 준 것 아냐”

이종준 전 청주시 상권활성화재단 주무관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청주시가 떠들썩하다. 6억6000만원이라는 사상유례없이 큰 금액과 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차명계좌에 넣어둔 점으로 인해 돈의 성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청주연초제조창의 협상가격이 얼마였느냐도 초점이 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청주시는 당시 부동산 감정가를 바탕으로 매입가 250억원, KT&G는 400억원을 주장했다. 협상에 난항을 겪던 중 이종준 전 청주시 기업지원과장이 개입해 350억원으로 올려주는 대가로 2010년 10월부터 2개월에 걸쳐 6억6000만원을 수수했다. 계약은 2010년 12월 말에 이뤄졌다”며 “뇌물 액수는 KT&G 임직원들과 용역업체 N사가 상의해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청주시가 250억원짜리 물건을 350억원에 산 것 아니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실제 그렇다면 대단히 큰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시에서는 “감정평가 결과 시에서 의뢰한 ‘대화감정’에서는 359억원, KT&G가 의뢰한 ‘나라감정’에서는 362억원을 제시했다. 협상 끝에 350억원으로 결정한 것이다. 250억원이라는 숫자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반박했다.

며칠동안 이 숫자를 찾던 시 관계자는 지난 11일 “우리측에서는 이 부지를 전용공업지역으로 봤을 때 253억원, KT&G측에서는 2종 주거지역으로 변경됐을 때를 가정해 440억원이라고 주장한 자료를 찾았다. 이는 감정평가를 받기 전 양측이 제시한 금액이라 큰 의미가 없다. 이 액수가 내부검토자료에 적혀 있었는데 경찰로 넘어간 것 같다”며 “이를 보더라도 350억원은 양측 주장의 가운데 금액이다. 100억원을 더 주고 산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 청주시 이종준 씨의 뇌물수수 혐의로 옛 청주연초제조창 건물이 전국 뉴스를 탔다. 이 씨는 기업지원과장일 때 이 건물 매입에 관여하면서 6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옛 연초제조창.

말많고 탈많은 옛 연초제조창

이 뇌물사건은 경찰청 본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KT&G 민영진 사장에 관련된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청주지역에서는 아무도 몰랐다.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민 사장 연임과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이 증권가 찌라시 등을 통해 나왔고, 올 2월 KT&G 제2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KT&G 노조는 제1노조와 제2노조로 나뉘어 있는데 제2노조는 민노총 계열.

‘신동아’ 한상진 기자는 6월호 ‘KT&G 로비·비자금 의혹 전말/ 수조원대 부동산 사업놓고 MB 조카·처남 측근 충돌’이라는 기사에서 “KT&G는 전신인 전매청 시절부터 전국에 연초제조창 등을 운영하며 막대한 부동산을 보유해 왔다. 민영화 이후 다양한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의혹의 중심에는 N사 강 모 대표가 있다”고 썼다.(하단 박스기사 참고) 강 대표는 이종준 씨 한테 뇌물을 준 사람. KT&G 전 사장은 MB 사촌처남인 김재홍(74) 씨 였으나 지난 2011년 12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상태이다. 현 민 사장은 경북 문경이 고향이고, KT&G 내부 출신. 김 전 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KT&G는 지난 2002년 민영화 됐으나 여전히 정치바람을 많이 타는 기업이라는 게 여러 사람들의 말이다.

실제 제2노조가 뿌린 성명서에는 강 씨가 자주 등장한다. 경찰은 KT&G에서 N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컨설팅비를 부풀려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아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사가 관여한 사업은 남대문부지 호텔개발 인허가 용역,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안동, 수원공장 및 부지매각 등이라고 한다. 현재 드러난 것은 청주 건이고, 나머지도 수사 중이어서 앞으로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옛 청주연초제조창 부지는 총 12만4997제곱미터다. 이미 일부 건물이 첨단문화산업단지와 동부창고로 쓰이고 있고, KT&G 공장 및 부속건물 20동이 현대미술관 분원·공예비엔날레전시관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나기정 전 시장 때 일부를 214억원에 사들여 문화산업단지와 동부창고로 개발했고, 남상우 전 시장 때는 KT&G와 도시계획 변경을 놓고 민사소송이 진행됐다. 역대 시장들이 관여할 정도로 이 부지 처리문제는 청주시의 숙원과제였다.

그런가하면 청주시가 이 부지를 사지 않을 수 없게 된 데는 전직 공무원 박 모 씨의 잘못된 일처리가 있었다고 공무원들은 말했다. KT&G는 이 곳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전용공업지역으로 돼있는 부지를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 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남상우 시장은 못해준다며 반대했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아파트 건설 반대 여론이 높았다.

공무원 모 씨는 “그때 박 모 씨가 한대수 시장 때 KT&G 측과 용도변경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한 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청주시는 용도지역 변경을 이행하라며 KT&G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KT&G는 또 토지자체 소유권 원상회복과 그동안 사용한 것에 대한 사용료까지 내라고 요구했다. 청주시에서 어차피 사야 할 땅이었지만, 안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양측의 협상에서 청주시가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뒷말들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박 씨는 징계도 받지 않고 퇴직했다.

경제부서에서 6년여간 재직
한편 이종준 씨는 지난 87년 2월 철도청 7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6급이던 그는 92년 한 계급 낮춰 상공부 7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93년 2월 청주시로 내려온다. 2006년 7월에는 남상우 시장이 일을 잘한다며 영운동장에서 경제과장으로 발탁했다. 이후 경제과장과 기업지원과장으로 6년여간 일했다. 두 부서는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지 하는 일은 같았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경제부서에 너무 오랫동안 있어 이런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다.

또 이 씨는 경제과장일 때 비하동 유통지구 관련업무를 담당했다. 현재 뇌물수수 사건의 불똥이 이 쪽으로 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유지 4500제곱미터가 포함된 토지에 청주시가 공유재산 사용허가 없이 건축허가를 내준 사실이 드러나 검찰조사까지 받은 사안이다. 검찰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해 이 씨의 성추행 혐의가 불거졌을 때 직위해제 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 충북도에 징계를 요청했다. 5급 이상 간부 징계는 도에서 한다. 이로 인해 당시 이 씨를 너무 감싼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여기서 해임처분을 받았으나 파면됐어야 했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러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나 직권면직 시킬 수 있다는 게 청주시 말이다. 따라서 성범죄나 뇌물수수 등으로 문제가 됐을 때는 행정기관에서 직권면직 시키도록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홍강희 기자

부동산 개발관련 대행업체 ‘N’사의 실체는?
“KT&G와 일 많이 해···50~60억원 가량 수익을 올려”

청주시와 KT&G 사이에는 부동산 개발관련 인허가 대행업체 N사가 끼어 있다. 연초제조창이라는 거대한 건물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N사가 가격 조율을 한 것이다. N사는 연초제조창 매매건을 성사시킨 뒤 KT&G로부터 컨설팅비로 13억6000만원을 받고 그 중 절반 가량을 이종준씨에게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N사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N사는 직원이 2~3명에 불과하고 사실상 용역수행 능력이 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신동아’ 한상진 기자는 6월호 ‘KT&G 로비·비자금 의혹 전말/ 수조원대 부동산 사업놓고 MB 조카·처남 측근 충돌’이라는 기사에서 N사 강 모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했다.

한 기자는 “MB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전 KT&G 사장과 친분이 깊은 N사 강모 대표는 2008년부터 KT&G가 추진한 여러 부동산개발사업에 참여해 50~60억원 가량의 부동산 컨설팅 수익을 올렸다. 그가 참여한 사업은 용산부지매각사업(2008년, 컨설팅비 3억원), 청주공장 부지매각 용역(2011, 컨설팅비 10억여원), 남대문호텔 개발사업(2011년~컨설팅비 30억원 중 25억원 기지급) 등이었다”며 “중국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해온 강 씨는 2009년경부터는 아예 KT&G 관련사업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사관계자들은 ‘강 씨가 본격적으로 KT&G와 손잡은 것은 김 전 사장을 통해 현 민영진 사장을 소개받은 뒤다. 강 씨는 민 사장과도 아주 가깝게 지냈다. 김 전 사장쪽 민원을 강 씨가 대신한다는 말도 있었다’고 귀띔했다”고 썼다. 한 기자는 ‘신동아’ 6월호에서 강 씨와 골프웨어·인쇄관련 사업을 하는 MB의 5촌 조카 이 모씨가 KT&G의 수원부지 개발사업에 같이 참여하면서 충돌을 빚었다고 썼다. 한 기자는 충청리뷰와 통화에서 “‘청주시와 연초제조창 매각문제를 협상하는데 잘 안되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KT&G로부터 받고 관여하게 됐다는 말을 강 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