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90% 폐지 찬성… 교수회 "찬반투표 절차상 하자" 반발
교과부와 선진화 위한 업무협약 후 3월 중 학칙 개정 수순 밟을 듯

▲ 지난 달 17일 충북대 김승택 총장이 총장직을 걸고 '총장직선제 폐지 교직원 찬반투표'에 나선다고 밝히자 충북대 교수회가 대리투표가 가능한 전자투표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나섰다.

<충북대 총장직선제 폐지 후유증>

23년을 이어 오던 충북대 총장직선제가 폐지됐다. 이로써 충북대는 오는 2014년부터는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게 됐다. 또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국립대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에 포함됐던 모든 대학들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게 됐다. 교과부는 지난해 충북대, 강원대, 강릉 원주대, 군산대, 부산교대 등 5개 국립대를 구조개혁 중점 추진대학으로 선정 발표한 바 있다.

충북대는 지난 달 21일과 22일 양일에 걸친 교직원 투표에서 총 1056명 중 89.86%(451.24표)가 총장직선제 폐지에 찬성했다. 이는 교수 716명 중 411명이 참여해 362명(88.08%)이 찬성한 것이다. 직원은 340명중 333명이 참여해 362명(88.08%)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교수 투표율은 57.40%, 직원 투표율은 97.94%였다. 교수의 투표율이 과반을 겨우 넘겼다면 직원들은 100%에 가까운 투표율을 보였다.

전체교수 100에 직원 환산비율을 13으로 놓고 치러진 이날 투표에서 결국 충북대 총 1056명의 교직원 중 502.16명(과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89.86%(451.25명)가 찬성하면서 충북대 총장직선제는 폐지 일로를 맞게 됐다. 이날 반대 의견은 9.74%(48.92명)에 그쳤다. 총장직선제 폐지 찬반 투표에 반대하는 교수 65명은 사흘여 간의 총장실 점거 농성까지 펼쳤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충북대는 교과부와 대학 선진화 방안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대로 3월중 총장 선출과 관련한 학칙 개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총장직선제 폐지를 계기로 교과부에 구조개혁 중점추진대학 지정 철회 및 자체 구조개혁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충북대는 앞으로 2년간 평가를 유예 받고 자체구조 개혁 이행에 따른 각종 지원을 받게 된다.

"전자투표, 대리투표 가능"
그동안 업무협약을 체결한 대학을 살펴보면 공모제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학사구조 개편, 융복합 교과과정 운영, 강의평가와 교원 업적평가제도 개선 등을 담고 있다. 따라서 충북대는 앞으로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 지정 철회를 받으면 '총장선출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간선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두고 22일과 23일 충북대 교수회는 평의회를 갖는 등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투표 내용과 방식,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주말을 끼고 5일 전에 공지한 찬반 투표를 당일이 되어 아는 사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직원 동문 간에 투표를 독려하는가 하면 산학협력단을 필두로 연간 수십억 원 하는 연속 및 신규 사업에 대한 교수 연구지원비가 끊길 수 있다며 압박하고 나서 공정한 투표가 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전자투표는 직원번호, 이메일 ID와 패스워드, 휴대폰 번호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대리투표가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충북대 관계자는 "일단 과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고 교수 투표 참여자(411명)의 88.8%(362명)가 총장직선제에 폐지했다는 점을 알아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무튼 총장직을 걸고 입원 투혼까지 벌이며 찬반 투표에 나선 김승택 총장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충북대가 더 큰 격랑 속으로 빠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총장직선제 폐지를 비롯한 정부 구조개혁 절차를 따르는 충북대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이 여전하다.

충북대 교수회 한 관계자는 "5번의 총장직선제에서 직원이 참여한 것은 단 2차례, 대학직원노조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다"며 "당초 총장 선출방식의 결정권은 교수들에게 있었지만 직원들을 받아들인 것이다. 학내 구성원인 점을 감안했다면 학생들의 투표권도 보장해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소나기 피하려다 큰 코 다칠수도"
서관모 교수회장 '대학 균형발전·교육 공공성 훼손' 우려

▲ 서관모 충북대 교수회장
충북대 교수회가 총장직선제 폐지 반대에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수 평의회가 열린 지난달 23일 충북대 서관모(사진) 교수회장을 만났다. 서 회장은 총장직선제 폐지를 비롯한 정부의 국립대 구조 조정안이 결국 ‘법인화’로 가는 수순이란 일각의 시각에 대해 ‘교수회도 한 때 같은 시각이었지만 현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민주통합당이 당론으로 서울대 법인화 폐지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등 사실상 지방 거점대학 역할을 하는 국립대의 존치를 바라고 있다”며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도 정수 장학회와 영남대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장본인으로서 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향만을 따르진 않을 것이다. 다만 현 정부의 국립대학 구조개혁 드라이브가 표면상은 아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법인화 수순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 회장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내 놓은 것은 반값 등록금 실현과 무상보육 등이다”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국립대학이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구조개혁 방향은 비대해진 국립대를 구조 조정해 경쟁력 있는 특성화 대학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의 공공성과 보편적 교육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국립대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 국립대의 필요성에 대해 크게 2가지로 정리했다. 하나는 국가균형발전이란 시각에서다. 그는 “전국 대학평가에서 상위 29위 안에 포함돼 있는 지방대는 단 1개소에 불과하다”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단적으로 말해 준다”고 꼬집었다. 둘째로 그는 “가난하지만 교육받을 권리(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전국 국립대의 존치”라며 “무상교육을 하루빨리 현실화 하려면 국립대가 유지돼야 한다. 또 모든 학문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학문 연구와 인문학, 철학을 통해 대학생들의 생각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국립대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나기를 피해 가려 직원들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수용했는지 모르지만 미래에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립대 교수들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는 실질적인 이유로 정년보장이 안될까 하는 우려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