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파악 힘들고 강제성 없어 보호소 인계도 한계

최근 청주에서 노숙자끼리 시비끝에 둔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하는 등 노숙자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추석연휴가 시작된 지난 21일 새벽 4시55분쯤 청주 성안길 한복판에서 노숙자 예모씨(61)가 유모씨(55)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다. 예씨가 유씨에게 둔기를 휘두른 이유는 밥을 사주지 않는다는 것.

같은 노숙자로 10여년 전부터 알고지내온 이들은 이날도 중앙공원에서 함께 노숙을 했고 유씨가 돈이 있으면서도 밥을 사지 않는 것에 예씨가 격분해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예씨는 결국 지난 24일 청주상당경찰서에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밖에도 청주시 민원게시판에는 노숙자들이 생활하는 폐가나 범죄발생을 우려하는 민원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청주시는 대도시의 역이나 지하철과 같은 노숙자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장소가 없다 보니 그 규모나 실태에 대해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중앙공원 등지에서 노숙자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파악하고 있지만 낮에는 노인들과 섞여 있어 누가 노숙자인지 분간하기 힘들다"며 "야간 순찰을 하기도 하지만 노숙자를 발견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보호시설 등에 인계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노숙자들을 보호시설 등으로 인계하려면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시설에 입소하는 것을 꺼려하는 실정이다. 보호시설에 입소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퇴소할 수 있다.

구속된 예씨에게 피해를 당한 유씨의 경우도 성덕원에서 지내다 지난 2007년 자진퇴소해 노숙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숙자들 스스로도 사회복귀나 재활의지가 결여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공원이나 폐가 등지에서 잠자리를 해결하고 봉사단체 등에서 주는 무료급식으로 생활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다.

청주 성안지구대 한 경찰관은 "순찰을 하다 노숙자를 발견해 왜 노숙을 하냐고 물어보면 세상에 노숙보다 편하고 좋은 게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며 "일반인의 상식으로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종합사회복지관 민병석 부장은 "현재로서는 노숙자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결방안은 없는 상황"이라며 "관계부처와 학계, 복지업무 담당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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