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홀·음침·쓰레기 넘쳐… 야간시간대 우범지대 우려도
이동약자 접근성 떨어져…市, "민방위 대피시설 다용도 개선"

▲ 청주의 한 시민이 상당사거리 지하보도의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다. 사진 아래는 청주 율량동 덕성초 앞 지하보도 우수관에 버려진 쓰레기
청주지역 주요 교차로에 설치된 지하보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치 당시부터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동약자를 배려하지 않아 가파른 계단은 이용자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리소홀로 음침하다 못해 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 등이 나뒹굴면서 일부 우수관은 악취까지 나고 있다. 일부 시설의 경우 조명시설을 개선하긴 했지만 여전히 어두운 조명시설은 야간 시간대에 우범지대 우려마저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시민들이 이용을 꺼리면서 일부 학교 앞 지하도는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항간에는 무단횡단을 부채질하고 사고 우려까지 낳고 있는 지하도를 없애고 교통여건에 따라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주 상당구만 5개 지하보도 설치
청주시에 따르면 현재 청주에는 상당구 관할에만 모두 5개의 지하보도가 설치되어 있다. 용암동 농협 4거리 앞 지하도를 비롯해 청주 상당공원 앞 4거리 지하도, 율량동 덕성초등학교 앞 4거리 지하도, 율량동 신흥고등학교 앞 4거리 지하도, 오근장동 북일초등학교 앞 지하도 등이다.

실제 지난주 이들 지하도에 대한 현장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경사도가 높은 계단 벽면에 이동약자를 위해 설치한 안전바는 언제 청소를 했는지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또 바닥 우수관에는 버려진 쓰레기와 함께 고인물이 썩는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나마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지하도 입구마다 비치되어 있었지만 수북이 쌓인 쓰레기를 담아내기 힘들어 보였다. 일부 지하도는 안에서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음침하고 계단이 가파르기까지 했다.

도로문화 변화 다용도 활용 최선
용암동 농협4거리 지하도는 지난 95년 한국토지공사(현 LH공사)가 용암1지구 택지조성 당시 설치해 청주시에 기부 채납했다. 율량동 덕성초등학교 앞 4거리 지하도와 신흥고등학교 앞 지하도는 지난 89년도부터 시행된 구획정리 사업법에 따라 택지지구가 조성되면서 각각 설치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율량동 택지 조성이후  사업비가 조금 남아 시 도시과(현 도시계획과)에서 직접 시행해 95년∼96년쯤 설치됐다"며 "당시 학교 앞 학생들의 무단횡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설치됐다. 당시는 차량중심의 도로교통문화 여건상 지하도 설치 등 입체화 도로가 대세였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사람 중심의 도로문화로 교통정책이 변화되면서 이용 편의와 접근성이 강조되고 있다. 오근장동 북일초등학교 앞 지하도도 비슷한 시기에 통학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안다"며 "관리 소홀에 대한 민원이 많이 접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하도 폐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상당공원 인근 지하도는 민방위 대피시설로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며 "다른 지하도도 매립에 따른 예산이 막대하게 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로교통여건상 지상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인근 학교를 연계해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복지공간 등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쪽이 보다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아동도서관·갤러리' 문화공간 조성 바람직
살고 싶은 청주만들기 협의체 우수상 선정 '예신지원 못해'
청주시 긴축재정 신규사업서 제외… 하반기 추경사업 지원

청주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올해 초 청주시 살고 싶은 청주만들기 주민협의체가 선정한 '지하보도 문화적 활용을 위한 개선방안' 등 시민제안에 예산 지원을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살고 싶은 청주만들기 주민협의체는 지난 1월26일 주민콘테스트를 통해 '상당산성 옛길 야생화로(올레길) 조성'을 대상, '사직2동 국보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최우수, '율량동 덕성초 앞 4거리 지하보도 문화 공간 활용방안'을 우수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적어도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이 소요되는 이들 사업에 대해 시가  지난해 긴축재정을 이유로 신규사업에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시민제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 그나마 최우수상을 수상한 '국보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계획만이 도시계획 전문가로 알려진 신임동장이 희망근로 사업과 연계해 현실화 시키고 있을 뿐 나머지 사업은 시행 자체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고 싶은 청주 만들기 주민협의체 손세원 집행위원장(충청대 부동산지적과 교수·56·사진)은 "조례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 협의체는 주민들의 생각을 발굴해서 그림으로 그려주고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예산확보를 못해 주민콘테스트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시가 신규사업을 안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시민들에게 실수를 할까봐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초 정기총회를 하면서 주민 콘테스트를 통해 산성 옛길 야생화로(올레길) 조성, 사직2동 국보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율량동 덕성초 앞 지하도 문화 공간 조성' 등 3가지를 선정했다"며 "시가 예산확보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지만 긴축재정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산성 야생화 올레길 조성은 국비보조 시범사업, 사직2동 국보로 걷고 싶은 거리는 희망근로 사업비로 각각 해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손 위원장은 "하지만 율량동 덕성초 앞 4거리 지하보도 문화 공간 조성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업 시행에서 빠졌다"며 "이번 추경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겠지만 안 되면 올해 말 주민콘테스트에서 선정되는 2개 제안사업과 함께 연말쯤 사업 시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지하보도 문화적 활용을 위한 개선방안은 인근 덕성초등학교와 주거공간을 연계해 세대 간 소통의 공간, 놀이와 학습의 공간, 동호회 연습실 및 전시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었다"며 "실례로 방과 후 숙제지도 교실, 상설 어린이 열린 도서관 및 아동 놀이 공간, 전통·공작 등 체험 공간, 정기적 어린이 작품 발표 공간 및 전시실(갤러리), 북부 어린이 미술 전시관, 부모와 함께하는 구연동화 등 스토리텔링 공간 조성이다"고 밝혔다.

청주 일부 주민들은 "민방위 대피시설에 리프트 하나 없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며 "이동약자는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음침한 공간이 우범화 우려가 있어 이용하지 않고 무단횡단을 한다. 지하도 공간 활용 이전에 지상 횡단보도부터 설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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